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한 거 되살리기. 그 어려운 걸 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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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걸 되살리느니,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게 차라리 더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망한 상업공간을 되살리는 심폐소생술 허슬링 이야기가
너무도 흥미진진하여 레터를 쪄왔습니다.

1. 신사동 '가로골목'을 아시나요.
4년 전 야심찬 시작과 달리 트래픽 흥행에 실패한 이지스 자산운용의 문제작이
올해 NFT와 브랜드 팝업으로 제 2막을 꿈꾸고 있다고 하여 그 내용을 정리해보았구요,
2. 짧게 남기는 업무일지와
3. 리서치 중 스크랩한 흥미로운 발췌를
준비하였습니다. 

1. 가로골목의 야심찬 시작과 이내 찾아온 위기

가로골목은 대지 약 219평, 연면적 약 720평, 지하2층 지상5층 규모의 복합상업시설로, 2019년 8월 오픈했습니다. 이지스 자산운용과 네오밸류가 함께 기획・투자하고, 시스템랩 김찬중 소장이 디자인을, 그리고 베리앤머치에서 리테일 프로듀싱을 맡았죠.

오픈 당시 가로골목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싸기로 유명한 신사동에서 파격적인 리테일 공간 비즈니스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이지스 자산운용은 스몰 브랜드 친화적인 리테일 운용을 시도했습니다. 입점한 작은 브랜드는 높은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를 극복하며 공간 콘텐츠를 제공하고, 가로골목은 더 다양하고 트렌디한 공간 콘텐츠를 채워나가며 신사동의 랜드마크가 되길 원했죠. 다시 말하면, 콘텐츠를 통한 리테일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정통적인 자산운용방식인,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비즈니스와는 사뭇 다르죠?

가로골목은 인사동 쌈지길을 인수한 이지스 자산운용이 그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티프를 얻어 기획한 곳이에요. 1층을 오픈 스페이스로 비웠고, 윗 층의 점포는 작은 유닛으로 쪼개어 경사진 골목을 둘러 연결시켰습니다. 쌈지길과 같이 뚜렷한 층 구분없이 전 층을 구경할 수 있었던 덕에, 1층부터 4층까지 임대료가 같았다고 해요. 스몰 브랜드는 보증금 없이 평당 50만원 혹은 매출의 20%의 임대료로 입점할 수 있었으며(인근 임대료는 120만원 이상 수준이었습니다), 입점 계약은 3개월 단위로 갱신되었습니다.

가로골목의 힘찬 시작은 오래 가지 못하였습니다. 오픈 해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작은 유닛의 점포 공간과 내외부의 경계없이 만들어진 공간 설계는 오히려 발목을 잡았고, 3개월 단위의 짧은 계약기간 때문에 공실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시점에도 여전히 장소에 대한 인지도와 트래픽은 낮고 공실은 이어졌죠. 그렇다고 이지스 자산운용에서 가로골목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조직 내 '공간콘텐츠실'을 통해 가로골목을 주요 사업으로 다루는 등의 시도를 이어갔고, 올해 여름 드디어 가로골목 제 2막을 시작한 것이죠.

2. 이제는 '에어드랍 스페이스'라고 불러주세요

메이드 코퍼레이션은 브랜드 마케팅에 전문성을 갖춘 컨설팅 에이전시입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기획 및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더불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실물자산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죠. 메이드 코퍼레이션의 자회사 '에어드랍'은 NFT 멤버십과 오프라인 트래픽을 연계짓는 '웹3 부동산 디벨로퍼' 프로젝트를 준비해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NFT 멤버십의 멤버들에게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상의 자산을 실물경제(자산)과 연계하여 실제로 경험가능한 가치로 만드는, 웹3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시도인거죠. 에어드랍 프로젝트의 첫 테스트 공간을 찾던 와중에 이지스 운용자산과 운명적으로 연이 닿고, 가로골목에서 그 시작을 함께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름도 가로골목에서 '에어드랍 스페이스'로 바뀌었어요.

구조는 이렇습니다. 메이드 코퍼레이션은 이지스 자산운용에게서 전체 공간을 마스터리스*합니다. 메이드 코퍼레이션(에어드랍)에서 직접 기획・운영하는 f&b브랜드를 테넌트로 입점시켜 상설 콘텐츠도 넣었죠. '에어드랍 카페', '에어드랍 스낵', '에어드랍 프릿지(위스키보틀샵)' 등의 브랜드입니다. 또한 메이드 코퍼레이션에서 담당하는 다양한 브랜드 팝업 행사를 끌어와 이곳을 베뉴로 삼으며 추가 방문객을 발생시킵니다. 이 때 전체 건물의 비주얼과 콘텐츠를 팝업의 톤앤매너로 변경하여 보다 몰입적인 경험을 만들고, 행사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입점 f&b브랜드로 끌어들여 추가매출을 만듭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상설 f&b 콘텐츠와 브랜드 팝업에서 NFT 멤버십으로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에어드랍은 멤버십에게 NFT 구매가격과 동일한 에어드랍 브랜드 포인트를 지급하고, 추가 할인, 공간 예약, 커피 오마카세와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 이용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브랜드 팝업을 통한 트래픽 뿐만 아니라 에어드랍 자체에서 보유한 멤버십을 통한 트래픽까지 유도하는 거죠.

2023년 7월 봄베이 사파이어 팝업을 시작으로 에어드랍 스페이스의 새로운 모습이 대중에 드러났습니다. 당시 목표 방문객은 1200명이었는데, 12일의 기간동안 32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방문했다고 해요. 그 후에도 하나증권과 프린트베이커리, 글로벌 명품쇼핑몰 파페치의 첫 국내 팝업까지, 에어드랍 스페이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차게 쌓아가고 있어요.

3.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여기에 있습니다

본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고병기 기자는 에어드랍 스페이스의 새로운 시도가 가로골목을 기획했던 이지스 자산운용의 초기 의도 및 프로젝트의 정체성과도 닿아있다고 봅니다. 쌈지길에서 가져온 모티프처럼, 다양한 플레이어가 각자의 색을 잃지 않으며 공간과 함께 하는 것,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콘텐츠로 공간을 채우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방문객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본거죠.

기존의 부동산 투자방식인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이상의 부동산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솔루션의 시도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에어드랍 스페이스 또한 기본적인 임대매출과 영업매출을 넘어, NFT 멤버십 연계 매출과 팝업 기획운영에 대한 매출 등 다방면의 수익구조를 한 공간에서 만들어나가고 있죠. 이런 새로운 가치창출의 시도는 특히나도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점점 그 규모가 줄어드는 리테일 섹터에서 더 흥미롭게 지켜볼 사례입니다. 임대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공간 경험을 통한 트래픽으로 임대료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선례가 다양하게 쌓이며, 보수적인 부동산 업계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랜드 오픈'이 제일 힘듭니다. 그치만 '계속해서 잘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제 막 출발선을 끊고 달리기 시작한 에어드랍 스페이스가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랜드마크가 되길, 리테일 업계에서도 롱런하는 플레이어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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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아티클

최고보다 최적화된 서비스를 찾아서 ☃︎

연휴동안에는 집에서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일도 하며 천천한 시간들을 보냈다. 출근을 앞 둔 일요일, 유투브를 하염없이 스크롤하다 '나중에 봐야지'하고 저장해둔 토스 PO SESSION 영상을 클릭했다. 암, <유난한 도전>의 독자라면 '토스'와 '이승건'이란 단어에 괜히 열정이 불끈불끈, 마음이 두근두근대기 마련이지. 이승건 리더는 실패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실패에 익숙해져야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너무 잘났고 이 서비스 대박인데'하며 온갖 기능 및 디자인을 발전시키기 보다, '우리 이번에 또 실패할거니까 빠르게 실험하고 레슨 얻고 넘어가자'의 팀 문화가 훨씬 기민하고 명료하게 시장의 수요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실패가 익숙한 팀 문화 권장이라뇨.

마침 오터시티 내에서도 남해 워크숍에서부터 연휴 직전까지 지난하게 이어지던 논의 주제가 있다. 지금까지 운영해온 팝업서비스에 대한 회고와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도 이어갈 서비스 이터레이션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빠르게 실험해갈 것인가. 정확하고 빠르게 가기 위해선 하나씩 검증하며 가야한다는 이론적 가이드는 모두가 잘 알지만, 하나의 팝업을 완료하는 데에 시간과 인력, 예산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공간 비즈니스의 한계를 여실히 느낀다. (그러니까 부동산계가 아직까지도 이렇게 보수적일 수밖에 없지.) 아직은 에이전시의 형태를 띄는 우리는 어떻게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종종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올해 초여름 서울가드닝클럽 대표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최고의 것이 아닌 최적의 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고객중심사고가 아니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합리적인 비용, 매끄러운 프로세스, 높은 사용 편의성을 갖춘 서비스가 먼저다. 세련되고 감도 높은 것은 그 다음이다. 마음에 따뜻한 각인을 남긴 그 대화의 끝인사는 잘 살아남아보자는 격려였다.

우리는 여전히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가고 있다. 크고 작은 한계와 실패가 매일같이 눈 앞을 가리지만 말이다.

🍪 고병기 기자의 브런치(2021.2.24.)에서 발췌한, 2021년 이지스 자산운용의 메세지입니다. 2년 전의 글인데도 '임차인 중심', '공간 운영 능력의 중요성' 등의 개념이 지금 활발히 작동하는 것을 보면, 이지스 자산운용이 얼마나 기민하게 시장을 보고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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