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내일이면 어느덧 금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목요일 굿모닝이야☀️
오늘은 이틀만에 드디어 영목우놓(제목) 2부를 들려줄 차례야. 🥁🥁🥁 제목에 너무 어그로를 끌었나 싶은데 그래도 재미있게 들어주길 바라!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내가 영국에 처음 가서 겪었던 발음 충격과 말이 안 나오던 얘기를 했었지? 이번엔 내 영어 실력이 늘게 된 이야길 들려줄게.
도망갈 수 없는 환경
내 영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때는 취업비자를 준 회사 '러쉬'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야. 러쉬는 한국에까지 매장이 있는 글로벌 회사지만 본사는 의외로 런던이 아니라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그 동네엔 외국인이 별로 없었어. 본사 직원들과 마을 사람들까지 거의 모두가 영국 백인이었어.
태어나서 나만 다른 인종이라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어. 늘 같은 한국인들만 있던 한국, 아니면 다인종으로 둘러싸인 런던에만 살았으니 당황스럽더라구... 자꾸만 내가 외계인같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쪼그라들어버렸어. 근데 한편으로 이말은 즉슨...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빼박 영어인 환경에 박혀버렸다는 뜻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런던에서 2년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영어가 많이 늘지는 않았어. 작은 뉴스 매거진 회사에서 일했는데 나 혼자 디자이너라서 하루종일 음악 들으면서 작업했거든. 회의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브리프 받을 때만 에디터랑 얘기했으니 별로 영어로 말할 필요가 없었어. 밖에서는 한국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한국예능프로를 봤었지.
근데 이제는 회사에 디자인팀이 있으니 팀원들과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야. 처음이라 긴장되고 어색한 것도 힘든데 제대로 알아들으랴, 제대로 말하랴 정신이 없었어. 얼마나 땀을 뻘뻘 흘렸냐면 매니저한테 작업 설명할 때 내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거든. 근데 마우스가 작동이 안 되는거야. 알고보니 내가 타블렛 펜으로 노트북 터치패드를 만지고 있었더라구... 이렇게 매일 긴장 상태로 영어에 둘러싸여 있으니 집에 오면 기가 쭉 빠진 채 바로 쓰러졌어. 😵💫🫠
근데 집에 와서도 난이도 상급 미션이 있었어. 지방이라 집세가 저렴해서 드디어 혼자 사는 집을 구했거든. 그랬더니 이제는 수도세, 전기세, 인터넷, 지방세 등 모든 관리비를 내가 직접 등록해야 하는 거야.... 근데 말했지, 나 스타벅스에서도 주문하는 거 되게 버거웠다고.. 대화를 할 때 비언어적인 요소로 이해하는 게 70%라고들 하잖아? 근데 전화를 한다? 그러면 딱 그 30% 언어적인 요소로만 대화를 해야하니까 진짜 너무너무 어려운 거야. 말그대로 스피킹 only니까... 매번 'Sorry, could you say that again?' 'Haha, so sorry I don't understand.' 이런 말을 몇번을 했는지 몰라... 한번은 수도세 회사 직원이 스코틀랜드 억양인거야.. 진짜 알아듣기 힘들어서 1시간 넘게 통화했었어. 그 분은 친절하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얘기해줬고...정말 참을성 대단한 분이셨어...
정말 다행이었던 건 회사 동료 루비가 내 친구가 되어준 일이었어. 루비는 방글라데시계 영국인으로 본사에 몇 안되는 소수인종이었어. 하지만 브리스톨 출신의 토종 영국인이라 영국 특유의 복식호흡으로 말하는 친구였어. 그 친구는 이미 한국드라마와 BTS를 좋아하던 선구자였지... 그땐(2017) 영국에서 K-pop이 여전히 10대나 소수 동양친화적인 사람들에게나 인기가 있던 시절이니까 ㅎㅎ 한국 대중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지만 그 덕에 내게 다가온 친구가 있었으니 한류에 감사하기도 해.
이렇게 어딜 가도 영어인 환경에 둘러싸여 머리가 뱅글뱅글 도는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런데 이런 좌절에 보상이 따르더라구! 6개월쯤 지났을까.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귀가 뚫려 있는거야! 이제는 전화로 막힘없이 편하게 얘기하고 스타벅스에서도 척척 주문할 수 있게 되었어.
여전히 영어는 쉽지 않아. 영국 백인 동료들 억양에만 익숙해져서 지방이나 외국 억양이 강한 영어는 잘 못 알아들어. 그리고 내가 말할 때 여전히 어려운 건 장단음을 구분해서 말하는 거야. 내 귀에는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영국인들은 내가 얼마나 음을 길게 말하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지더라고. 예를 들어 맥주 종류 중 하나인 라거(Lager)는 ‘라-’를 한국인치고 정말 길게 빼줘야 해. 반면에 버터(Butter)는 의외로 단음이라서 한국식으로 싱겁게 ‘버터’라고 해야 쉽게 알아듣고. 단음은 괜찮은데 나는 이상하게 장음을 할 때마다 너무 부끄러워. 한국어에선 신경 쓰지 않던 것이라 내가 '라~~~~~거'라고 하면 나답지 않고 영 어색하더라구...
그래도 영국생활 7년이 지난 만큼 영어를 할 때 확실히 여유가 생겼어. 흥미로운 사실은 영어를 할 때 '알아듣는 연기'도 능숙해졌다는 거야. 언어라는 건 결국엔 상대방과의 소통이잖아. '내가 너 말 잘 듣고 있다'는 리액션만 잘 해도 상대와 좀더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진짜 쉽고 간단해... 나는 주로 ‘Cool!’, 'Amazing!', ‘Ok, thanks!’라고 웃으며 대답해. 진짜 그게 다야... 회의할 때도 이 말을 제일 많이 해... 질문하거나 발표할 때를 빼고는 대체로 저런 말만 해도 괜찮더라고... 그리고 대화하면서 중요한 게 아니면 그냥 넘겨버리게 됐어. 1:1이 아니라 여러명이 함께 얘기할 때 100% 알아듣겠다고 계속 대화를 멈추고 질문하면 분위기가 점점 어색해지니까... 그러고 보면 나는 대화할 때 굉장히 집요한 편이었는데 영국 갔다와서 많이 능글맞고 유연해진 것 같아 ㅎㅎ 눈치도 얼마나 빨라졌는지 몰라. 비언어적인 소통이 더 발달해버렸지.
태도 전환
그런데 오랜 시간 영어를 쓸수록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 영국까지 왔으니 영어를 써야 하는 건 당연했지만 애쓰지 않아도 영어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영국인이 점점 얄미워지더라... 얘네조상이 침략자로 약소국을 정복해서 영어를 세계화시킨 거잖아. 악당으로도 볼 수 있는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따라가겠다고 내가 굳이 허우적대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어릴 때부터 모국어 외 영어를 필수로 배우는 반면 영국인들은 평생 영어 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잖아. 7년동안 내 주변에서 영어 외에 다른 언어 할 줄 아는 영국인은 거의 본 적이 없어. 그 불공평함에 점점 화가 나는 거야. 그때 생각이 확 바뀌었어.
라고 생각을 하니까 영어를 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나는 어차피 외국인이야. 영어가 모국어인 너희가 알아서 잘 이해하거라.’라고 생각하고 말하니까 영어 쓰는 게 훨씬 편해졌어. 내 목소리는 전보다 또렷하고 커졌고!
비록 영어사회에 분노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영어 중심인 건 부정할 순 없겠지.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해. 특히 한국에서 영어교육은 이미 차고 넘치잖아. 많은 한국인들의 문법과 어휘 수준은 여느 외국인보다 훨씬 높다고 자부해. 하지만 다른 외국인보다 부족한 건 자신감인 것 같아. 유럽 애들 말하는 거 보면 문법 다 틀리는 경우 많거든. 그런데도 워낙 자신있게 말하니까 상대는 그들을 무시하지 못하더라고.
우리가 영어를 원어민보다 못한다고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꼭 명심했으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는 건 그래. 뻔뻔하고 여유롭게 틀린 영어를 마구 내뱉으면 좋겠어.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듣는다고 아주 당당하게 표현하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가 배운 이론이 입체적으로 더 빠르게 쑥쑥 자라날 거야. 영화 ‘기생충’에서도 ‘실전은 기세’라고 하지 않았나!
오늘 메일은 여기까지 쓸게! 재밌게 읽었기를 바라고 주말 잘 보내 😊
그럼 다음주 화요일에 만나!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수수로부터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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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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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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