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잘 지냈어? 메일이 늦어서 미안해😭
요 며칠간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뉴스레터를 목요일에서야 보낼 수 있게 되었어.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기를 바라❤️
구독자(은)는 혹시 평소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자주 경험해?
나는 종종 엄마와 얘기하다가 갑분싸가 되긴 하지만(안맞음😂) 보통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갈등이 있지 않은 이상 갑분싸는 그렇게 많지 않잖아~
근데 영국에 갔더니 이런 것들 외에 다른 요인으로 갑분싸가 생기더라! 아무리 세계화가 되었다한들, 우리나라에서 8천km나 떨어진 서방국가 영국 문화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고~! 평소에도 소소한 문화차이가 있겠지만 가끔 문화차이 갭이 지나치게 클 때가 있어. 마치 지뢰찾기처럼 내게 자연스레 묻어나온 한국스러움이 그 차이를 콕! 찌르게 되는 순간이지. 오늘은 이렇게 몸소 갑분싸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그 디테일한 문화차이 에피소드를 몇 가지를 풀어볼까해.
01. 변태 vs Pervert
영국에 온 초반, 첫 직장을 다니던 때였어. 방 한칸짜리 사무실에서 친했던 이탈리아 동료 안나가 장난으로 내 엉덩이를 만졌어. 여자친구들끼리 친해지면 서로 엉덩이를 만지는 문화는 어딜 가나 있나봐~ㅋㅋ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어.
“아~~~~Pervert(변태)😂”
나는 웃으면서 말한 건데 갑자기 사무실 공기가 싸~~~해졌어. 사무실에는 동료 일곱명이 나란히 각자 자리에 앉아 있었어. 이어폰을 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 모니터만 응시할 뿐 내가 말한 ‘변태(pervert)’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고... 심지어 안나조차 가만히...어라? 내가 예상한 분위기가 아니었어. 한국이었다면 내 엉덩이를 만진 친구에게 가볍게 할 수 있는 말이잖아... 이렇게까지 공기가 무거워질 일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Pervert’는 우리나라처럼 가볍게 쓰이는 용어가 아니더라구. 뜻 그대로 성범죄자에게만 많이 쓰는 용어였어. 소아성애자(pedophile)같이 아주 무거운 단어였던 거야😂😅😅
02. 흑역사 vs Black history
러쉬에서 일할 때였어. 러쉬는 특이하게 모델을 쓸 경우 사내에서 먼저 구하곤 했어. 나도 몇 번 모델일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러쉬가 새로 론칭하는 메이크업 제품 화보에 쓸 촬영을 했어. 그때 나는 알록달록한 주근깨 메이크업에 머리를 땋아 올린 헤어스타일을 하게 되었어. 내 모습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맘에 들어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거야~ 내 차례가 되어 촬영할 때 주변 동료들이 호응까지 잘해주더라고~ 들뜬 내 마음은 점점 올라갔고 결국 오바를 하고 말았어! 나는 잡지에서 본 시크한 모델처럼 눈을 새침하게 뜬 채 점점 입을 벌리고는 혀를 입 밖으로 내보냈어. 그리고 혀꼬리를 위로 올렸어🤣 나는 그런 표정을 지으면 멋있고 섹시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 표정을 짓자마자 현장에 있던 동료들 모두 빵 터지고 말았어. 붕 떠 있던 정신이 다시 땅으로 곤두박질치고는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어. 앗! 내가 왜 그랬지? 얼굴이 빨개졌어.
촬영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다른 동료가 그 얘기를 들었다고 웃으며 말을 거는 거야. 그때 나는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어.
내가 의도한 건 '아 진짜 너무 민망해. 내 흑역사야!'였어. 한국말로는 구독자에게도, 나에게도 익숙한 말인데 영어로 흑역사라는 말을 모르다 보니 그대로 직역해서 검을 흑, Black이라고 쓴 거지, Black history라고...그런데 동료는 웃지를 않더라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뭔가 애써 이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알고 보니 영국에서는 black history란 흑인들의 역사라는 뜻이었어. 내 동료는 영국 백인 남자였고... 그러니 민감한 인종관련 단어에 당황스러웠을 수밖에! 😅
03. 부정의문문에 Yes or No?
영어 문법 공부할 때 항상 나오는 부정의문문 알지? 나는 영국에서 살면서 부정의문문에 대답하는 게 제일 헷갈리더라고. 한국어와 영어는 대답이 완전 반대였어😱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너 내일 학교 안 간다고 했지?’ 라고 물었을 경우 맞으면 ‘응’이라고 대답하잖아. 하지만 영어에서는 ‘안(Not)’ 간다고 했기 때문에 ‘No’라고 대답해야 긍정하는 거더라고!
사실 이 말은 의문문뿐만 아니라 부정형 평서문에 리액션할 때도 정말 헷갈려.
한국말로 '~하면 안되지'같은 말에 맞장구칠 때는 그냥 '맞아' 등 긍정형으로 대답하면 되잖아. 근데... 영어로는 똑같이 부정형으로 대답해야 맞장구야!
위 박스에서처럼 영어에서는 ‘No, he shouldn’t‘/ 'Definitely not'이라고 해야 맞장구인 거지... 고로, 리액션을 반대로 할 경우 갑분싸가 되기 쉬워. 상대와 공감하며 정을 쌓는 건데 갑자기 상대와 반대되는 의견을 툭 내뱉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니까 땀이 줄줄 나😅 난 요즘에도 No 대신 Yeah로 대답하고 나서는 항상 ’아! 미안! No! 한국이랑 대답이 정반대여서‘라고 후다닥 꼬리를 덧붙이곤 해.
그래서 웬만해서 나는 Yes or No로 말하는 걸 피하는 편이야. 부정의문문에 대해 대답할 때도 'That's right'으로 긍정하고 친구의 부정형을 공감할 때도 'Exactly!'로 반응하지 ㅋㅋㅋ 애초에 너무 헷갈려서 머리를 굴린 방책이야😆
04. 담요 걸치고 엎드려 자기
마지막으로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한국 문화를 얘기하고 싶어. 이 문화는 본디 한국의 처절한 하드코어 입시문화에 기인한다고 생각해. 한국은 영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야간자율학습까지 있잖아. 고등학생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책상에 있는 게 일상이다 보니 책상 위에서 엎드려 자는 모습은 흔한 일이잖아. 하지만. 영국에서는 정말 드문 경우더라고.
펍에 갔을 때 술에 취해서 졸려서 테이블에 잠깐 엎드려 있었어. 그런데 누가 어깨를 톡톡 치는 거야. 펍 직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더라고. “너 아프니? 괜찮아?”
몇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엎드려 자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고. 그러고보니 펍에서 그렇게 엎드려 자는 사람은 1도 없었어😅
또 동료들과 출장가느라 기차를 탔을 때 내가 테이블에 책을 베개 삼아 엎드려 자니까 되게 신기해하더라고! 앞에 앉아있던 동료 마이클이 내 모습을 찍어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기까지 해서 웃겼어 ㅋㅋ
(저때 내가 인스타 gif 스티커를 러쉬 제품으로 만들었던 작업을 했었어. 그래서 마이클이 gif꿈꾸는 중이라는 드립 친 거~ㅎㅎ)
여기에 추가로 작은 담요까지 어깨 위에 덮는 것도 한국 학교나 사무실의 전형적인 모습이잖아. 어느날 회사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추워서 담요를 가져온 적이 있어. 어깨 위에 담요를 걸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담요를 왜 덮고 있녜 ㅋㅋ 내가 한국에선 흔한 모습이라고 설명하면서 담요 덮고 자는 학교 생활을 말해줬어. 자율학습은 밤 11시에 끝났다는 말도 해줬더니 눈이 동그래지더라.
ㅎㅎ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서 에피소드가 너무 허접한 게 아닌가 싶네. 그래도 대충 어떤 느낌이었을지 감은 잡을 수 있었기를 바라.
한국에서 24년을 살다가 갔으니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당연히 한국문화가 배어있을 수밖에 없었어. 아무리 영국문화를 배우고 간들 구체적인 일상에서 나의 어떤 행동이 그들의 문화와 다른지 100프로 예상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결과였지. 아까 말한 지뢰게임에 이어 마치 ‘해적 룰렛게임’같아. 내가 꽂는 칼이 어느 칸에서 해적을 명중시키는지 알 수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사전예방은 못하더라도 갑분싸 이후 바로 능글맞게 대처를 잘 하면 괜찮더라!
상황 파악 능력을 잘 길러놓고 내가 한 행동에 분위기가 좀 싸해진다 싶으면, 유연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
구독자(이)도 혹시 영국 가서 갑분싸 상황이 발생했다면 덩달아 당황하지 말고 웃으며 한마디 해봐봐. 갑분싸는 1분 안에 갑분부, 갑자기 분위기 부드러워지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될 거야😉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재밌게 읽었기를 바라!
아래 공지글 꼭 읽어봐주길 바라고~~~ 다음주에 만나! >_<
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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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은 한 주 잘 보내고, 다음주에 만나!
언제나 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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