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 with alcohol #3

CAVA: 상큼해지고 싶은 날

2023.03.14 | 조회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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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않아도알아요

술 한 잔이 생각나고, 여행이 하고 싶을 때 만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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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zo ventoso y abril lluvioso, hacen a mayo hermoso.
바람 부는 3월 그리고 비 오는 4월이 아름다운 5월을 만든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와 의미를 지닌 이 속담은 참 스페인의 봄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스페인 여행 추천 시기를 물어보면 5월을 추천하곤 해. 

5월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들이 모두 지나고 온 도시가 아름다운 모습을 띄는 때니까. 그렇다고 3월과 4월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야. 오히려 요즘 같이 바람이 불면서도 햇살이 언뜻언뜻 나오는 3월을 좀 더 좋아하기도 하는 걸.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3월이 약간 그런 느낌이잖아?
겨울을 떠나보내는 차가운 느낌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적당히 더운 것 같으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이 가득한 곳으로 가면 따스하고, 그늘이 가득한 곳으로 가면 추워지는 그런 느낌 말이야.

이런 날에 어울리는 술이 하나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 상상만 했는데 벌써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있어.
상큼하지만 그 상큼함이 싫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 Cava(까바)야.

 

나 : 까바가 대체 뭐야? 그냥 스파클링 와인이라 할 수 있잖아. 샴페인도 있고.

친구 : 샴페인이라 할 수는 없지. 엄연히 둘은 다르니까.

나 : 그러니까 대체 뭐가 다른데?

친구 : 그건…….. 까바는 스페인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야. 샴페인과 다르게 좀 더 특별하다고! 아무튼 우선 한 잔 마셔봐!

 

[출처 : lescarats.com]
[출처 : lescarats.com]

아마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너도 까바와 샴페인이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해할 거 같아. 보통 우리는 스파클링 와인을 그냥 다 통틀어서 샴페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샴페인과 비슷한 와인', '샴페인과 다르게 좀 더 특별한 와인'이라고 말하며 넘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까바와 샴페인을 잔에 따르면 연한 노란빛 또는 금빛을 띄면서, 탄산 기포가 쏴아-하고 올라오지. 잔에 따라 놓으면 둘 다 똑같은 색을 띠고 있어서 무엇이 까바인지, 샴페인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해. 그런데 이렇게 다른 이름을 갖게 된 이유라고 한다면, 둘 다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제조 국가나 제조 방법 등에 따라 각각의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 이름들이 공식 용어로 채택되었기 때문이지.

샴페인부터 한 번 살펴볼까?
프랑스 샹파뉴 (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그 지역 이름을 따서 샴페인이라고 부르지. 즉, 샹파뉴에서 생산된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거야.
흔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고급지게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바로 샴페인이기에 우리는 축제와 고급의 대명사로 샴페인을 이야기하기도 하지.
(돔 페리뇽만 생각해도 ‘고급’ 그 자체잖아?)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출처 아트앤컬쳐]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출처 아트앤컬쳐]

그럼 까바는 무엇이냐!
까바는 스페인에서 만든 샴페인과 같은 스파클링 와인이야.
[cava]는 까탈루냐어(스페인 방언)로 동굴을 의미해. 까바가 스페인의 동굴에서 숙성되어 만들어진 와인이기에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거야. 이 단어가 공식적으로 채택된 건 1970년대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샴페인과 이름을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해.

[출처 : educalingo.com]
[출처 : educalingo.com]

그럼 두 친구의 차이는 무엇일까? 까바는 샴페인과 다르게 숙성 기간이 짧아.
그래서 세련된 맛이 떨어지고, 이스트나 토스트의 풍미가 약하기도 하지. 그에 반해 맛은 특유의 토속적이고 활기찬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열대과일, 레몬, 오렌지처럼 산미가 강한 과일 풍미가 느껴져. 그래서 뭔가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

같은 스파클링 와인이지만 그 맛과 숙성 기간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샴페인과 구별하기 위해 자신만의 이름을 갖게 된 까바. 이 정도면 까바도 특별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원래 나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과 쌉싸름한 IPA 맥주를 좋아하기에 나에게 있어 스파클링 와인은 시고 달달한 와인으로 느껴졌었어.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바에서 까바를 추천받고, 까바에 빠지게 되었어.

[출처 : unsplash.com/es]
[출처 : unsplash.com/es]

바르셀로나에서 까딸루냐 광장과 바다 사이를 이어주는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닷가 쪽에 도달할 때쯤, 콜럼버스 동상이 등장하게 돼.
이 주변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모습과 바닷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야. 하루는 이곳에 도착했을 때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받으니까 술이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며 왠지 여유로워 보이는 한 가게를 보고, 분위기가 맘에 들어 다가갔어.

 

나 : 혹시 와인 중에 추천해 줄 만한 것이 있나요?

웨이터 : 어떤 와인을 좋아하나요?

나 : 보통 단 맛이 없고 드라이하며 풍미가 깊은 걸 좋아해요.

웨이터 : 오늘 같은 날씨에 레드 와인은 아쉬우니, Bonaval Cava Brut (보나발 까바 브뤼)를 추천드릴게요. Brut(브뤼)가 단맛이 없고, 가장 드라이한 것을 의미하니까요.

 

특별한 술이었는데, 사진 한 잔을 못 찍어서 너무 후회돼 [출처 : flickr.com]
특별한 술이었는데, 사진 한 잔을 못 찍어서 너무 후회돼 [출처 : flickr.com]

투명 바스켓에 시원한 얼음과 물을 담아 그 안에 까바를 담아서 서빙해 주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더라고. 그렇게 까바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어. 글라스 한 잔으로 줄 거라 생각했는데, 한 병이 나와 조금 놀라기도 했어.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어. 저 한 병이 11유로(약 12,000원)밖에 안 했으니 가성비는 최고였지.

’이래서 스페인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술이 마시고 싶어 진다니까’
선선한 바람과 바다의 내음. 주변의 적당한 소음.
따사로운 햇살과 대비되는 시원한 까바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어. 이날 마신 까바는 맛도 맛이었지만 그 분위기가 한 몫했던 거 같아. 그래서 이날 이후 기분 전환이 하고 싶을 때나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까바를 찾게 되더라고.

"스파클링 와인의 산뜻한 청량감은 긴장을 풀어줘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우연히 잡지에서 본 말인데, 이 말은 정확한 말이었어.
까바를 한 잔 마시면 상큼한 그 맛에 기분 전환이 되었으니까.
곧 봄이 다가오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며 상큼함이 가득한 까바를 한 잔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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