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일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활기를 잃게 하는 반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삶의 리듬을 찾게 하는 안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돌아온다는 것은 단순히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다시 움직이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파리선한장로교회를 떠나 새로운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어떤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교회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누군가는 파리에서 가을을 맞고, 누군가는 다른 도시와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갑니다. 머무는 곳과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함께 예배하고 생활했던 시간 역시 각자의 현재를 이루는 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시 움직이는 계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일상과, 그 안에 남아 있는 우리의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미디어 선교부 드림

따뜻했던 지난날의 좁은 길
임준녕입니다.
선한 가족 여러분, 파리는 이제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신가요? 고국은 연일 비가 내립니다. 이제야 조금 시원해지려나 봅니다.
평생 서울에 살았는데도 파리가 그립습니다. 강도, 도로도, 건물도 모두 넓고 길어서 어디로, 언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파리의 좁은 길은 불편해도 이상하게도 더 포근했던 것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 ‘Sur’보다는 ‘dans’ 하고 있으니까요. 선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안에, 누군가의 품 안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했던 모양입니다.
근황을 쓰라고 하시니 잠깐 남겨보자면, 저는 지금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안 어울리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도,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일도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듯 저도 나름 사회의 한 부속이 되어 하루하루 굴러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기계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고장 나면 다른 것으로 바뀌는, 그저 그런 기계처럼요. 그럴 때면 저를 기억해 주시는 목사님, 사모님, 집사님, 형, 누나, 동생, 그리고 다현이 덕분에 ‘아, 나 사람이었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서울이나 파리나 살아가는 것이 힘든 건 매한가지일 텐데, 제가 파리를 너무 아름다운 환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그냥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길이 좁아서 좋았다.”
길이 얼마나 넓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길이 어떤 품 안에 놓여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우리에게 특히 더. 그래서 우리는 파리의 좁은 길을 조금 더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좁은 길을 걷고 있는, 좁은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다시 만나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세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14 (개역개정)
01.09.2026 서울에서,
쏘낭 임준녕 형제 드림


고베에서 보내는 9월의 편지
아침마다 고베 날씨를 확인하다가도 종종 파리의 기온을 들여다봅니다. 옷차림이 두꺼워진 SNS 속 파리 풍경을 보면 센강 변의 서늘한 바람과 물들어가는 가로수가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지난 7월 고베로 복귀해 여전히 늦더위와 씨름하고 있지만, 제 마음 한구석은 늘 아름다웠던 파리의 가을과 그리운 일상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선한장로교회와 함께했던 시간들은 돌아볼수록 참 감사한 기억입니다. 창문도 에어컨도 없어 우리만의 비밀 아지트 같았던 교육관과 주일 2부 예배를 위해 장비를 옮기며 땀 흘리던 청년들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선합니다.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 늘 그 자리를 지키던 얼굴들 사이의 잔잔한 유대감도 가슴 깊이 남아있습니다. 소중한 교우분들과 함께한 그 모든 순간은 제가 사랑했던 파리 생활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바캉스 동안 텅 비었던 지하철과 거리에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고, 성도님들 모두가 저마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반가운 9월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데리고 온 빈대 때문에 사무실이 폐쇄되어, 내심 반가운 재택근무를 즐겼던 파리만의 가을 해프닝도 문득 생각나 미소 짓게 됩니다.
새로운 시작 앞엔 약간의 긴장이 함께하겠지만, 늘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동지들(Camarades)이 있으니 씩씩하게 첫발을 내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 계절을 맞이하는 모든 교우분들의 매일에 크고 작은 기쁨이 깃들길 바랍니다. 때로 그늘진 날이 찾아오더라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리라 믿으며 고베에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남전도회 안원진 집사 드림


지나온 시간이라는 선물, 그리고 새로운 시작
프랑스를 떠나 온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수요일 반가운 이름 남기백 목사님의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따뜻한 안부인사와 함께 뉴스레터에 내 글을 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평생 글 쓰는 재주가 없다고 생각해 온 터라, 안부 인사도 하기 전에 ‘허거걱’이라고 답장을 보내고 말았다. 친절히 교정도 해 주신다는 말에 무슨 용기가 났는지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개강이라는 주제로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긴 바캉스를 보내고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새 학기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신나 하던 우리 서진이가 떠올랐다.
새 학기 선생님도 바뀌고 교실도 친구들도 바뀌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려면 긴장되고 두렵기도 할 법하지만, 늘 신나 있었던 우리 막둥이가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8월 낯선 미국 땅에서의 개학을 맞은 서진이는 그간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사춘기 초입의 아이는 자신이 왜 부모의 사정으로 사랑하는 프랑스를 떠나야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미국으로의 이사가 자기 인생 망쳤다며 한참을 원망하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1년이 지난 이번 8월의 개학은 달랐다.
개학 전 오픈 하우스 날에 본 서진이는 새로 와 영어가 서툰 한국 친구들을 안내해 주고,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인사도 하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1년만에 ESL 수업을 패스할 만큼 다른 수업도 잘 따라가며 여전히 축구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그런 서진이를 보며 하나님의 따뜻한 돌보심을 느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낯선 미국 땅에서 지난 1년은 서진이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새로운 랑트레 Rentrée의 시간이었다. 두려움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든든하게 함께해 주셨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크고 놀라운 계획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고 돌아보게 하신다.
휴가가 별로 없는 미국에 살다 보니 프랑스에서의 시간들이 참 그립다. 랑트레 Rentrée 전날 아이 학교 앞 게시판에서 배정된 반과 선생님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웃던 시간, 아침 등교 시간에는 누가 누가 새까맣게 그을렸는지,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 지난 바캉스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하던 여유로운 아침이 생각난다. 순간순간이 보석처럼 소중했던 프랑스에서의 시간들이 너무나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사랑을 나도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은혜와 사랑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여전도회 배인숙 집사 드림


하반기 예배 일정 안내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다다랐고, 잠시 쉬어 가던 방학을 지나, 일상과 공동체도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의 중심에는 예배가 있겠죠?
9월 6일 주일, 하반기 첫 예배를 함께 드립니다. 이날은 성만찬도 함께 나누며 다시 한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며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 드리고, 앞으로의 걸음을 주님께 맡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개강과 함께 모든 부서의 모임과 예배가 다시 시작됩니다.
잠시 쉬어갔던 화요예배와 수요기도회도 다시 시작됩니다.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며 우리의 믿음을 굳게 하고 공동체의 하나 됨을 다시 세워 가기를 바랍니다.
🤲🏻 주일예배 1부 : 오전 11시
📍 장소 : 교육관 (18 Rue Jean-Baptiste Pigalle, 75009 Paris)
🤲🏻 주일예배 2부 : 오후 3시
📍 장소 : 본당 (5 Rue Roquépine, 75009 Paris)
🙏🏻 화요예배 :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교육관 (18 Rue Jean-Baptiste Pigalle, 75009 Paris)
🙏🏻 수요기도회 :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 장소 : 본당 (5 Rue Roquépine, 75009 Paris)
교회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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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1부 · 쏘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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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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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세상 사이에서 씨름하는 청소년들이 신앙 안에서 함께 자라는 모습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 하나에도 친구들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답니다!
👦 아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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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귀여운 아이들이 찬양하고 뛰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나요? 다음 세대를 향한 기도의 마음을 담아, 이 계정에도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려요!
미디어 선교부 명한나 드림


오늘의 기도
사랑이 충만하신 하나님,
하반기를 열어 가는 새날을 우리에게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여름 바캉스와 쉼의 시간을 지나 가을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주님과 함께 맞이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됩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배움과 일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설렘으로 시작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나며 지치거나 무뎌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시고,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 단순히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간이 되지 않게 하시고, 주님을 더욱 알아가고 닮아가는 시간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계획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게 하시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을 때에도 주님께서 우리의 앞길을 준비하고 계심을 믿게 하여 주옵소서.
이 가을, 우리의 일상 곳곳에 주님의 은혜가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 바쁜 하루 가운데에서도 잠시 멈추어 주님을 바라보게 하시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배움과 일, 만남과 선택 하나하나가 주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새로운 시작의 설렘도, 아직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도 모두 주님께 내려놓습니다. 이번 계절에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으시며, 우리의 걸음마다 함께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미디어 선교부 김신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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