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in with alcohol #2

Clara : 반주하고 싶은 시간

2023.02.28 | 조회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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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않아도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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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 뽐뿌 일으키는 최애곡


혹시 이런 순간 있었어? 
아침에 눈을 뜨는데 바깥에서 밝은 햇살과 함께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분명 오늘은 평일인데 알람이 울리지 않았고 늦잠을 잔 것 같은 그 순간 말이야.

오늘 내가 그랬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살이 가득 들어와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깨웠지. 잠금 화면에 떠 있는 <오늘의 할 일>에 '쉬는 날'이라는 문구를 보고 나서야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어.
그런데 이런 순간에는 다시 누워도 잠이 오지 않잖아. 잠이 오지 않은데 누워있을 수는 없지. 거기다 햇살까지 가득한 날이니 그냥 누워있을 수 없었어.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지.

 

친구 : 이런 날에는 눈과 입이 즐거워질 수 있는 거기로 가야지.
나 : 거기? 레티로?

 

따스한 햇살로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한 맛이 느껴지는 날이면 푸른 잔디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공원에 가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마드리드에서 가장 크고 유서 깊은 공원인 레티로 공원(El Retiro)로 향했어.

unsplash.com [manuel barroso]
unsplash.com [manuel barroso]

공원이라고 하기엔 숲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기도 해. 아직도 레티로 공원의 모든 모습을 전부 보지 못했을 정도로 규모도 엄청 큰 곳이지. 마치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숲 같은 그런 곳이랄까. 하지만 여기는 숲이 아니라 공원이지.
거닐다 보면 모든 빛을 잔뜩 받고 있는 수정궁부터 기마상과 함께 사람들이 보트를 타며 놀고 있는 연못도 만나볼 수 있어. 이 모습을 보면 이곳이 공원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거야.

Palacio del Buen Retiro_Wikipedia
Palacio del Buen Retiro_Wikipedia

맞아. 여기는 원래 Palacio del Buen Retiro(부엔 레띠로 별궁)이라 불리는 동쪽 별궁의 정원이었어. 이곳을 만든 사람은 스페인의 번영을 이끌었던, 마드리드를 수도로 지정한 16세기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야. 그가 자신의 두 번째 왕비를 위해 별궁을 지으면서 정원까지 만든 거지. 그래서 공원을 들어가는 순간 넓은 연못과 조각상, 중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건물들도 볼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지금은 공원이라고 부른다고 했잖아? 과거에 왕실의 여름 별궁이었던 곳이 이제는 시민들에게 공개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된 거야. 그래서 이제는 수목원에 온 것처럼 나무가 가득해서 들어서는 순간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지.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건, 이곳에 15,0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있기 때문이지.

 

나 : 햇살도 내리쬐는데,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그거 한 잔 마실까?
친구 : 이런 날에는 당연히 그거지.
나 : Una clara, por favor (우나 끌라라, 뽀르 파보르)

 

clara(끌라라). 오늘 내가 너에게 추천하는 술이야.
’밝은, 색이 연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에서부터 햇살 가득한 날에 마시고 싶어지는 술이지. 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날은 더운 여름이지만, 나는 여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반주가 하고 싶을 때, 햇살이 가득해서 따뜻한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을 때 마시라고 하고 싶어.

https://www.flickr.com/photos/rociosantos/5625209512
https://www.flickr.com/photos/rociosantos/5625209512

clara는 시원한 맥주에 레몬 탄산수를 넣어 만든 레몬 맥주야.
이러한 레몬 맥주의 시작은 맥주하면 생각나는 나라, 독일이야. 20세기 독일의 한 마을에서 주말에 자전거 행사가 열렸지. 이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한 선술집의 주인은 맥주가 너무 많이 없어지는 것이 걱정되어 4분의 3은 맥주로, 나머지는 레몬주스로 채우며 상쾌한 음료를 만들어주었다고 해. 도수도 적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마시게 되었지. 그렇게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Radler라는 이름으로 이 술이 탄생되며 유럽 전역, 전 세계로 뻗어져 나가게 되었지.

https://lacasera.es/nuestros-sabores/gaseosas/
https://lacasera.es/nuestros-sabores/gaseosas/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이미 60년대부터 사람들이 맥주에 la casera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고 해. 다만 이건 clara가 아니었어. 그냥 60년대에는 바에서 맥주를 주문하면 언제나 스페인 국민 소다수인 la casera가 함께 나왔던 거지.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와 한 가게에 모인 친구들이 레몬 탄산수를 함께 넣은 맥주를 판매하면서 그렇게 clara가 등장하게 되었던 거지. 요즘은 la casera 뿐만 아니라 환타 레몬맛을 넣어서 만드는 경우도 많아. 환타 레몬. 이건 정말 신세계야. 스페인에 온다면 꼭 이 환타를 마셔봐야 해.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으니까.

clara는 지금 네가 있는 집에서도 만들어 마실 수 있어. la casera도 없고, 환타 레몬도 없는데 어떻게 만드냐고? 스페인에서 마셔보는 clara의 맛과 비슷하게 마셔볼 수 있는 건 바로 ‘슈웹스 레몬 토닉’과 ‘씨그램 레몬’이야.

좋아하는 맥주 한 캔과 레몬 탄산수를 구입해서 네가 좋아하는 비율로 섞어 마시면 돼. 마치 소맥처럼. 레몬 탄산수를 많이 넣으며 도수가 떨어지는 거고, 적게 넣으며 도수가 올라가는 거지. 술을 좋아하는 나의 추천은 맥주 7 : 레몬 탄산수 3이야.

적당한 햇살과 함께 상큼하고 시원한 clara를 한 잔 마시면 앞으로 모든 일은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의지가 생길 거야.


[FROM_술을 좋아하는 스페인에 있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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