구독자, 어떻게 영화를 즐기시나요? 집에서? 아니면 영화관에서?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이번 호에 등장하는 영공인들은 영화를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아요. 현장에서의 생동감을 느끼려고 영화제 스태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고요. 영화관에서 깊은 몰입을 통한 영화 관람과 공간을 향유하면서 보기도 해요. 영화를 분석하며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화요회 모임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이처럼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더 풍성하게 즐기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FEELM 편집장 김예빈
✖️ 곱하다
김예빈 에디터, 박소영 에디터, 이현준 부원이
구독자에게 영화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줘요.
뭐든지 꿈꾸게 해주는 달의 극장,
원주옥상영화제
원주옥상영화제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펼쳐진 영화의 무대이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여름의 끝, 달의 극장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독립예술영화 상영 및 관람 기회가 부족한 원주에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원주 청년들이 기획한 행사다. 2017 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는 한국관광공사 옥상에서 8월 말에 3일간 진행된다.
이 영화제는 새롭게 영화에 대해 정의하게 만들었다. 2017 년 관객으로 시작해 2021 년 시민프로그래머 과정을 거쳐, 2022~2023년 프로그램팀의 막내로 참여하며 상영작 선정에서 프로그램 노트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했다.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프로그램팀 활동에 헌신했던 시간은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이었다. 공강 시간엔 회의를 위해 기차를 타고 원주로 향하고, 틈틈이 영화 감상 및 분석으로 1주일마다 30편, 100 일동안 300 편이 넘는 영화를 소화했다. 팀원들과 치열한 토론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중앙 통닭 같은 야식은 고단한 순간을 이겨내는 원동력이었다.
옥상에서 매년 3 일간의 꿈 같은 시간은 그 모든 노력을 보상해 주었다. 옥상에서 도시의 야경을 보며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던 순간은 영화 속 장면 같다. 2023 년에 GV 모더레이터로 감독들과 나눈 깊이 있는 대화와 관객들의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
그러나 영화제는 예산 삭감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립영화를 알리고 지역 사회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지속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3 일간의 영화제를 위해 생업이 따로 있는 청년들이 연초부터 준비한 모든 과정은 열정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더 절실하다.
원주옥상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다양성을 널리 알리고,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장이다. ‘단편영화 맛집’으로도 불리며, 낭만적인 옥상에서 관객과 영화가 하나 되는 경험은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직접 영화제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025 년 서강영화공동체에서 영화제 기획팀장을 맡게 되면서 꿈이 현실이 되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름의 시작, 내가 사랑하는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 원주옥상영화제에서 배운 모든 순간이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에 디 터 | 김 예 빈
2023년 3월 28일과 2024년 9월 29일:
눈을 뜨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세상을 휘감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저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현장에서 스태프 명찰을 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독스 온 스테이지: 다큐 콘서트’를 관람할 기회가 생겨, 흑맥주를 받아 들고 빈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조영훈 피아니스트의 공연 이후 사카모토의 콘서트 실황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상영하는 기획이었습니다. 하늘이 넓게 트인 옥상정원에서 진행되었는데, 그랜드 피아노와 파릇한 풀들이 서로 그렇게나 잘 어울리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덕분에 사카모토의 집 뒷마당에서 자연으로 돌아간 피아노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조영훈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끝나갈 즈음부터는 아찔했습니다. 안 그런 분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저는 영화나 공연을 관람할 때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어둑해지는 구름이 머리 위로 지나가고, 팔과 다리에는 피아노의 울림이 이미 깊게 배어있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점점 짙어지니 촉촉한 흙으로 만든 마약을 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음악가의 마지막 영화를 보고, 들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아보니 건반이 꾸민 진동이 몸 안에 갇힙니다. 그 파동이 자꾸만 물결을 만들어 큰 파도를 일으킵니다. 혹자는 더 좋은 음질로 듣는 방법이 널렸는데 굳이 영화를 보느냐고 물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귀로만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스크린의 이미지로부터 들을 수 있는 몸짓이 존재하고, 지금 이곳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언제나 한 번뿐입니다. 그것이 최악의 음질일지라도, 그런 것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지라도 그의 흔적은 여전히 수많은 공간에 남겨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유약한 사람의 소리를 2024 년 12월 29일 오전 2시 47분의 제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과분하고도 애석합니다.
⑴ 사카모토 류이치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피아노를 두어 비와 바람을 맞게 했고, 나무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피아노가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부터 약 1 년 후, 그의 분신 같은 피아노 사진이 게시됩니다. 인스타그램 계정(@skmtgram)에 방문하시면 “Ryuichi’s garden piano returning to nature in April, 2024”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된 ‘자연이 된 피아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 디 터 | 박 소 영
* 이 글은 《2024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만큼 영화관을 사랑하는 마음
“우리는 어디에서 처음 영화와 사랑에 빠졌나요? 바로, 영화관에서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아노라>의 션 베이커 감독은 오스카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영화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화관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길 당부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관람에서 영화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영화관의 모습들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 션 베이커 감독의 수상소감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같은 OTT의 시대 속에서, 영화관이 설 자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영화 한 편 가격에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관이 영화 감상에 있어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이 주는 시공간의 제약은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영화에 더 잘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큰 스크린과 사운드는 미묘한 디테일 또한 주목할 수 있게 해주며, 단순히 영화의 내용을 아는 것을 넘어 진정한 감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스토리의 큰 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느끼는 사소하고 추상적인 감정에서 오기 때문이다.
영화를 간간이 킬링타임으로만 보던 나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도 영화관에서의 경험 덕분이다. 친구가 불러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영화가 줄 수 있는 몰입과 감상의 경험에 나를 매료시켰고, 지금까지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영화관을 찾게 한다. 영화의 매력을 알게 해준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 애인, 친구와 함께, 그게 아니라면 혼자서라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즐기기를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영화만큼이나 영화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부 원 | 이 현 준
➗️ 나누다 : 화요회 특집
강석준 부원이 구독자님에게 〈아마겟돈 타임〉을 소개합니다.
김현호님이 구독자님에게 〈모리스〉를 소개합니다.
아마겟돈 타임을 보고
영화 : <아마겟돈 타임, 2022>
감독 : 제임스 그레이
Armageddon Time
드라마 · 미국, 브라질 · 114분
우리는 모든 순간 보고 듣고, 느끼며 세계를 감각한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일상의 순간들을 제대로 감각하고 있을까. 봐도 본 게 아닌 것 같고 들어도 들은 게 아닌 것 같은, 일상의 감각을 잃어버린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일상 속 매일을 살아가지만 대부분의 순간들은 우리들을 미끄러지는 듯 스쳐 지나가고, 잡으려 했든 아니든 항상 무언가를 놓치며 시간과 공간을 지나친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놓친 순간들을 다시 보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이 과연 정말 제대로 본 것인지, 혹여나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다시 뒤돌아보는 것. 봤던 것을 다시 보는 일은 진부하고 피로한 일이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과거의 순간들은 잊고 있던 맑은 감각을 불러오거나, 막연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등 마냥 지루하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깨끗한 감각과 만난 흐릿한 그리움은 대부분의 경우 우리들을 힘들게 한다. 호기롭게 지나쳐온 순간들은 더이상 즐겁지 않고 남아있는 상처들을 들춰 확대해 보여줄 뿐이다. 상처는 감각을 쑤시고, 우리는 아파한다. 그런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들에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매혹되는 때가 있는데, 이는 참 흥미로운 일이다. 비애와 외로움의 정서가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그리운 것. 모든 것을 너무 쉽게 낭만화하는 풍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리의 감정이 작용하는 방식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기억과 후회를 노래하는 음악을 듣고, 지나쳐온 과거를 논하는 것이 기약없는 미래를 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시 보는 일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보는 것에 가깝다. 잠깐 쪽잠을 잔 사이 꾼 꿈의 편린처럼, 그때의 감각은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남아있는 기억의 자취를 찾아보거나 옅은 흔적들을 퍼즐 맞추듯 끼워 맞춰보며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아무리 소리쳐봤자 과거는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나의 힘과 반대로 작용했던 세계의 힘, 내가 옳다고 생각했지만 더이상 옳지 않은 것 혹은 틀리다고 생각했지만 더이상 틀리지 않은 것. 슬픈 장면을 편집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것들은 오랜 시간 남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다. 영화는 항상 보는 것에 앞서 존재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지나왔던 순간들을 발견하거나, 영화의 순간들을 보고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둘 다 어쨌든 영화는 먼저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이미 있는 것이기에 처음 보더라도 다시 보는 것이 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유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는 마법. 여기서 재밌는 점은 영화를 보면서도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잠시 한눈 팔거나, 졸면서 놓치지 않더라도, 두 눈 똑바로 뜨고 봤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저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어쨌거나 결국 놓치게 되는 것이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내 감각에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내가 본 장면이 정말 제대로 본 게 맞을까. 어쩌면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 다행히도 영화는 직접 사람을 보거나 세상을 보는 일과는 달리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 놓친 것을 온전히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다시 다른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놓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우리는 매 순간 놓치지만 계속해서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영화에서 놓친 장면을 보러 잠깐 앞으로 감거나 아예 통째로 다시 보는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과거와 마주하고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한다. 무슨 짓을 해도 놓치는 순간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놓친 순간에 대한 미련은 후회를 남길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되돌아보는 것뿐이다. 다시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잃어버렸던 일상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놓친 것을 흘려보내고 잃어버린 감각들을 되찾는 노력. 일상의 감각을 되찾아보자.
돌아보고 마주하기
<아마겟돈 타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화다. 감독 제임스 그레이는 50이 넘은 나이에 어린 자신이 본 세계, 그리고 그때의 가족과 친구를 돌아본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2019년에 극본을 쓰기 시작하여 영화는 2022년에 개봉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된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나이가 들면 다 그렇게 된다.”라는 농담과 함께 그의 경험을 덧붙여 말한다. 그는 아이들을 재울 때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곤 했고, 어느 날 아이들의 요청으로 본인이 어린 시절 살던 곳에 같이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 조부모와 함께 살던 그때의 흔적은 이미 대부분 사라지고 난 후였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유령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무언가를 유령처럼 느끼는 경우는 두 가지다: 실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다른 하나는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이 영화는 후자의 이야기를 전자의 방식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이렇게 이중적인 과정을 통해 영화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이야기는 유령처럼 잡히지 않을 듯하지만 어째서인가 진실하게 다가오는데, 아마도 그것은 감독이 과거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 매우 솔직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임스 그레이는 오직 그가 보고 들은 것에만 의존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조니를 조명하는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그와 그의 가족이 가지고 있던 모순적인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그가 알 수 없었던 친구 조니의 시점을 과감히 배제한다. 그저 그 당시를 살던 소년의 눈을 통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확인하는 것이다. 혹자는 백인으로서의 죄책감을 나타내는 잘못된 영화이며, 진정한 성찰이 결여된 작품이라고 비판하겠지만, 이 영화는 ‘성찰’의 영화가 아니다. 과거와 ‘마주하는’ 영화이다. 당시에 옳았다 혹은 글렀다 하는 가치판단은 뒤로하고 본인의 과거와 마주한다. 역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역사를 왜곡시키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반성하고 자책하는 것 또한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는 않기에, 그저 신중히 보여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영화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애정의 것과 증오의 것 모두를 진실하게 묘사한다. 이따금씩 인물들의 얼굴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들과 시작부터 끝가지 먹먹한 기운을 내뿜는 화면을 통해, 소멸했던 과거는 우리들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영화 속 인물들, 특히 폴의 가족인 유대계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자기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위를 맴돈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인물은 애런이다. 애런은 폴에게 있어 친절한 외할아버지이자 꿈을 지지해주는 친구이며 영웅이다. 항상 선의 편에 서있을 듯하고, 옳은 선택을 할 것만 같은 모습을 지닌 그는 인종의 문제에 있어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손주에게 옳은 길을 선택하고 당당하게 행동할 것(흑인과 라틴계 친구들을 놀리는 친구들과 맞서 싸우라는 뜻)을 당부하는 그의 정의롭고 지혜로운 모습은 폴을 유색인종이 없는 상류층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려는 선택과 맞물려 옅어지고 지워진다.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는 애런 뿐인가. 폴의 어머니 에스더와 아버지 어빙은 아들과 그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부모지만 아들의 일탈에 인종 문제를 끌어들이며 학교 구성원을 탓하고, 심지어는 아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등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모순 속에서 분열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역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선대부터 내려오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 애런은 손주 폴에게 이를 절대 잊지 말라고 항상 강조해 말한다. 아버지 어빙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류층 자기인식과 유대인 콤플렉스가 결합되어 그 자신을 괴롭히는 모습은 숨겨지지 않고 영화 내내 끊임없이 드러난다. 인종과 정체성의 고통은 유산이 되어 아래로 전해지고, 과거는 시간이 지나서도 다음 세대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중요한 점은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기억과 태도의 형태가 변한다는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와 관습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흐름에 편승하고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가 작용한다. 영화 속에서는 유대인 박해의 기억을 자녀 세대에게 전달하나, 동시에 안전과 성공을 위해 인종주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관객은 1980년대 뉴욕이라는 특정 과거 배경 속 폴의 눈을 통해 그 시대를 살던 개인과 가정을 바라본다. 조니의 비극, 에스더의 슬픔과 어빙의 폭력, 그리고 애런의 모순까지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핵전쟁이 일어날 거라 우려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던 그의 불안한 시선, 그리고 가정에도 찾아온 기묘한 균열을 확인한다. 그때 등장하는 애런의 유령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지만, 그저 몇 마디 말을 전한 채 사라져버린다. 닿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애처롭고 아픈 일이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곧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영화 속 프레드 트럼프와 매리엔 트럼프의 모습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학교 학생들이 다 같이 레이건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마치 트럼프의 이름이 연호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환청으로 다가온다. 마치 오늘날의 정치와 권력의 양태를 예견한 듯 보이는 이 장면에서 폴은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후 점심시간 철창을 사이에 두고 조니를 마주하는 장면도 그러하다. 무언의 또래 압력 속 폴은 철창 밖으로, 그리고 심지어는 스크린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조니를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위선과 불평등의 세상을 목도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달은 것은 아닐까.
그레이의 서사와 화면은 건조하고 고요한 기운을 간직한 채 끝으로 달려가지만, 결코 암담하거나 절망스럽지 않다. 영화가 끝나가며 찾아오는 감정은 묘하게도 무력함과 동시에 희미한 희망이다. 냉정하게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개인의 회상과 미묘한 정서를 담아냄으로써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는 준비 동작이 될 수 있는가”를 암시한다. 유대인 디아스포라 가족 안에서 형성되는 애증, 흑인 친구를 향한 죄의식과 무력감이 공존하지만, 그 내부에 옅은 희망이나 긍정의 요소도 역시 끈질기게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성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과거와 마주하기‘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무력함을 강화시킨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마주하기’가 결국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데에 있어 핵심 동력이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부엌에서 두통으로 고생인 에스더와 잠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애런의 모습, 몰래 집으로 들어와 계단에 앉아있는 폴을 바라보는 조니, 그리고 혼자가 된 폴을 위로하는 애런의 유령까지.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고 칸딘스키의 그림에 비친 벽의 비틀즈 사진처럼 공허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빈 교실과 빈 식탁을 놔두고 빠르게 후진하는 카메라는 학교를 나서는 폴의 뒷모습을 잡는다. 더 클래시의 음악과 함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폴. 오묘한 긍정의 감정 속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잊고 있던 조니를 떠올리게 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부 원 |강 석 준
* 이 글은 《2024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퀴어의 변증법
영화 : <모리스, 1987>
감독 : 제임스 아이보리
Maurice
1987 · 드라마/로맨스 · 영국
2시간 20분 · 청불
헤겔이 스스로의 철학을 “자기 발견의 여행”이라고 표현했을 때, 그는 자신의 철학이 일종의 이야기임을 암시하고 있다. 나(정)와 타자(반), 그리고 나와 타자의 합일, 성장(합)의 도정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알려준다. 타자 속에 내가 있다. 그것을 발견한 나(정)는 한 단계 성장한다.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여행, 그것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성장 소설과 비슷하다는 세간의 평과 맞물린다.
오늘날 LGBTQ라는 퀴어 담론은 소위 ‘핫’하다. 오늘날 퀴어의 모습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아쉬웠던 것은 퀴어가 어떻게 스스로를 정체화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아쉬움을 『모리스』가 해소해줄 것이다.
영화 『모리스』는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다. 조연인 클라이브를 휴 그랜트가 맡아서 마치 주연이 클라이브 같지만, 제목이 알려주는 것처럼 주인공은 모리스(제임스 윌비 분)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주인공 스스로가 동성애자임을 자각하는 과정을 매우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모리스는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첫 번째 상대인 클라이브에게 자신이 남성을 사랑함을,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다. 클라이브는 어느 날 모리스에게 플라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특히 클라이브가 추천해 준 책은 『향연』과 『파이드로스』로 고대 그리스의 동성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지만, 이 책들에서 나타나는 동성애는 성적인 관계가 아니라 매우 정신적인, 소위 ‘플라토닉’한 관계였다.
클라이브는 모리스에게 고백한다. “그 책을 읽었다면 알 거야. 나는 그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야.” 클라이브와의 관계 속에서 모리스는 스스로도 플라톤의 책에 나오는 그러한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모리스는 클라이브에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정체화해 나간다.
모리스는 그 당시 동성애를 완강히 거부하는 사회상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왔기에 스스로를 부정하고 동성애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기차에서 한 동성애자 노인을 만나면서 온전히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인정하고 새로운 도정을 시작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노인을 만나는 이 장면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모리스의 심정을 기술한다. “그 사람에게서 나 자신을 보았다.”
영화 『모리스』는 주인공 모리스가 어떻게 스스로를 정체화해가는지, 그 심정과 도정에 집중해서 봐도 재미있지만, 모리스의 상대역인 클라이브에 집중해서 보아도 흥미롭다. 극 중 클라이브는 동성애자이기는 하나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동성애자로 등장한다.
과연 그가 진짜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했을지, 아니면 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어 동성애적 충동을 참고 살았는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봐도 재미있다. 영화는 마치 클라이브를 동성애적 성향을 억누르고 사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클라이브 역시 아내를 만나 스스로를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영화는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동성애자가 될 필요는 없으며,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꽤 훌륭한 교훈 역시 주고 있는 것이다.
화 요 회 |김 현 호
- [나누다] 코너에 소개된 81기 영공 부원의 글은 2025년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으로 발간됩니다.
- 영공 부원 대상 매월 자유기고도 받고 있습니다.
- 기고 방법은 영공 카톡 공지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영공소식
🤗 동아리 거리제
🕰️일시 : 2025년 3월 6일 (목) ~ 2025년 3월 7일 (금)
📍장소 : 서강대학교 청년광장
5가지 종류로 영화 퀴즈를 다채롭게 준비했어요.
다들 재밌게 참여해주셔서 기뻤답니다.
명대사 보고 제목 맞히기 ★☆☆☆☆
초성 보고 제목 맞히기 ★★☆☆☆
배우 이름 맞히기 ★★★☆☆
장면 보고 제목 맞히기 ★★★★☆
배우 보고 제목 맞히기 ★★★★★
🎞️ 거리제에서 했던 퀴즈를 난이도별로 하나씩 제시해 드리니 맞춰보세요.
81기 영공 부원을 대상으로 이벤트 준비했습니다. 맨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눌러 퀴즈 5개 정답을 모두 맞히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응모하실 분은 학번 이름 꼭 써주세요!)
1. 명대사 보고 제목 맞히기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2. 초성 보고 제목 맞히기
ㅇㅂㄹㅆ ㅇㅂㄹㅇㅇ ㅇ ㅇ ㅇㅅ
3. 배우 이름 맞히기
4. 장면 보고 영화 맞히기
5. 배우 보고 영화 맞히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공명
🎉 개강총회
🕰️일시 : 2025년 3월 14일 (금) 오후 6시 30분
📍장소 : 서강대학교 K202
드디어 81기 서강영화공동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어요!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려요
🎞️ <1회차 감상회 : 플레이어>
✉️📝🕵️♂️🎭🦯
2025년 3월 17일 (월)
영화 : <플레이어, 1992>
The Player
로버트 알트만
코미디/범죄/드라마/스릴러 · 미국 · 124분
할리우드는 단연코 세계 영화 제작 시장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필연적으로 흥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작가는 소외되어왔습니다.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 뉴 할리우드와 같이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영화 운동들은 모두 할리우드에 대한 작가들의 반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는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으며,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의 내부에서 반할리우드를 외치는 영화 <플레이어>는 더욱 특별합니다. “당신의 할리우드는 죽었다”. 의문의 협박 편지를 받은 영화사 직원 그리핀 밀은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전형적인 미스테리 영화의 구조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트만은 클리셰를 비틀고 그 자리에 신랄한 풍자와 조소를 가미함으로써 우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이번 학기 감상회의 컨셉은 ‘다양성’입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유전적 다양성이 종의 지속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영화라는 예술이 더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도, 작가의 독창성에 기인한 ‘돌연변이 영화’들이 계속해서 제작되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척박한 예술적 환경에서 태어난 최고의 ‘돌연변이 영화’이며, 이번 학기 감상회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감상단장 양태현
우수 한줄감상
고예진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느낌의 이유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다.
박민제 스튜디오라는 배수구, 씻겨나간 핏물은 얽히고 섥힌 장르라는 관을 타고 할리우드의 가로수를 적신다
한동훈 "흥행 요소"를 전부 집어넣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영화.
🎞️ <2회차 감상회 : 펀치 드렁크 러브>
📞🔞🍮💙🎹
2025년 3월 20일 (목)
영화 : <펀치 드렁크 러브, 2002>
Punch-Drunk Love
폴 토마스 앤더슨
코미디/드라마/로맨스/스릴러 · 미국 · 95분
누구나 사회 속에 갇혀서 억눌린 채 살아가지만, 다들 한 번쯤은 정신 나간 짓거리도 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이 정신 나간 짓거리가 사랑과 만난다면, 그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상큼할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으로 다양한 영화 세계를 펼쳐주었습니다. 그런 그의 2002년 작품, <펀치 드렁크 러브>는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향기를 풍기고 있는데, 마치 마약 한사발이라도 들이마신듯한 내음이 물씬 납니다. (실제로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촬영장에서도 마약을 했다고 하네요) 사회에 치이고 가족들에겐 억눌린 채 살아온, 소위 말하는 ‘찐따’가 자기 인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이라는 폭풍을 만나면 벌어지는, 로맨틱하면서도 코믹한 <펀치 드렁크 러브>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찐따’에서 사랑을 만나 우주최강의 무적괴수로 업그레이드, 주변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간지 폭풍의 주인공 배리 이건(아담 샌들러 扮)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거의 판타지로 보일 정도이죠.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어떤 각도에서든 사랑스럽고 귀여운 영화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2회차 감상회, 다들 사랑스러운 영화를 보며 큰 즐거움 느끼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상단장 심효민
우수 한줄감상
배제우 똑바로 마주봐야 이겨낼 수 있는 과거의 실수와 후회들
정재영 어떠한 비밀도 만들고 싶지 않은 상대.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고민도 하기 전에 부끄러운 말이라도 내뱉게 만드는 상대. 진실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 그린듯이 아름답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지게 되는 운명적인 사랑.
정주아 이 서툰 마음도 사랑이라면
🎞️ <3회차 감상회 : 아메리카의 밤>
🎥🐱💤💔🔫
2025년 3월 24일 (월)
영화 : <아메리카의 밤, 1973>
Day for Night
프랑수아 트뤼포
코미디/드라마/로맨스 · 프랑스, 이탈리아 · 115분
“영화 촬영은 서부 마차 여정과 흡사하다. 멋진 여행을 기대했다가, 나중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극 중 영화의 감독이면서 실제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프랑수아 트뤼포의 이 대사를 보면 영화 촬영 현장은 마냥 즐거운 곳은 아닐 것입니다. 배우들의 돌발적인 행동부터 계속되는 제작사의 요구까지,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짜여진 탄탄대로가 아니라 수많은 변수들이 산재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우연들이 만들어낸 마법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바로 영화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아메리카의 밤> 은 역사상 가장 영화를 사랑했던 시네필이자 위대한 감독인 트뤼포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겪었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낸 영화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트뤼포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소소하지만 재치있는 촬영 현장의 에피소드들에 웃음짓다가도, 돌발적인 사고들과 그에 대처하는 현장 스탭들의 노고를 보며 가슴이 울적해지지만, 결국 이러한 우연들이 모여 탄생시킨 영화의 기적을 마주하며 환희의 순간을 경험하실 것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희 서강영화공동체에서도 여러분들에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영화 속 촬영 현장이 선사하는 희노애락을 직접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제작단에 지원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서강영화공동체 제작단은 언제나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우수 한줄감상
강건우 만드는 과정의 부조화가 영화 만들기의 가장 큰 조화임을
안정빈 영화, 시끌벅적함 그 속의 외로움
도영서 영화와 삶, 분리될 수 없는 요소의 경계에서.
COMING SOON 무비올나잇
곧 무비올나잇이 구독자 곁을 찾아갑니다. 구독자님을 위해서 작년 무비올나잇 현장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
80기 무비올나잇
2024.11.29 ~11.30
안녕하세요, 문집부 에디터 유진입니다!
무비올나잇은 그 이름 그대로, 영화 얘기를 하며 밤을 꼬박 새우는 행사입니다. 이 글에서는 24년도 2학기 무비올나잇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자리에 함께했던 분이라면 그 날의 기억을 곱씹으며, 함께하지 못했던 분이라면 다음 행사를 기대하며 읽어주세요.
입장과 동시에 티켓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뒷면에 각자 좋아하는 영화 세 개를 쓸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테이블을 옮기며 처음 만난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먼저 티켓을 꺼내서 “어떤 영화 쓰셨어요?”로 말을 시작할 수 있게 하려는 영공식 배려가 돋보이는 티켓이었답니다. 저는 왠지 이걸로 자기소개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맨 첫번째 칸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썼는데, 같은 영화를 맨 위에 쓴 분을 만났을 때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쓰셨나요? 또는, 어떤 영화를 쓰고 싶으신가요?
이번 무비올나잇 상영작은 양병간 감독의 <무서운집>이었답니다. 작품 선정은 80기 감상단장 순범님께서 해주셨는데, 행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선정 동기와 영화 소개를 부탁드려봤습니다.
“80기 감상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부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기감상회는 누가, 몇명이 참석할 지 알 수 없고 강의실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진행된다는 특성 때문에, 외적인 요소보다는 서영공이 아니면 감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영화를 감상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올나잇은 다릅니다. 저는 올나잇의 정체성이 왁자지껄하게 밤새 떠들면서 술마시며 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감상도 친구들과 함께 서로 떠들면서 가볍게 보는 분위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르게 된 작품이 <무서운집>입니다. 혼자 볼 때보다 다함께 볼 때 재미가 가장 증폭되는 장르는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무서운집>은 그중에서도 기존의 상업영화가 가지는 기본적인 만듦새의 기본적인 소양을 망가트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하기에 올나잇에서 감상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해 졸작을 완벽하게 흉내내어 웃음을 유발하는 거죠. 어쩌면 영화 그 자체보다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타인의 리액션이 더 웃기기도 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무서운집>은 대한민국의 가정주부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대한민국의 ‘집’이 가지는 문제점을 꼬집는 영화입니다. 귀신이 튀어나오고 끝없는 가사노동만을 안겨주는 공간이지만, 너무나 힘들게 얻은 재산이기도 하기에 절대 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주인공 개인만이 가지는 문제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주부라면 모두가 겪는 문제죠. 그렇기에 제목이 ‘무서운 집’이 아닌 ‘무서운집‘입니다. 무서운 집이라고 형용하면 안 무서운 집도 있다는 얘기가 되지만, 양병간 감독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무섭지 않은 집은 없거든요. 집 자체가 너무나 무서운 존재이기에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무서운집’으로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80기 감상단장 노순범
저는 <무서운집>을 예전에 혼자 본 적이 있어서, 상영작이 공개된 순간부터 순범님의 “이 영화를 무비올나잇에서 트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다”는 말을 들은 순간까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아, 이 영화는 여럿이서 볼 때 더 재밌는 영화구나“하고 말이죠. 2회차 관람자로서는 주변 사람들이 웃고, 황당해하고, 기막혀하는 모습을 보는 게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행사 이후에 왓챠피디아에 올라오는 부원 분들의 별점과 한줄평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야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80기 기획단장 상현님이었답니다. 전혀 I 스럽지 않게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준 상현님이지만, 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레크리에이션에서는 팀 대항 영화 퀴즈와 경품 추첨이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공동체’라는 이름답게, 문제가 공개되자마자 바로 맞춰버리는 열정적인 시네필 분들 덕분에, 저는 정답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보다도 그 속도에 놀라기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그 열기가 진행자에게도 느껴진 것인지, 행사가 끝나고 상현님께서 “진행을 하는게 처음이기도 하고 레크레이션의 재미에 따라서 무비올나잇의 흥망이 결정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어서 많이 떨렸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만큼 준비한 영화 관련 퀴즈에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열성적으로 답해줘서 힘들었지만 의미있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후기를 남겨주었어요.
어떤 퀴즈가 있었는지 몇 개 보여드릴테니, 구독자 한 번 풀어보세요.
<초성 퀴즈>
- ㅇㄱㄱㄷ ㄷㅂㅉ ㅇㅇㄱ
- ㅇㄹㄴㅇ ㄹㅁㄱㄹㅅ
<이모티콘 퀴즈>
- 🎨🏛️🖼️🎩🏰🧑🎨👩🎨🦕🦖
- 🏫🧑🎓👩🎓🎓🏛️📐💔💿🎉🎶🏡🌸
레크리에이션이 끝난 뒤에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개강총회부터 시작해서 정기 감상회, 영화제 MT, 작은영화제 등 영공의 행사들을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올해 나온 영화 중에선 어떤 게 제일 좋았는지 순위를 매겨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음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해도 뜨고 첫 차도 뜰 때까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영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았는데,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즐거운 기억이었나요? 아니면, 다음 무비올나잇에는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셨나요? 내년 무비올나잇에서도 많은 분들과 영화를 보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로운 밤을 함께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있겠습니다!
에 디 터 | 김 유 진
* 이 글은 《2024 서강영화공동체 문집》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81기 영공 캘린더
▶️ 3월 14일 (금) 개강총회 완료
🍿 3월 28일 (금)~29일 (토) 무비올나잇 → COMING SOON 🍿
📽️ 5월 3일 (토)~5일 (월) 전주국제영화제 MT
🎥 5월 9일 (금)~10일 (토) 제작단 워크숍
🎉 6월 2일 (월)~4일 (수) 작은영화제
⏸️ 6월 5일 (목) 종강총회
FEELM NO.9 만든 사람들
편집장 | 김예빈
교정·교열 | 강시형 김예빈
에디터 | 김예빈 김유진 박소영
객원 에디터 | 이현준
화요회 | 강석준 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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