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와계셨다. 작년 10월부터 꽉꽉 채워 5개월. 도착하시는 당일에는 회사 일 때문에 나는 공항에 못가고 남편과 아이가 마중을 갔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만들면서, 엄마 아빠가 오는 이 길이 어떨까, 정말 설레었고 또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나왔다. 워낙 나는 엄마 아빠를 잘 따르고 생각이 잘 맞는 편이라, 만나기만 하면 수다가 터진다.
주변에 '미국인'들은 5개월이나 있다니, 그것도 한집에서 같이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보통 그럴 경우엔 미국에 계시는 기간을 갑자기 단축하거나 (갈등을 피하여 일찍 귀향을 결심하심), 아니면 완전히 절연을 하고 갈 것이라고들 했다. 참 미국 친구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어정쩡 한건지, 아니면 대학가면서 부터 저 멀리에서 살기 시작해서 훈련이 되어서인지 부모도 '남'이고 같이 '한집' 아래 사는 것도 불편해한다. 여기서 한집이란, 미국식 집을 의미하고 대부분 우리나라 집보다는 적어도 1.5배에서 2배는 크다. 이층집일 경우도 많고,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부딪힐 일도 없다는 의미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의 궁합은 처음부터 완벽했고, 떠나시는 어제까지도 환상적이었다. 모든 순간이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는 것 같았고,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우리 엄마 아빠와 나, 남편, 그리고 내 아들은 합이 꽉 맞았다. 아빠 엄마는 그 결과, 이 남가좌주에서 살도 빼시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감사해 하셨고, 여기서 세팅한 생활 루틴을 한국에서도 지속하시겠다 다짐하시며 가셨다.
부모님께서 제일 많이 도와주신 부분은 역시나 육아다. 우리 아이가 4살이 되면서 말도 늘고, 육체 활동도 엄청나게 늘었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행동은 갑자기 내 등에 올라타더니 목마를 하는 건데, 이 아이가 엉덩이를 흔들흔들 할 때면 그 에너지에 휘둘린다. 내려와줘 라고 부탁하면 더 흔들어댄다. 말도 안듣고, 원하는 것도 너무 많다. 유투브키즈 등 미디어 노출을 줄여야 하지만 고백컨데 진심 쉽지 않았다. 이것 이외에 내가 일할 시간을 벌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이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알고 있었다.
밥먹이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나와 남편 모두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 아이도 잘 가리지는 않지만 식사 습관이 엉망이다.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 하지 않고 원숭이처럼 움직인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든 다 먹이는 것을 목적으로 아이가 움직이면 움직이는데로 숟가락에 음식을 한가득 퍼서 먹여주시곤 했다. 그것도 5개월 내내. 덕분에 아이의 배는 항상 빵빵했고, 매일 응가 타임도 상당히 규칙적이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어제 저녁 부모님은 한국으로 출발하셨고, 지금 막 도착하셨다. 우리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 설렁탕과 볶음밥을 쳐다보더니 30분 후에 다시 와서,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빵을 보더니, 엄마 나 빵 구워줘라고 10시에 요청을 했고, 구워줬더니 또 안먹는다. 차를 수리할 일이 생겨서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빵을 챙겼는데 갑자기 운전하다가 뒤에서 보니 바스락바스락 먹고 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서 밥을 먹이고 싶은데 또 밥은 안먹겠단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들의 볶음밥을 먹어치우고 있다. 대신 계란후라이를 먹겠다고 해서 남편이 요리중이다.
아이가 얼굴을 계속 만지고 쓸어내린다. 눈쪽을 훑어내리는 거 같고, 코도 만지고, 특히 감기 이후에는 가래가 지속적으로 껴서인지 컥컥 거리는 소리도 낸다. 나의 본능이 발동되는 시간이다. 그럴때 나는 이 아이가 혹시 '틱' 같은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목을 어떻게 하면 더 치료해야 할지, 이 시기에 돌아다니는 알러지인지, 아니면 특수한 차를 끓여내야 할지 본능과 몸이 같이 움직인다.
이제 곧 있으면 우리 동네 인도 친구집, 일본 동네 주민들 애들이 놀러온다. 그러면, 아이가 다른 집 친구들과 장난감은 잘 공유하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혹시 때리지는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 다른 집 친구들이 주판학원에 다닌다, 태권도를 배운다, 이러면 엄마로서 우리 아이가 뭐 또 배워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동네 친구들, 엄마 아빠들과 친하게 지내야 또 나중에 서로 필요한 정보도 얻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애들끼리 잘 놀기를 기도할 뿐이다. 실은 엄청 뭘 잘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친구들과 같이 잘 지내길 진짜 바랄 뿐이다. 친구만들어주러 일부러 다닐 시간도 없다.
잘 놀고 저녁에 배불리 먹었음 좋겠다. 몸을 움직여야 아이가 밤에 푹 잘 잔다. 요즘엔 도깨비 이야기를 하면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않고 바로 잠에 든다. 그렇지 않으면 침대 꼭대기에 올라가서 뛰어내린다. 한 10번 정도 뛰어내리는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책을 읽어달라고 10권 정도를 침대에 가져온다. 책 읽다가 엄마 아빠가 딴짓하는 것 같으면 배에 올라탄다. 그리고 쿵쿵 뛴다.
나는 내일을 생각할 시간도, 준비할 시간도 실은 상당히 부족하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주말에 스타벅스에 가서 여유도 부리고 책도 읽고, 일도 좀 상당히 많이 처리했는데 지금은 사치다. 아이가 건강하게 한주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내 스케줄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고 감사하다.
부모님의 빈자리가 엄청나게 큰 한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족 지금까지 그랬듯 똘똘 뭉쳐서 서로 지켜주자고 다짐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 아자아자.
My parents were here with us. They filled our home for 5 months since last October. On the day they arrived, I couldn't go to the airport due to work, so my husband and child went to meet them. While preparing dinner at home, I wondered what their journey here was like. I was really excited and burst into tears the moment we reunited. I've always been close to my parents and we share a lot of the same thoughts, so we never run out of things to talk about whenever we meet.
People around me, Americans, find it unbelievable that my parents stayed for 5 months, all under one roof. Normally, in such cases, they would expect the visit to be cut short suddenly (to avoid conflict and decide to return home early), or even lead to a complete estrangement. It seems like my American friends have a complicated relationship with their parents, or maybe they're just used to living far away from them since college. To them, parents are like 'strangers', and living under the same 'roof' feels uncomfortable. Here, 'the same roof' refers to an American-style house, which is usually at least 1.5 to 2 times bigger than houses in our country. Many have two stories, and the space is well divided, meaning there's less chance of bumping into each other than you might think.
Contrary to their concerns, our compatibility was perfect from the beginning until the day they left. Every moment felt like a celebration of our reunion, and whether it was cold or hot, my parents, my husband, my son, and I were always in sync. As a result, my parents lost some weight during their stay here, appreciated the clean air, and decided to continue the healthy routine we established here back in Korea.
The biggest help my parents provided was, of course, with childcare. Our child, now 4, has become more verbal and physically active. Lately, his favorite activity is to suddenly climb on my back and pretend I'm a horse, shaking his hips with such energy that I get swept away. If I ask him to come down, he just shakes more. He doesn't listen, and his desires are endless. I confess it's been hard to reduce his exposure to YouTube Kids and other media. Besides, finding time to work or do anything else has been incredibly difficult. This child instinctively knows how to draw his parents' attention.
Feeding him has also been a source of stress. Both my husband and I aren't picky eaters, and our child isn't particularly fussy, but his eating habits are a mess. He won't sit still to eat, moving around like a monkey. My parents aimed to feed him whatever it took, following him around with a spoonful of food. And they did this for the entire 5 months. Thanks to them, his belly was always full, and his bowel movements were surprisingly regular.
Now, the real challenge begins. My parents left for Korea last night and have just arrived. This morning, after looking at the seolleongtang (ox bone soup) and fried rice for 30 minutes, my child finally started eating. Then, suddenly seeing bread, he asked me to bake some at 10 AM, but after I did, he wouldn't eat it. I had to take the car for repairs, and just in case, I brought the bread with us. Suddenly, he started eating it in the backseat. When lunchtime came, he didn't want to eat rice, so as I write this, I'm finishing his fried rice. Instead, he wanted a fried egg, which my husband is cooking now.
My child keeps touching and rubbing his face, especially around his eyes and nose, and after a cold, he's been making a coughing sound due to persistent phlegm. It's time for my instincts to kick in. I wonder if he's showing signs of a tic, how to treat his throat better, whether it's allergies going around this season, or if I need to brew a special tea.
Soon, children from our neighborhood, including our Indian and Japanese friends, will come over to play. I'll have to observe whether my child shares toys well, who he likes, or if he hits anyone. Hearing that other children attend abacus school or learn taekwondo makes me wonder if my child should be learning something new too. Being friendly with other parents and children in the neighborhood is essential for exchanging useful information and sharing life stories. All I can do is hope the children play well together. Honestly, I don't have high hopes for achievement; I just wish for my child to get along well with his peers. There's no time to deliberately make friends for him.
I hope they play well and have a full dinner. Physical activity ensures a good night's sleep for my child. These days, telling him goblin stories makes him too scared to move and he falls asleep immediately. Otherwise, he climbs to the top of the bed and jumps down, about 10 times. Then, he brings about 10 books to bed, asking us to read them. If he thinks his parents are distracted, he climbs on our stomachs and jumps.
I barely have time to think about, let alone prepare for, tomorrow. Before having a child, I could afford leisurely weekends at Starbucks, reading books, and getting quite a lot of work done, but now that's a luxury. Just having my child go through the week healthily and managing my schedule is enough for me to feel satisfied and grateful.
It's going to be a tremendously challenging week without my parents. However, as our family has always done, we've promised to stick together and look out for each other. Tomorrow will bring its own sunrise, and we will, a bit more diligently, be there for each other. Let's go.
Translated by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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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alma
다아윈의 갈라파고스에서의 관찰과 같이 모든 생물과 같이 인간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것입니다. 처음은 힘들지만 습관화되면 당연한 일로 생각되어 더 나은 생활을 하게됨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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