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한국에 돌아온지 9일차인데 아직도 중국 현지 음식 차원 달라 병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진짜로 차원이 달라요. 만원치 사면 5만원치 줍니다. 마라탕은 먹지 않았고요. 주로 딤섬 먹었습니다. 뭘 먹었는지는 전 편으로 확인해주시고요.
여러분 최근 중국 가보셨나요? 중국이 많이 발전한 건 맞지만 특유의 가두리 때문에 불편한 건 좀 있습니다. 우선 AI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물론 국내에서 로밍 e심을 가져가면 VPN 적용한 것처럼 쓸 수 있습니다만 모든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VPN 자체도 그렇게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뿐더러, 로그인이 한번 풀리면 되돌리기가 어렵거든요.
우선 지메일을 로그인용으로 쓰면-구글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아웃룩을 쓰면 그나마 나은데 메일 자체가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결국 저는 폰에 깔려 있던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를 모두 못 쓰게 되었습니다. 업무 PC도 출장 업체가 잡아준 호텔을 벗어나자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금요일 오전의 일입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약 2.5일 동안 저는 AI 없이 살아야 했죠. 세상 모두에게 있는 AI가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중국인을 붙잡고, “이보시오, 이 빵 드릴 터이니 챗GPT 한번만 쓰게 해주시오”했다가 엉덩이 걷어차이고 쫓겨날 판이었습니다. 이보시오 AI 챗봇 이게 하나가 갖고 싶소… 질문 세 번만 하게 해 주시오. 맛집, 숙소, 편의점 위치만 묻겠소. 그러나 저에게는 그 한번의 기회도 없었습니다.
우선 계획한 촬영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촬영을 할 때는 어찌저찌 딥시크를 썼습니다만, 앱을 쓰려면 중국 전화번호가 있어야 해서 웹으로만 썼고요. 알리페이 앱에도 AI가 달려 있는데 제가 써본 모든 AI보다 부족했습니다.


AI가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저의 AI 도입율은 일반 수준을 상회합니다. 모든 데이터분석을 AI가 대신해 아침에 리포트를 받고, 그 수치를 참고해 업무를 짭니다. 과거 태국에서는 AI에게 물은 지식만을 기반으로 여행도 한 적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중국에서 갑자기 빈털터리가 된 것입니다.
저녁을 식당에서 먹고 숙소로 돌아와 비장하게 그날의 일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글쓰는 AI요? 물론 맥북에 온디바이스 AI가 있지만 그런 건 쓰지 않습니다.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불길처럼 치솟는 노을, 그걸 안구에 새기고 있는 야수같은 중국인들을 기록하려면 AI 따위로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할 수야 있겠죠. 그러나 그런 글은 개인적일수록 사랑받는 법이므로, 키보드에 넘실대게 가득 채웠습니다.
글을 다 쓴 후에는 낮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논문의 수치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직장에서는 논문을 AI로 요약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검토한 그 논문의 원문을 찾아 들어가 수치가 있는 장표까지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찾았습니다. 이 과정이 지난하기도 하지만 요약본에는 없는 그림이나 장표를 보며 세렌디피티를 느낍니다. 결국 수치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오전에 내가 내렸던 가정이 틀렸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랬습니다. 인간은 틀릴수도 생각할 수도 있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불가하자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은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마산’이었고요. 야수 같다는 걸 넘어 야만스럽기까지 한 굉장한 글솜씨에 감탄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 당연했던 이 일이 숭고하게 느껴지더군요. 나는 누구의 두뇌로 살고 있는 것인가, 나의 뇌로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도착합니다. 결론은 내 두뇌는 아니라는 것. 이 요망하고 개구진 두뇌는 요즘 용도를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다시 용도를 만들어 줘야겠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저에게 AI는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미국에 있고 챗GPT를 쓰지 못했다면 맥도날드 AI라도 썼을 겁니다. 같은 의미로 알리페이 앱 내 AI, 위챗 미니프로그램 AI에게도 질문을 해보았습니다만 답변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기록해 뒀던 메모를 켜서, 지도를 펼치고(물론 앱이었습니다) 장소 이름을 하나씩 입력해 가며 교통편을 메모하고 찾아 모든 촬영을 다 마쳤습니다.
AI가 없으면 귀찮은 작업이 많이 생깁니다. 그러나 반대로 AI가 사라지자, 저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됩니다. 아, 그랬지. 나는 이렇게 야성미 넘치는 사람이었지. 내가 재미 없어진 건 순 AI 때문이군 이라며 변명도 할 수 있게 됐고요. 콘텐츠를 만들 때 과거의 무시무시한 점을 되살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도 AI 디톡스를 하..진 마시고(힘듭니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인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쓸모가 있을 겁니다.
왠지 쌩으로 글 쓰고 뿌듯해하고 있는 20년 차 작가는 이제 물러갑니다. 다음 주에도 AI 터치가 없는 야수 같은 글로 돌아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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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씨
꽤 오래전 싱가포르로 출장을 갔습니다. 마침..! 월드컵 시기였고, 우리나라의 중요 경기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머문 호텔의 채널에서 경기를 볼 수 없었습니다. IP 이슈로 네이버같은 국내 포탈의 중계도 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한국 사무실에 있는 PC에 팀뷰어를 동작시키고, 싱가포르의 노트북에서 한국에 있는 PC에 팀뷰어로 접속하여 무사히 즐겁게 월드컵을 시청했었습니다. 뭐.. 그랬었다고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종철입니다
아 싱가포르도 접속이 안 되나보네요. 신기하군요. 사실 요즘은 불법으로 보려면 볼 수는 있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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