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강박

잠든 엄마를 보면서 쓰는 레터

2021.06.20 | 조회 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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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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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잠든 엄마를 본다.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조용히 다가가 인중 위로 살포시 검지를 끌어다가 코끝으로 새어나오는 엄마의 숨을 확인하고, 나도 한 번 깊게 숨을 몰아쉬었을 텐데. 요즘은 이불 한 번 더 새로 덮어주는 것으로 지금 이 순간 이후를 한 번 더 살아보자 다짐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믿음을 선물해준 엄마도 언젠가 불쑥 곁에서 떠나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가시지를 않았던 시기. 그때는 왜 그랬을까. 당연하게 유지될 것 같았던 것들이 온통 깨져버리고 어긋나버려서 그랬을까.

가족 모두 제각자 다른 형태로 큰 몸살을 앓던, 그 일이 일어난 때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때 나이에서 두 배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그때보다는 여러모로 감정을 표현할 길이 생겼지만, 정말 통해야 할 길로 감정을 내보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19 치고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가끔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응어리를 어디에다 옮겨야 마땅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선들도 마주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나의 응어리를 어디에 두고 사는 것일까. 여전히 어려운 문제를 파고 보면 그때의 그 문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가 서 있다. 이건 사람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다.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는 언제나 그런 나를 극복하려는 내가 뒤따라야 한다.

두려워도 조금 더 깊은, 그래서 더 꽉 붙잡고 싶은 동아줄과 같은 믿음을 엮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확인보다는 확신을 하고, 책임을 묻기 전에 책임을 져보는 그런 어른이 되는 방법을 배우려면 역시 어려워도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하는 걸까.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아득하다.

엄마는 커튼을 좋아해
엄마는 커튼을 좋아해

추신, 다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토요일 한낮에 새로운 운동을 체험하고 기차를 타고 엄마가 계신 곳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는 참입니다. 여기 내려와서 해야지 안고 왔던 일은 결국 하지 못했어요. 엄마와 많은 대화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여기서 또 긴 잠을 청하고 깨닫습니다. 피곤함이 몰려들어 깊게 자는 날도 있지만, 유독 깊은 잠을 자게 되는 공간에는 편안한 사람이 있거나 그에 대한 기억이 함께 하더라고요. 오늘은 모두 깊은 잠 청하시길 바랍니다. 얼마 남지 않은 유월도 잘 보내세요.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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