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몇 주 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꼭 보고 오라고 했던 것이 있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것이 바로 이것, 닛카(NIKKA)였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만든
대일본과즙주식회사를 줄여 닛카라고 부르게 된 위스키였다.
이걸 보는 순간, '우리 위스키는 어떤 것이 있지?'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 리. 의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위스키? 위스키!

어릴 적에 나에게 위스키는 웃을 때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치즈’ ‘김치’와 함께 부르던 구호 중 하나였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술로서 만나게 된 위스키는
달달하면서 깊은 풍미에 온 몸이 술로 가득 해지는 느낌을 줘서 반하게 되었다.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Usige Beatha(웨스게 베하).
웨스게를 위스키로 부르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우리도 위스키라고 부르고 있다.
십자군 전쟁 때에는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던 위스키는
물보다 안전하게 마실 수 있었기에 생명의 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위스키를 처음 만든 곳은 바로 스코틀랜드였다.
포도가 자라지 못했던 스코틀랜드는 보리가 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보리 수확량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보리를 증류시키게 되었고,
그렇게 위스키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흔히 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양조와 증류로 나눈다.
쌀을 양조해 탁주, 청주를 만들고, 쌀을 증류해 소주로 만들고,
보리를 양조해 맥주를 만들고, 맥주를 증류해 위스키로 만들고,
포도를 양조해 와인을 만들고, 와인을 증류해 브랜디로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맥주를 증류해서 만든 위스키라고 이야기 하지만 당연히 맥주와는 다르다.
위스키의 증류 원주가 되는 보리술에는
쌉쌀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홉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사길 등장이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시작으로 우리는 여러 서구 문물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이런 아이들도 들어오게 되었다.

유사길(惟斯吉), 발란덕(撥蘭德), 상백윤(上伯允).

당시 높은 관세율로 상류층만이 먹을 수 있던 외국 술들의 이름이다.
발란덕은 브랜디
상백윤은 샴페인
그리고 유사길이 바로 위스키다.

당시 조선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았던 이사벨라 버드숍이 남긴 기록에는
유사길을 즐기는 양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싸지만 새롭고 독한 위스키에 양반들이 매료되었고,
이후 일제강점기로 넘어가서는 모-단 보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위스키에 대한 사랑은 해방 후까지도 이어졌다.

위스키의 참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닭표 위스키', '고래표 위스키'와 같은 '셀프 메이드 위스키'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위스키가 아니었다.
알코올에 위스키 향과 색만 흉내를 냈기에 먹다 죽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다.

당시 미군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코리안 위스키는 둘이 마시다 하나가 골로 간다!”
그러던 와중, 드디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가 등장하게 된다.

최백호가 불렀던 노래 속 등장한 도라지 위스키.

도라지 위스키지만 도라지가 들어가지 않은 위스키인 이것은
일본의 '도리스 위스키'를 따라한 명칭이었다.

당시 일본에서 들어온 도리스 위스키가 인기를 끌자
국제 양조장이라는 곳에서 ‘도리스’라는 이름으로 유사 위스키를 생산했고,
상표법 위반으로 법적 제재를 받으면서
'도라지 위스키'로 다시 판매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라지 위스키도 결국
위스키 원액이 들어있지 않은 유사 위스키였던 것이다.

그럼 대체 진짜 위스키는 언제부터 마셨던 걸까?

위스키에서 중요한 것은 원액의 양이지

1970년대부터는 위스키 원액을 주정에 섞은 제품들이 등장한다.
백화양조의 <조지 드레이크>, 진로의 <에릭사> <JR>

그러나 이것들 역시 위스키라고 분류되지 못했다.

당시 주세법으로 20% 이상의 위스키 원액을 써야만 위스키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세금을 낮추기 위해 19.9%의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며
기타재제주로 불렸던 것이다.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 업체들에게 정부는 강하게 대응했고,
위스키 표기를 위해 더 높은 원액 사용을 요구하며
이후 진짜 위스키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점점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던 시기,
한국은 84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이 시기를 맞이하며
위스키 원액 100%의 제품을 생산하라고 명령하게 된다.

그렇게 1984년 백화양조의 <베리나인 골드 킹>, 진로의 <VIP>, 오비씨그램의 <패스포트>가 등장하게 된다.

이후 국내에서 생산한 위스키 원액도 넣은 위스키가 등장하지만,
100% 수입산 스카치 위스키와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며 결국 생산이 중단되어 버린다.

진정한 위스키라면 12살은 넘어야지!

그리고 1991년부터 국산 위스키 원액 포기와 함께 
해외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위스키 원액 100%를 진정한 위스키라고 이야기했던 주당들은
'이제 12년 산이야 말로 진정한 위스키'라고 칭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임페리얼과 윈저다.

1994년 진로는 국내 최초로 <임페리얼 클래식 12>을 만들었다.
비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들은 양을 700ml에서 500ml로 줄였다.
임페리얼의 등장으로 12년 아래의 위스키들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 세계적인 브랜드도 한국을 위해 500ml 제품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그렇게 임페리얼은 위스키 계의 1위가 된다.

그리고 이 뒤를 이어 두산씨그램에서 1996년에 <윈저 12>를 출시한다.
윈저는 예전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찬사를 가져온
영국의 마지막 윈저 왕조의 권위와 명예, 정통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축하 만찬에 한국 위스키 대표로 초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윈저는 임페리얼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은 2000년 초 <윈저 17>을 출시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임페리얼에서는 15년을 출시했고,
많은 사람들은 인지도나 가격 면에서 임페리얼의 승리를 예측하지만,
승리는 윈저였다.

그렇게 2006년을 기점으로 위스키 계의 1위는
임페리얼에서 윈저로 바뀌게 되었다.

이들의 마케팅도 참 재밌다.
마치 <맥주>편에서 이야기했던 마케팅을 보는 기분이다.

임페리얼은 병마저도 어깨가 탄탄한 남성의 느낌에
윈저는 곡선미가 살아 있는 여성의 느낌을 준다.

그래서 임페리얼은 개척자의 리더십을 반영하며
‘나를 따르라’는 테마 캠페인을 중심으로
박진영, 박지성 등 개척자 이미지와 어울리는 연예인을 광고 캠페인으로 썼고,

윈저는 ‘Think Smooth’라는 캠페인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하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유혹으로 광고 캠페인을 활용했다.

마셔본 적은 없지만 나는 이 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페리얼은 캡틴큐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과
윈저는 향수의 느낌이 날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요즘 와인바, 위스키바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복고가 유행하듯,
모던보이들이 좋아했던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시작되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나도 모던걸이 되어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마셔볼까 한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