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앞서
5월 말에 ‘스텔러스 온라인 사업 설명회’까지 무사히 마친 후 뉴스레터를 재개하는 오늘! 그 사이에 이런저런 일을 벌리며 5월이 금방 지나가 버렸네요. 사업 설명회 준비 외에도 아래와 같은 일을 만들어가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하반기 콘텐츠 창작/마케팅 교육 협업 논의
5월 말에 ‘스텔러스 온라인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다.
1월에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딱 150일쯤 지난 시점이었다. 화상으로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는 그동안 협업했던 파트너들만 초청했다.
이들만 초대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스텔러스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최초의 자리이거니와, 이들에게 ‘왜 굳이 스텔러스와 일해야 하는지’ 의미를 부여하는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당신의 귀한 시간을 왜 나와 함께 보내야 하는지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미팅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화 원피스에서 주인공 루피는 모험을 떠나기 위해 팀원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당연히 퇴짜를 맞기 일쑤다. 아무리 본인이 해적왕이 되겠다고 주장한들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상한 사람 1’에 불과하다.
그러니 무언가 처음 시작할 때 동료를 구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왜’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 부여의 과정 없이 자신의 시간을 선뜻 내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정해진 부모님 슬하에서 나고 자라 (큰 이변이 없다면) 본인이 사는 곳 주변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다. 성인이 될 무렵 크고 작은 의사 결정에 기로에 놓이는데, 이후에도 ‘주어진 관계’의 비중은 여전히 존재한다. 회사에 들어가 자리 잡을 때쯤에는 그 비중이 더 커지기도 한다.
‘찾아낸 관계’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처음 가족이 아닌 무리에 들어가 첫 친구를 사귀어야 할 때 누군가에게는 이만큼 막막한 도전도 드물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출발을 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주어진 관계’가 주는 안전함과 예측 가능성은 그만큼 소중하다. 우리가 차차 관계를 찾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데 일정한 틀을 제공해주니까.
언젠가 성인이 된 우리는, 혹은 삶의 어느 시점에서 누구든 ‘찾아낸 관계’의 필요성을 느낀다. 일생을 함께 보낼 반려자를 찾아 나선다거나,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각종 자기계발 스터디나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기도 한다. 본인 취미를 따라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간관계를 발견하기도 한다.
‘찾아낸 관계’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정의하는 데서 비롯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기피하는지 아는 것에서 나의 인간관계도 찾아낸 관계의 비율을 높인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해적왕이 되고 싶다는 본인을 선포하면서 모험을 시작했다. 그가 찾아내고자 했던 관계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정의하는 데서 시작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찾아낸 관계’는 필연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동반한다.
왜 내가 너와 함께 해야 하는가.
왜 내가 당신의 ‘찾아낸 관계’에 동의해야 하는가. 찾아낸 관계의 시작점이 나에 대한 메타인지라 해도 그 관계가 진척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왜”를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관계를 발굴한 사람은 나일지 몰라도 이 관계가 성립하는 데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역지사지가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앞서 뉴스레터에서 ‘치우침’에 대해 고민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군가 나의 동료가 돼야 한다면, 적어도 내가 찾아낸 관계가 그 사람에게도 유효하려면 너와 내가 모두 공감할 만한 “왜”가 필요하다. 삶에 스쳐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인연 중에서 왜 이 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비전’이라고 부른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스텔러스는 1인 기업을 세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할 때 내가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 만큼이나 그들이 스텔러스와 계속 일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어찌저찌 먹고 살기 위해 너도 나도 이 일을 임시적으로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찾아낸 관계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먼저라고 봤다.
그렇다면 순서는 아래와 같이 흐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1.스텔러스에 대한 이해와 정의
스텔러스(Stellers)는 “스토리텔러들”(Storytellers)의 준말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 전략을 고민하며 개인과 기업의 스토리텔링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었다. 인터뷰 제작, 출판,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미디어 활동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축적하고 전파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점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하드씽>의 벤 호로위츠는 “훌륭한 회사에서 ‘이야기’는 전략의 동의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략적인 모든 노력의 결과물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대표는 모든 직원이 회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맥락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스토리텔링’이 B2B의 영역이라면 B2C의 스토리텔링도 명백한 가치를 갖고 있다. 피그마의 최고제품책임자(CPO) 야마시타 유키는 한 인터뷰를 통해 “스토리텔링은 때때로 우리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 초점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토리텔링은 팀워크와 동기부여, 커리어와 문제 해결 모두에 이롭다.
2.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정의
위와 같이 개인과 회사의 스토리텔링이 모두 중요하다. 스텔러스가 인터뷰 제작, 출판,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개인과 회사의 이야기에 기여하는 이유다. 150일 가까이 협업하는 파트너들도 각자 서로 다른 형태로 클라이언트의 스토리텔링을 도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찾아낸 관계’에 대해 정의해 볼 수 있다.
스텔러스와 협업하는 파트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다들 콘텐츠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이에 관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혹은 프리랜서의 형태로 콘텐츠와 미디어 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텔러스는 기업 내외부에 있는 콘텐츠, 미디어 인재들과 연결돼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일하는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다.
특히 다양한 프리에이전트*들과의 네트워크가 스텔러스를 실현 가능케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일할 때 마주하는 한계가 느슨한 연대를 통해 해소된다. 덕분에 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규모 있게,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있는 이 같은 인재들 덕분에 스텔러스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사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 :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되, 개인 스스로가 지향하는 바를 팀으로 실현하며 일하는 형태. 조직에 소속된 정규직 피고용인이 아니라, 시간/공간/인간관계/업무 내용에서 타인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본인의 자유 재량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2004년 다니엘 핑크의 저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서 소개됐다.
우리의 ‘찾아낸 관계’는 프리 에이전트의 형태로 느슨한 연대를 지향한다. 스텔러스와 일하는 파트너들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덜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일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좋은 사람’과의 협업에 기꺼이 열려있다. 어쩌면 기존의 조직 문법에서 벗어나 있지만, 기꺼이 새로운 실험을 하길 원하는 파트너들이 스텔러스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3.앞으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
저마다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개개인이 ‘따로 또 같이’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 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매우 다층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 전략 수립의 어려움 : 기업 혹은 개인에게 필요한 스토리텔링 전략은 그 대상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콘텐츠,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두 가지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단지 콘텐츠를 만들면 누군가 알아서 찾아와 봐주길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 프로젝트 구상의 어려움 : 스토리텔링의 목표와 큰 그림을 그린다 해도 정확히 어떤 형태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구성할지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콘텐츠, 미디어 모두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합/복잡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 내부 인력, 팀 운영의 어려움 : 설령 콘텐츠, 미디어 담당자를 채용한다 해도 그 사람을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난망해진다. 개개인은 스토리텔링의 임팩트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유연성 및 다양성의 어려움 : (앞서 설명했듯이) 콘텐츠, 미디어 업에서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재구성 해야 한다. ‘따로 또 같이’ 협업하는 스토리텔러 네트워크가 강력한 이유다.
오늘날 모든 개인과 기업이 ‘미디어화’하는, 할 수 있는,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전문가 집단은 분명 가치 있다. 어떤 파트너는 회사에 속해 있으면서도 스텔러스와 협업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또 다른 파트너는 독립적으로 일하면서도 스텔러스를 통해 수익과 영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5월 말에 진행한 온라인 사업 설명회는 주로 프리랜서 파트너들을 초대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일하는 스토리텔링 전문가 집단 혹은 네트워크’에 방점을 뒀다. 앞으로도 쭉 같이 일했을 때 더 많은 기회와 의미를 얻으리라는 서사였다.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유통 플랫폼 아마존(Amazon)에는 ‘거꾸로 일하기’라는 방식이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재료에서 요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 혹은 우리가 이뤄야 하는 목표를 보도자료로 정리한 후에 거기서 비어있는 지점을 채우면서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미래의 보도자료에 우리가 담아야 하는 이야기를 먼저 구성한 후 그 이야기를 실현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조촐하게나마 시도해봤던 스텔러스 온라인 사업 설명회도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공유하는 ‘스토리텔링’ 시도였으니까. 내가 누구인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우리가 왜 협업해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위해 “따로 또 같아”를 추구하는지 내러티브를 쌓는 시도였다.
스텔러스 입장에서는 기업 고객 만큼이나 외부 파트너들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동료가 되지 않았다면 스텔러스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콘텐츠, 미디어 기업’일 수가 없다. 2021년,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할 때 가장 불행했다’는 걸 이해하면서 스스로 디지털 노마드가 됐다면 2024년에는 느슨한 연대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단계에 왔다.
(참고 - 03. 내가 서울을 떠났던 이유 🚌 )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인재들과 더 많이 연결되고 싶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콘텐츠, 미디어 업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독립적/자율적으로 일하는 ‘업의 형태’를 만들어 보고 싶다. 누군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나에게는, 스텔러스와 협력하는 파트너들에게는 소중한 기회다.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하는 미래상을 처음으로 그리는 여정이다.
인재와 고객, 양측에 모두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스텔러스의 이야기는 더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왜 너랑 일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방에게 일리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도대체, 왜 굳이 나와 일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숙고하고 정리해둬야지 싶다. 찾아낸 관계는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니까.
이처럼 (아-직도 창업이 나와 안 맞는다고 여기면서도) 그나마 사업이 나에게 맞는 지점은 ‘헤아림’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고, 타인을 헤아리고,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적절한 가치 제안을 할 때 비즈니스가 성사된다. 자기 업을 찾아 하나의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덕목 중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들고 갖고 싶은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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