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안녕~~~ 꺄~~ 지난 한 주 잘 보냈어? 이번주는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주야... 뜨아 이제 2023년도 1주일도 채 남지 않았어. 😳 3n년째 맞이하는 새해지만 늘 두근두근하는 것도 참 신기해 😂 80년쯤 살면 '또 오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려나!
80세 상상은 뒤로 하고 오늘의 뉴스레터 시작해볼게!
혹시 ‘편리한 게 최고’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해본 적 있어?
촥촥촥 한국 vs 삐걱삐걱 영국
2019년 회사에서 도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어. 오랜만에 동양인이 주류인 곳에 와서 나는 무척 들뜬 상태였어. 복잡한 거리, 24시 편의점, 대형 쇼핑몰, 쾌적한 지하철 등 도쿄는 여러모로 서울과 비슷하잖아. 그래서 영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어. 어느 쇼핑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에 행복한 마음으로 동료 제이에게 말했어.
“아~ 도쿄에 오니까 너무 좋아. 특히 이렇게 넓고 쾌적한 쇼핑몰은 서울을 떠올리게 해서 친숙한 느낌이야.”
동료 제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말했어.
“나는 이런 편리함으로 되어 있는 곳이 꼭 좋다고 생각하지만은 않아.”
웃기게도 그 이유는 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당사자인 제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하지만 4년이 지났는데도 이 말이 아직도 기억나. 적어도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어.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서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서비스도 번개처럼 빠르게 처리해주잖아. 옛 것은 다 밀어버리고 회색 시멘트와 검은색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도시에 익숙하지. 거주방식은 한 곳에 여러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일반적이고 아파트 내부시설은 모두 현대화되어 있잖아. 이런 곳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영국에서 낡은 주택에서 사는 건 불편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어.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격변한 게 아니라서 역사적으로 오래된 지하철과 집, 길가가 대부분이야. 혼자 살게 될 경우엔 관리비도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구청에 낼 세금 다 따로 직접 전화로 등록해야 해. 100년이 넘은 지하철을 타면 핸드폰 신호는 안 터지고, 낡은 집은 이중창이 아니라서 바깥소음 다 들리고 겨울엔 추워. 길은 좁아서 반대로 걸어오는 행인과 늘 어느 방향으로 서로 비켜 가야할지 눈치게임을 해야 하지.
영국인들의 중고 사랑 - Charity Shop
하나 더 눈여겨볼 것은 영국에는 자선 가게(Charity shop)*가 참 많다는 점이야. 지방에 가더라도 번화가에는 꼭 한 두 종류의 자선 가게가 있어. 나도 이사 가느라 짐정리를 할 때 필요 없는 생활용품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근처 자선가게에 기부하곤 했어. 환경에 이롭고,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자선 가게가 많다는 건 사람들이 중고제품에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도 요즘엔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으로 중고 거래가 많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실재하는 가게는 드물잖아. 우리나라처럼 ‘최신’에 민감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드문 것 같아.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1000만 관객이 동원된 영화들이 많잖아. 마블 히어로 영화도 안 본 사람이 드물고 아이폰이 새로 나오면 바로 바꾸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그런데 영국은 그런 사람들은 그저 한 유형에 불과하더라고. 결코 다수가 새 것을 바로 바로 좇지 않아.
*Charity shop: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중고품 가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가 그 예시
불편한 것을 바로 바꾸지도, 새 것을 좇지도 않는 영국
대영제국이었던 시절에 자부심이 있어서 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물가가 워낙 비싸서 중고를 좋아하게 된 걸까?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의 저자 이식, 전원경씨는 이렇게 말하셨어.
이 부분을 읽고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어. 흥미롭게도 저자 두 분 또한 영국인들이 왜 그러는 건지 확실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하셔. 다만 영국에서는 단순 노동 인력이든 숙달된 기술 인력이든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웬만한 일은 A/S를 부르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하게 된다고 하셨어.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 배수관에 문제가 생기면 빠르고 저렴하게 배관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영국에서 이를 위한 인건비도 비싸. 심지어 옥스팜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배관공(Plumber) 시험을 공부하는 할머니를 본 적도 있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나라지😅
영국인들조차도 그들은 왜 옛 것을 좋아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할 거야. 문화, 역사, 경제적 배경에 주관적 경험까지 섞여 있을 테니까. 여기에 내 주관적인 견해를 붙여보자면 진보된 기술보다는 옛 것이 아무래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최근 큰 이슈가 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덜컥 겁이 났어. 인공지능 기술도 아이폰의 발명처럼 그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에 불과하다, 겁 먹을 필요 없고 그 기술을 잘 익히면 된다고들 해. 내가 잠깐 다녔던 인공지능회사에서도 당신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것을 마케팅으로 앞세웠어. 그런데 자꾸만 의문이 들었어. ‘편리하게’ 해주는 게 필수적인 걸까? 왜 인간은 지금 있는 기술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더 편리한’ 삶을 가져다주려고 하는 걸까? 물론 기술의 발전이 사망률과 질병률을 높이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했어. 하지만 한편으로 자본주의 세계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어. 인터넷이 생긴 이후로 죽 이어진 디지털 기술이 현대인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는 건 이미 모두가 하는 얘기이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뉴진스의 2000년대 패션 등 레트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새 것에서 느낄 수 없는 노스탤지어 때문이잖아. 현재 기술보다 촌스럽고 서툰 것에서 오는 따뜻함이 포인트라고 생각해.
이런 관점에서 제이를 포함한 많은 영국인들이 편리한 새 것보다는 지금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싶어. 직접적인 교류에서 멀어지게 하는 최신 기술을 쓰기보다 자기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옛날 것을 다루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인간에게 조금 더 ‘자연’스러울 수 있기에 느리지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또 다른 생각으로는 영국은 역사를 오래 유지해 오고 있으니 변하지 않는 것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주변환경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아. 영국인은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야. 변화에 익숙치 않은 그들. 이유는 명확하진 않지만 그들의 문화 덕에 빠르고 편리한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관점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어.
구독자(은)는 어떻게 생각해? 점점 더 기술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제에 대해 적어봤어. 나도 완벽하게 생각이 정리된 건 아니지만 함께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ㅎㅎ
오늘 얘기가 웃긴 건 아니었지만 흥미롭게 읽었기를 바라!! 아 그리고 다음주에는 신년을 맞이하여 한 주 쉬어가려고 해~! 충전 잘 해서 신선하게 돌아오도록 할게! 다들 연말 마무리 잘하고 2024년에 만나자구!
Happy New Year🎉🎊
2023년 12월 24일
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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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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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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