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하게 새해를 시작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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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소보카도입니다.
1호 레터를 보내고 음, 4개월만인가요? 뻔뻔하게 돌아왔습니다. 😎
그간 멋진 공간기획프로가 되려 열심히 살았고
그 내용을 다시 알차게 레터에 담아 구독자 메일함으로 보냅니다.

[1] 그동안의 근황을 담은 스타텁 업무일지와
[2] 휴식기에 다녀온 제주에서 제일 좋았던 와인바 용기의 공간 전후사정,
[3] 그동안 흥미로워 모아둔 찹찹스크랩을 준비하였습니다.

 팝업 두 개를 만들고 수명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가제: 레터가 늦어졌던 변명을 구구절절 남깁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는 브랜드와 카페의 콜라보 팝업이다. 본격적인 서비스 런칭 이전, 두 개의 파일럿 팝업을 기획했다. 지난 10월부터 준비했던 팝업을 12월 중순 오픈하여 크리스마스를 거쳐 1월 1일까지 운영 후 철거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독, 자주 울면서 일했다. 종종 불안하고 답답했다.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보기에 좋은 것들을 파트너도 좋아해줄지 방문객도 좋아해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팀의 규모에 비해 일이 너무 많아서, 잠시라도 내가 멈추면 그냥 모든 일이 멈춰버렸다. 숨어 쉴 곳이 없기에 정신을 단단히 잡고 눈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그럴 때는 이상하게도 5년 전쯤 어떤 건축토크시리즈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젠틀몬스터의 실험적인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비주얼 아트 디렉터의 세션이었다. 젠틀몬스터도 초기에는 대표 혼자서 영자신문을 배경으로 안경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해서 이리도 감각적인 브랜드가 되었나요" 란 질문에 "사실 브랜드의 시작은 이렇게나 촌스러웠답니다" 라고 대답한 부분이었다. '젠틀몬스터도 처음엔 영자신문 수준이었다고..🤨'하면 웃기게도 마음이 진정되었다. 미약한 시작 위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힘에 대해 생각했다. 속도감 있게 시장에 반응하는 기민한 도전을 생각했다.

다행히 팝업에 대한 반응이 꽤 좋았다. 글자와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실제 경험이 될 때 오는 후련함 같은 것들이 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 내가 지샌 밤들이 헛된 고생은 아니구나 싶다. (그렇게 생고생을 잊는 프로마감러가 되고..)
하지만 뿌듯함은 늘 딱 3일 짜리 감정이다. 그 뒤로는 익숙함과 아쉬움 같은 것들이 따른다. 사실 이번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정말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연말 시즌이었기에 모객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처음'이어서 허용되는 관용도 있었다. 상황상 큰 의미없이 진행했던 요소들이 의외로 너무 큰 호응을 받았고, 그 반대도 있었다. 관건은 운을 실력으로 바꿀 수 있는가,이다. 결과로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무엇이 왜 좋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알아야한다.

여전히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붉은 와인 한 잔에 일단 시작해 볼 푸른 '용기'

1. 파도식물, 한남에서 탑동까지

파도식물은 한남동을 기반으로 다육식물과 선인장 중심의 식물활동을 펼쳐온 팀이다. 선인장의 구불구불한 모습은 마치 파도와 닮았고, 파도식물 키컬러인 코발트블루가 초록 식물과 뜬금없이도 잘 어울린다. 곱씹어 볼수록 멋진 이름이다.

광고업을 베이스로 한 팀답게 파도식물은 꽤 감각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코발트블루를 시그니처색으로 하여 독특한 모양의 선인장 화분으로 재미있는 공간들을 만들었다. 관성적으로 접근했던 러스틱, 빈티지, 감성적이고 따뜻한 우드톤으로 접근하던 기존 식물공간과는 달리, 채도 높은 색과 플라스틱, 철과 같은 소재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주얼과 감도 높은 공간을 과감하게 풀어내었다. 그 감각은 다양한 곳에서 환영받아 브랜드 협업작업과 공간연출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2021년 여름, 그들은 한남동 공간을 정리하고 제주 탑동으로 내려왔다. 탑동의 아이돌, 디앤디파트먼트의 플랜테리어를 담당하게 된 것을 계기로 하여 제주, 디앤디 바로 옆 건물에 '용기'라고 하는 와인바를 오픈한 것. 식물을 만지던 그들이 주방에 선다는 것은, 파도식물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2. 이곳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사랑과 용기를

파도식물에게 F&B는 바로 '용기'였다. 그리고 파도식물이 생각하는 용기(good power)는 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술과 음식에서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곳을 방문하는 당신 또한 그랬으면 하기에 속 편한 요리와 대화의 온도를 올려주는 술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이곳까지 발걸음 한 이들에게 파도식물이 용기를 전하는 방식은 섬세하다. 와인을 주문하면 '사랑할 용기'를 불어넣을 와인잔에 담아 서빙한다. 음식은 비건이거나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내추럴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으로 내어주는 안주는 삶은 땅콩. 메뉴와 좌석 위 안내 문구들은 한결같이 따뜻하고 위트있다.
1주년 기념으로 '춤출 용기'라는 이름으로 DJ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용기의 멤버들이 직접 DJ로 나섰다. '고장 난 면 티나 맨투맨 삽니다'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도 있다. 자신의 면 티 혹은 맨투맨을 가져오면 그 위에 '용기' 로고를 새겨주는 이벤트였다.

3. 숲으로 오세요, 와인을 마셔요

용기로 가는 길에는 숲을 지난다. 나무를 헤치며 걷다보면 와인냉장고도 만나고, 파도식물의 파란 식탁과 의자도 만나고, 강아지 덤보도 만난다. (귀여움..)

초록 식물들 사이에서 파도식물의 코발트블루가 역시나 눈에 톡 튄다. 의자와 물컵 등의 가구집기가 파란색이고, 직원들 또한 파란색 포인트를 하나 이상 꼭 착용하고 있었다.
철제와 식물은 물성과 온도가 정반대이지만 오히려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초록식물과 파란 집기, 그리고 철제의 조화. 우리는 이것을 센스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100평의 공간, 10미터의 키친이 무색하게 좌석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사람의 공간만큼 화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사이마다 우거진 화분들이 빼곡 한데, 그래서 꽤나 진짜 숲에서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 들고, 우리 밖에 없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마주치는 느낌도 든다. 좌석의 영역성이 확고한 덕에 우연히 옆자리의 험담을 엿듣거나, 무안하게 눈이 마주치는 일이 없다.

눈 닿는 곳마다 식물이고 잎파리이고 푸른색이다. 그저 곁에 앉은 동행과 따뜻한 이야기 한 번 더하고, 속 편한 음식을 한 번 더 입에 넣게 된다. '지금'에 충실해지는 공간, 플랜트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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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Script. 눈치채셨나요?
기존의 반말체가 존대가 된 것을!
키컬러가 바뀐 것을!
레터 구성이 조금 더 심플해진 것을!
안녕하게 다시 구독자찹찹의 메일함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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