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수많은 영향 중에는 산호 '백화 현상'이 있습니다.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산호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미생물인 조류(algae)를 섭취하고 이들과의 공생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런데 수온이 지나치게 올라가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생 조류를 뱉어내고 하얀색으로 변하고, 이를 백화 현상(bleaching)이라고 부릅니다. 백화 현상이 일어난 산호라고 해서 바로 죽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산호는 자신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공생 조류로부터 얻기 때문에 수온이 회복되어 공생 조류를 다시 섭취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죽게 되지요.
해양 생물의 약 25%가 산호초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따라서 산호초가 공생조류를 잃고 죽어가는 건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산호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해양생물은 물론 쓰나미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 등으로 인해 산호초의 경제적 효과는 1헥타르당 12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지요. 굳이 경제 논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바다의 생물 다양성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귀중한 장소일 겁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흐름 자체는 계속 진행 중이고, 비록 여러 노력 덕에 그 속도를 많이 늦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지구는 조금씩 뜨거워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인 대보초(Great Barrier Reef)를 보유하고 있는 호주는 자국의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번 글에서는 그 일환으로 진행 중인 "해상구름표백(marine cloud brightening)"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을 소개한 적이 있었지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태양으로부터 온 열이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까 아예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의 일부를 반사해서 지구를 식히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해상구름표백 기술도 기본적으로 태양 빛을 반사하기 위한 기술로, 이름 그대로 바다에 떠 있는 구름을 더 하얗게 만들어서 햇빛을 튕겨내겠다는 구상입니다.
위의 영상을 보시면, 연구용 선박에 바닷물을 빨아들여서 안개와 같은 형태로 뿜어내는 터빈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물방울 형태로 분사된 이 물방울들은 따뜻한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시뮬레이션 및 실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자기들끼리 뭉쳐서 빗방울이 되어 떨어지지 않고 구름이 있는 높은 곳까지 충분히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물방울들은 바닷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금 입자를 조금씩 포함하고 있고,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에 소금 입자가 들어가면 구름이 더 하얘지고 반사율이 높아져서 대보초에 쏟아지는 햇빛을 일부 막아낼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실험은 실제로 바다를 식힐 만큼 충분히 큰 규모는 아니고, 해수면에서 쏘아 올린 물방울이 정말로 구름 높이까지 닿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의 낙관적인 예측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열 배는 많은 안개발생 노즐을 설치해야 대보초 지역의 일조량을 6% 남짓 줄일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지구공학 실험이 대부분 논쟁에 휘말리면서 좌초되는 요즘에 실제 실험까지 진행하고 어느 정도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의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했지만, 해양구름표백을 비롯한 지구공학 기술은 대단히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전 지구적인 규모로 이런 기술을 적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거죠. 태양 빛을 아예 막아냈을 때 생태계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 예상하기 어렵고, 지구공학 기술로 인한 냉각 효과가 지구의 모든 지역에 똑같이 적용될지도 잘 모릅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유독 냉각 효과가 심하게 발생해서 혹한이 몰아닥친다거나 할 수도 있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작은 규모의 실험을 반복적으로 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다행히 해양구름표백 기술은 구름에 바닷소금 입자를 끼워 넣는 기법인지라 비가 내리면 금방 그 효과가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비교적 낮은 고도의 구름에만 작용하는 기술이어서 대보초 지역에서 구름표백을 실행했을 때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뭔가 잘못 돌아간다 하더라도 효과는 국지적으로만 작용할 거고 그나마도 머지않아 해소될 거라는 거죠. 실험해보기에 안성맞춤인 조건인 셈입니다.
지구공학 기술의 두 번째 문제는 과학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가장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당연히 탄소 배출량 감축입니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다시 붙잡는다거나(탄소포집저장), 태양 빛을 막아서 열을 덜 흡수한다거나(지구공학) 하는 기술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런 '대안 기술'에 집중하는 정책은 자칫 탄소배출에 가야 할 관심과 집중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끼치게 됩니다.
하필 호주가 대보초를 지키기 위한 지구공학 연구를 한다는 사실 역시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의심받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의 집권당인 자유당과 스콧 모리슨 총리는 환경정책에 비교적 소극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해양구름표백 연구가 국제적인 피드백을 거의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경에 호주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깔려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호주의 자산인 대보초를 지키려면 필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해양구름표백 기술을 통해 탄소 감축을 압박하지 않고서도 대보초를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요.
호주 정부의 진의는 모를 일입니다만, 근본적으로 저는 '실험이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구공학 기술이 갖는 과학적·정치적 위험과 불확실성은 절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역시 실험을 통해 그 기술의 효과와 영향을 더 잘 이해해야만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이론적인 연구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복잡한 현실에 그것이 적용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절대 예측할 수 없으니, 작은 규모의 실험 결과를 쌓아 가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논의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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