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가정과 검증 방법 : K-Beauty 스타트업의 북미 진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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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경영 사상가인 로저 마틴(Roger L. Martin)은 전략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질문은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영어 원문으로는 “What would have to be true?”이에요.
로저 마틴은 이 질문을 WWHTBT로 줄여 부르곤 해요.

이 질문을 풀어서 설명하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미래를 현실화하려면 어떤 전제가 갖춰져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이 사실인가?’가 중심이 되면 ‘무엇이 (혹은 누가) 옳은가?’가 중심이 될 수 있어요. 즉, 미래에 대한 대화보다는 현재의 팩트 체크에 소모적으로 시간을 쓰게 되는 것이죠.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가?’를 통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요.

전략은 불확실한 미래를 가정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사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고요.

불확실한 미래를 멋진 말로 표현하면 가능성이라고 불러요.

오늘 콘텐츠에서는 가능성을 사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비즈니스가 성공(혹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는 조건인 핵심가정(Critical Assumptions)을 소개해요.
핵심가정을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4가지 방법을 다뤄요. : 섀도우 테스트(Shadow Testing), 최소 기능 제안(Minimum Viable Offer), 점진적 확대(Incremental Argumentation), 필드 테스트(Field Testing)
콘텐츠 전반에서 핵심가정과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다룬 가상의 사례(해외진출을 노리는 K-Beauty 스타트업)를 상상해 볼 거예요.

핵심가정, 그리고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가?

퍼스널 MBA의 저자 조시 카우프먼이 이야기하는 핵심가정(Critical Assumptions)은 로저 마틴의 WWHTBT와 완전히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비즈니스, 전략 등)가 성립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전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활동이에요.
만약 핵심가정이 거짓으로 판명된다면 아이디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덜 유망한 것일 수 있어요.

가상의 사례 : K-Beauty 스타트업

오늘 다룰 가상의 사례는 K뷰티, 美수입시장서 첫 1위… 강적 프랑스 제쳤다 (동아일보, 2025.01.02)라는 기사를 본 초기 스타트업(A)에서 북미 진출을 고민하는 경우를 다뤄보려고 해요.

A의 경영진은 경쟁사와 비교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가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면 지금이 골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source: 동아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607584

A 스타트업이 위의 기사에서 주의 깊게 본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22%의 점유율, 수입액 14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기존 1위였던 프랑스(10억 달러)를 큰 차이로 제쳤어요.
또한, 24년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총 74억 달러이고, 이 중 68%인 50억 원이 중소규모 브랜드에서 발생했어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요인은 숏폼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한 온라인 판매와 국내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업체 개발생산방식이라고도 불리며 주문자는 개발 비용 절감과 빠른 시장 출시가 가능한 생산 방식) 인프라에 있다고 해요.

경영진은 ‘지금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이분법적 질문보다는,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성립해야 할까?’를 고민하기로 했어요.

시장이 성장성(긍정적 데이터)과 경쟁 환경(부정적 데이터)라는 상반된 정보를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에 필요한 조건을 정의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따라서 ‘무엇이 사실인가'라는 단순 팩트 체크를 넘어서,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 가정을 세우고 빠르게 검증하며, 본격적인 북미 진출을 준비하려고 해요.

A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 판별된 북미 진출 전략을 검증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들이 경쟁우위(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그 결과 아래와 같이 세 가지 핵심가정(Critical Assumptions)를 도출했어요.

핵심가정1 : 이커머스를 통한 진입 전략이 지금 시점에도 유효해, 우리의 초기 매출의 상당 부분은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가정 1이 거짓이라면 : 오프라인 진출은 초기 비용 및 재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북미 시장에 안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가정 1이 사실이 되려면 : 1)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통한 유입이 판매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데이터(전환율, CAC)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2) 판매된 상품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의 매출액, 리뷰, 반품률 지표에 대한 초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핵심가정 2 : 미국 FDA 규정이나 기타 필요한 통관 절차를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가정 2가 거짓이라면 : 시즌 아이템 출시 혹은 시장진출 자체의 타이밍을 놓치거나,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의 추가 비용이 발생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가정 2가 사실이 되려면 : 1) 우리의 ODM 파트너가 통관 및 판매 기준을 사전에 충족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2) 현지 대행사를 통해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기간과 비용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핵심가정 3 : ‘K-Beauty’를 넘어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가정 3이 거짓이라면 : 치열해질 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는 반짝 뜨고 묻혀버릴 가능성이 있다. (반짝 뜨지도 못할 수 있음)
가정 3이 사실이 되려면 : 우리의 클린뷰티 컨셉이 현지 소비자에게 차별화 포인트로 인식됨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가정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법 4가지

핵심가정을 정의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핵심가정을 검증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핵심가정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므로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섀도우 테스트 (Shadow Testing) : 개발 전이거나 미완성 상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아직 개발 중'임을 명시하고 실제로 판매해 봄으로써, 시장의 실제 반응(결제 의사)를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최소기능제안 (Minimum Viable Offer, MVO) : 실제 고객이 돈을 낼 만큼의 최소한의 가치(혜택)만 구현한 ‘가장 작은 형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방법이에요.
점진적 확대 (Incremental Argumentation) : MVO가 유효함이 검증된 후에, 작은 단위(기능이나 혜택)를 순차적으로 추가 혹은 개선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객가치를 증가시키는 방법이에요.
필드 테스트 (Field Testing) : 실제 사용 환경에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고 개선함으로써, 출시 전후로 품질과 성능을 확실히 검증하는 방법이에요.

각 방법론은 목적에 따라 독립적으로 적용하거나 여러 개를 순차적 혹은 혼합하여 활용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지(핵심가정)'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검증해 개선하는 것에 있어요.

가상의 사례 : K-Beauty 스타트업

A 스타트업의 경영진과 실무진은 위에서 정의한 3가지 핵심가정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어요.

가정 1에 대해서는 온라인에서 섀도우 테스트(제품을 개발 중이며, 판매승인 절차에 있음을 명시)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MVO(가장 단순한 라인업)로 이를 실제로 검증해 보기로 했어요.
가정 2에 대해서는 규제가 비교적 간단하면서 베스트셀러로 밀고 싶은 품목 1-2개를 선정(MVO)해 실제 프로세스와 소요기간을 검증해 보기로 했어요. 가정 1의 섀도우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완료해 MVO 판매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가정 3에 대해서는 브랜드 컨셉을 반영한 랜딩 페이지를 활용한 섀도우 테스트를 진행해 볼 계획이에요. 가정 3은 비교적 시급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검증에서는 가정 1과 연계하여 브랜드 컨셉이 전환율 변화에 기여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해요.
제품의 실질적 효용과 브랜드 가치가 고객의 의사결정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쳐요. 따라서 이번 실험에서는 제품 중심 메시지(가정 1의 섀도우 테스트)와 브랜드 컨셉을 포함한 메시지(가정 3)의 결과를 비교해, 최적의 메시지 전달(마케팅) 방법을 찾고자 해요.

A 스타트업의 경영진과 리더십은 가정을 최대한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세부적인 과업에 대한 기획과 실행은 각 조직에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먼저, MVO 라인업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가정 1의 섀도우 테스트와, 가정 2의 통관/판매승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가정 2의 통관/판매승인 절차는 소요 시간을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빠르게 착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이후 가정 1의 MVO 판매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했어요.
가정 1 섀도우 테스트에서는 제품 중심의 구매 전환율을 테스트하여, 효과적인 제품 메시지와 구매의향에 대한 기준선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이는 이후 가정 3을 검증하는 실험과 연결되죠.
가정 1 섀도우 테스트가 종료되면, 최적의 제품 메시지와 브랜드 컨셉 메시지를 함께 제시해 구매 전환율을 테스트해 가정 3을 검증해야 해요. 가정 1의 전환율을 기준으로 브랜드 컨셉 메시지의 효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어요.
가정 1과 3의 섀도우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 1의 MVO 판매를 진행해, 실제 매출 발생 여부와 규모를 확인해요. 이때 가정 2의 통관/판매승인 절차가 마무리되어 있어야 했죠.

경영진과 리더십은 프로젝트가 착수된 이후, 진행되는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변수에 대한 시나리오, 그리고 프로젝트 이후에 수행해야 하는 다른 과업들도 고민했어요.

첫 MVO가 성공적으로 런칭될 경우, 끊김 없이 순차적으로 라인업을 확대(점진적 확대, Incremental Argumentation)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략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이는 섀도우 테스트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에도 빠르게 재시도 해볼 수 있는 대안으로도 활용될 수 있죠.

비용 효과적인 필드 테스트(Field Testing)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탐색해 보려고 해요. 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해외진출 지원사업이나 북미에서 개최되는 박람회 등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죠. 혹은 개별적으로 인플루언서나 소규모 테스터를 모집해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에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A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의사결정된 내용의 실행, 그리고 고객행동에 기반한 지속적인 개선이에요.

오늘 콘텐츠에서는 ‘무엇이 사실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에서 시작해, 핵심가정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뤄봤어요.

가상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어떤 실험을 설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까지 상상해 볼 수 있었어요.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 명확해진 후에는, 실행가능성을 고려한 통합된 프로젝트 로드맵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혹은 독립적으로 진행될 과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호 연관성을 고려해 업무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실행되지 않으면 아이디어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존재하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명확하게 정의된 핵심가정이 프로젝트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한 성공이든 실패든 A 스타트업은 레슨런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