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오늘은 ‘아구통 선생님’ 장형우 교수님이 쓴 ‘비만록’ 읽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분께 사실 좀 질려 있었습니다. 저도 2~3kg 빼는 데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도 처방이 가능한가 하는 단순한 질문에 실제 비만인들이 악다구니를 들고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더러운 손톱에 이 고결한 피부가 상해를 입었습니다. 아니 지들이 먹고 왜 화를 나한테 내? 하여튼 그 말만 하면 사람들이 제 아구통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그 교수님 나온 유튜브를 본 적이 없는데 제 아구통은 상상 속에서 십몇 차례 돌려진 셈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짤을 봤는데요(이것도 유튜브로 본 건 아닙니다). 비만은 고치기가 불가능한 질병이다-라는 말을 저 교수님이 하셨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라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 교수님 역시 평생을 비만으로 고생하셨던 분이셨더군요. 어릴 때부터 그랬고(초고도비만은 보통 다 어릴 때부터 그렇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고생하셨다고요. 특히 비만 대사 수술이라는 게 있는지 몰랐는데요. 위 소매 절제술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위밴드 수술 말고 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라고 하네요. 이것도 충동적으로 받은 게 아니라 같은 병원에 있는 다른 외과 의사분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고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계속 살이 다시 찌셨다고 하고요. 물론 저 수술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적게 먹게 돼버리니 고열량 음식을 먹는 쪽으로 선회하게 된 겁니다.
이후 선생님이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로 이어지는 GLP-1 수용체를 맞기 시작하며 비만이 아닌 몸무게가 됐고, 현재는 운동까지 겸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교수님이 나오는 유튜브만 봐도 다 나오는 내용이긴 해요. 다만 자신을 실험체처럼 날짜까지 기록하며 증상을 전부 적어놓은 게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래는 제가 읽으며 흥미롭게 본 부분들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도 비만을 체질량지수 BMI (3단계 비만) 이상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전제로 모든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BMI 이상(2단계 비만)이면 이미 심각한 비만 상태로 보는 것이 옳으며, 이 집단도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도 비만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특히, 수많은 사람이 고도 비만을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과체중 범위인 BMI 23~25에 들어가고 그것을 수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25~26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몸이 좀 무거워진 듯해서 저녁 식사를 거르거나 줄이고 운동을 좀 했더니 5~6kg 정도를 몇 달 만에 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스토리는 흔하다.
그런 사람들이 고도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량에 대해 훈수를 두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말은 고도 비만 환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고도 비만은 이미 정상에서 벗어나도 너무 크게 벗어난 질병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비만 상태로 살았고 또 여러 번 체중 감량에 실패했던 나에게 고도 비만은 천형(天刑)처럼 느껴진다. 원래 천형은 문둥병(혹은 나병)을 달리 부르는 말이지만, 고도 비만 환자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그렇게 느껴진다.
세트 포인트 이론은 생리학(生理學, physiology)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이다.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과 관련이 있다. 즉, 체중의 세트 포인트 이론은 체중을 특정 지점에서 유지하려고 하는 체중항상성이 우리 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트 포인트 이론에 따르면, 체중항상성은 시상하부(hypothalamus)를 중심으로 한 중추 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렙틴과 그렐린 등의 호르몬 시스템, 대사 적응, 장내 미생물, 갈색 지방 조직 등 다양한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매우 강력하여 [...]
"정작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투약해야 할 환자들은 투약을 권유해도 시큰둥하거나,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투약할 필요가 없거나 투약해도 건강상의 이득을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주로 미용상의 이유로) 위고비나 마운자로 처방을 받고 싶어 하죠."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일화(anecdote)성 반례가 몇 건 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고도 비만 환자들의 식습관, 생활 패턴, 생활 속에서 겪는 문제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많다. 고도 비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책은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고도비만인 사람이 살을 빼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세트포인트 이론 역시 이론일 뿐이지만, 세트포인트(아무것도 안 하고 먹고 싶은 걸 다 먹었을 때의 몸무게)에서 벗어나면 신경계를 비롯한 몸의 모든 부분이 기저에서 작동해 세트포인트로 몸무게를 회귀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인간은 거대한 호르몬의 파도에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아직은 이론일 뿐이겠지만 제가 이걸 보고 저는 다시는 비만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여기에 쓰고 있습니다. 설명은 드려야 하니 잠깐만 말씀드리면, 저 선생님은 저와 키가 비슷하신데 저분은 최대 몸무게가 110kg대, 저는 130kg대였습니다. 제가 살을 더 뺐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선생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BMI를 재보니 42가 나왔습니다. 헐.
그런데 교수님 대비 제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저분은 먹는 걸 매우 좋아하시고 많이 드십니다. 저는 억울하게도(!) 일반 고등학생 대학생 남성 대비 특별히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랬는데 133kg였던 것이죠. 억울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절식하는 게 다른 사람보다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몇 달 지나고 괜찮아졌어요. 게다가 굶어서 살을 빼면 근육량 문제나 골밀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부분에서 타고난 면이 있어서 큰 문제가 없습니다. 운이 안 좋은데 좋은 이상한 상황. 저처럼 절제로 고도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타입의 사람들도 입맛은 살찌는 입맛 그대로인데, 그것도 제 나름대로 파훼법을 많이 찾아놓은 상태입니다. 타코 느낌의 샐러드를 먹는다든지 하는 것.
제가 살을 뺀 건 온 세상이 차별해서였어요. 그게 20년쯤 전인데 정말 심했습니다. 길에서 호떡 같은 걸 먹고 있으면 저러니까 살이 찌지 같은 욕을 길거리에서 생면부지인 어른한테 듣고, 살 빼라고 태권도장 가면 태권도장에서 차별당하고, 수영장 가면 수영장에서 차별하고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고, 그 순간부터는 미래를 살기 위해 학대와 차별에 가까웠던 모든 것들에게서 졸업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제 삶을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덧붙여 고도비만인 사람이 방어적인 경향이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고요. 이들이 왜 방어적으로 변했는지는 잠깐만 생각해도 해답이 나옵니다.
현재의 상태에서 아쉬운 건 밥을 못 먹는 건 아니고요(가끔 아쉽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식사를 하면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을 때가 가장 아쉽습니다. 미팅, 데이트 뭐든 식사가 껴 있죠. 밥을 꼭 같이 먹고 싶던 아쉬운 사람이 “오늘만 먹으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오늘이 무너지면 내일이 무너지고, 미래가 전부 무너지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제 앞에 산해진미가 있어도) 예외 같은 건 없는 거예요.
하여튼 이 차별의 시대를 살아온 입장에서 몇 가지 반가운 밈 모먼트가 있었습니다. “행복한 고경표” 짤 아시죠. 그걸 보고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카더가든 채널에서 잘 먹는 초등학생들이 신나게 먹는 콘텐츠가 있는데요. 행복해집니다. 그다음 모먼트가 아구통 선생님의 등장이었습니다. 저 교수님이 비만학이나 내분비계 전문가는 아니지만(심혈관 흉부외과 전공)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것들보다는 과학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더군다나 장형우 선생님은 교우관계가 좋은지 병원 내부 다양한 전문 의사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그 이후 나온 책이라 더 믿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사이자 환자인 분이 나와서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말해준 건 아마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네요. 대부분은 원래 날씬한 사람들이 다이어트법을 말해주는 거기 때문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닌데 장형우 선생님은 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같네요(ㅋㅋㅋ). 저 같은 사례도 올바른 사례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함구하고 삽니다. 운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욕하지 않기 위해서.
책은 금요일 업무 중 짬짬이 보았는데도 그날 다 읽었을 정도로 빠르게 읽히고요. 분량 자체도 150p 정도로 크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선생님이 좀 사이다성으로 발언하는 경향이 있어 초반의 1/4 정도는 좀 읽기 어려웠습니다만 그 이후부터는 진솔하고 냉혹한 자기평가가 등장합니다. 간만에 비문학 책을 추천드리네요.
이 책은 읽고 싶은 분이 있다면(제가 접어가며 읽었기 때문에 지저분할지도 모릅니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근처 서점에서 읽어보시고 구매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여러분이 모르는 세상이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또 원래 그랬던 사람인 것처럼 함구하면서 지내겠습니다. 여러분, 저녁 미팅은 좋지만 점심 미팅은 자제를 부탁드리며, 저는 주중에 반가운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뿅.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