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써니사이드클럽 레터를 사랑해주시는 구독자님, 어느덧 푸른 뱀의 해가 저물어갑니다. 2025년의 끝자락에서 구독자님에겐 어떤 순간이 떠오르나요? 내년은 기운차게 도약하는 붉은 말의 해라고 합니다. 연초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다가도 2월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오곤 하죠. 마치 작심삼일의 반복 같지만, 실은 그만큼 우리가 매번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증거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저희 써사클 팀도 지난 5개월을 되짚어보는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꿈을 가진 여성들을 응원하고 연결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킥오프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0여 일이 지났더라고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의욕 넘치게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참여가 저조해 쓴맛을 보았던 프로젝트도 있었고, 반대로 기대 없이 해본 대화에서 누군가 큰 위로를 얻는 모습에 뭉클했던 소소한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나를 알아주는 따뜻한 연결과 함께 성장하는 마음을 갈망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전히 믿습니다. 수많은 뉴스레터와 오프라인 클럽이 생겨나는, 이른바 레드오션에서 써사클만이 드릴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써사클의 방향에 작은 아이디어를 보태고 싶으신가요? 구독자님과의 커피챗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구독자님의 냉철한 피드백이 저희에겐 가장 귀한 나침반이 됩니다. (특히, 이번 뉴스레터는 본업에 치여 조금 늦어졌는데요. 때문에 시점이 조금 지난 이야기도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왜 이렇게 늦어지냐 같은 비판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저희를 믿고 곁을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6년 붉은 말처럼, 멈추지 않고 건강하게 달려가겠습니다. 따스하고 즐거운 새해 맞이하세요!
이번 호 미리보기
[F&B] 룰루레몬이 반한 슈퍼마켓, 에레혼
[마케팅] 우리에게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 (feat. 김창열 작가 & 흑백요리사2)
[콘텐츠]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를 보고 떠올린 것
[기타] 써사클이 관심있게 지켜본 것들


[F&B] 룰루레몬이 반한 슈퍼마켓, 에레혼
룰루레몬이 협업한 브랜드가 ‘슈퍼마켓’이라는 사실은 꽤 의외였습니다. 지난 10월, 차정원과 한혜진의 인스타그램에 동시에 등장한 룰루레몬 시딩 콘텐츠는 에레혼(EREWHON)과의 콜라보 제품이었는데요. 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기존 룰루레몬 제품보다 한층 더 프리미엄한 가격대라 쉽게 결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콜라보를 보며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에레혼은 어떤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이길래 룰루레몬이 이 정도 규모의 협업과 마케팅을 진행했을까?’ 알고 보니 에레혼은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LA에 위치한 초프리미엄 슈퍼마켓이었습니다.
에레혼은 미국 내에서도 식음료 분야에서 가장 비싼 마켓입니다. 유기농, 비건, 글루텐 프리, 고단백, 고식이섬유 식단에 특화된 그로서리 마켓으로, 웰니스와 자기 관리를 삶의 중심으로 삼는 헐리우드 셀럽과 고소득층을 타겟으로 합니다.
에레혼의 대표 상품은 단연 스무디입니다. 헤일리 비버가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며 더 유명해졌고, 이후 헤일리 비버를 비롯해 사브리나 카펜터, 블랙핑크 리사 등과 협업한 스무디를 선보였습니다. 한 잔에 20달러, 우리 돈으로 3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LA에 가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셀럽의 식단’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핫바(hot bar)인데요. 매일 메뉴가 바뀌는 선택형 도시락으로 판다익스프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입니다. 양질의 단백질 메뉴부터 채식, 고식이섬유 식단까지 하루 약 30~40가지 메뉴가 매일 다르게 구성됩니다.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한 끼를 이곳에서 해결해도 질리지 않는 구성이죠. 이 핫바는 집밥 같은 건강함과 외식의 편리함을 동시에 원하는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초프리미엄 슈퍼마켓형 모델이 최근 한국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2월 초에 오픈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 청담점의 ‘트웰브(Twelve)’는 에레혼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키친 메뉴와 프리미엄 스무디를 대표 메뉴로 선보였습니다. 재료를 직접 선택해서 조합할 수 있는 스무디와, 도시락 형태의 키친 모두 한 끼 기준 약 2만원 대의 가격으로 에레혼에 비해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리하고 먹는 데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반면, 건강과 영양에 대한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최고의 선택지는 ‘빠르게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한 건강한 한 끼’일 것입니다. 메뉴 구성과 영양은 브랜드에서 대신 고민해주고, 소비자는 그 날의 컨디션에 맞게 선택 · 조합만 하면 됩니다. 외식과 집밥 사이의 애매한 공백을 메우는 이 모델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점점 다양한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 같습니다.

[마케팅] 우리에게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 (feat. 김창열 작가 & 흑백요리사 2)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창열» 회고전에 다녀왔습니다. 김창열 작가는 평생에 거쳐 수많은 물방울을 연구하며 그린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데요. 가난한 프랑스 생활 중 캔버스를 재사용하려던 차에, 캔버스 뒤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꽂히게 된 게 그 계기였다고 합니다. 전시는 총 4부로 이루어졌는데 1부 '상흔'과 2부 '현상'에서는 거친 붓터치나 기하학적인 형태 등 우리가 알던 물방울과는 다른 파격적인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왜 대중은 그를 물방울 작가로 기억할까요?

최근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2>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요리괴물', '부채도사', '술 빚는 윤주모' 같은 닉네임들은 그들의 요리 인생과 태도를 단번에 압축해 보여줍니다. '요리괴물'이라는 이름에선 압도적인 실력을, '술 빚는 윤주모'에선 따뜻하고 맛깔난 정을 기대하게 되죠. 이처럼 잘 만든 캐릭터 하나는 수만 마디 설명보다 더 강력한 기대치를 만듭니다.
연말이 다가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요즘, 문득 복잡한 설명 없이 저를 단번에 소개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MBTI는 무엇이며..." 같은 나열식 정보 말고, 검은 폴라티의 스티브 잡스처럼 강렬한 이미지 하나가 저에게도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흑수저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고집해온 습관이 하나의 캐릭터로 응축된 것처럼,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게 선명한 키워드로 남을 수 있을까요?

캐릭터를 갖는다는 건 타인과 소통할 때 발생하는 '인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긴 설명을 읽지 않으니까요. 또, 확실한 캐릭터는 나를 평범한 집단에서 분리해 독보적인 카테고리로 밀어 넣습니다. 요리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술 빚는 윤주모'는 유일한 것처럼요.
애플하면 사과, 나이키하면 'Just Do It'이 떠오르듯, 나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 주저 없이 내뱉는 한 단어가 있는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 안에서만 답을 찾는 것보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인지, 어떤 문구로 대변될 수 있는 지를 물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세상이 나를 마음대로 정의하기 전에,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캐릭터를 찾아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콘텐츠]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를 보고 떠올린 것
2018년 여름, 영화 업계를 기웃거리던 저는 영화 배급 실무 강의를 들었습니다. 배급이란 쉽게 말해 극장에 영화를 유통하는 일입니다. 영화의 규모, 장르, 경쟁작 등을 고려해 1년 중 가장 적절한 개봉 시기를 정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죠.
투자배급사 팀장이셨던 강사님은 흥미로운 과제를 하나 던져주셨습니다. 다가올 추석 개봉작 4편인 <안시성>, <협상>, <물괴>, <더 넌>의 관객 수를 예측해보라는 것이었죠. 스타 배우들이 포진한 한국 상업영화 3편에 워너 브라더스의 대작 공포물까지 더해져 높은 기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럼, 실제 극장에서의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 안시성: 544만 명
- 협상: 196만 명
- 더 넌: 101만 명
- 물괴: 72만 명

그 해 추석 대전의 승자는 조인성, 남주혁 주연의 <안시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541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기사 참고) 사실상 ‘본전치기’에 가까운 성과였습니다. 2014년 <명량>이 1,700만, 2017년 <신과함께-죄와 벌>이 1,40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극장가의 눈높이는 치솟아 있었습니다. 블록버스터라면 으레 ‘천만 관객’을 목표로 내걸던 시절이었으니까요.
7년 전 극장가 풍경을 소환한 것은 최근 뜨거운 감자인 ‘WBD(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매각 이슈’ 때문입니다. 올해 10월, 적자 늪에 빠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가 매각 의사를 밝혔고, 이어 12월 5일 넷플릭스가 약 106조 원(720억 달러)에 WBD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할리우드는 이 인수를 두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미국작가조합(WGA)과 감독조합(DGA)은 “창작 생태계의 파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미 법무부 또한 독과점 여부를 엄격히 검토 중입니다. 여기에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은 넷플릭스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적대적 M&A’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나는 연간 30편 이상의 극장 개봉을 보장하겠다”며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죠.
이토록 거센 저항이 일어나는 이유는 팬데믹 이후 극장이 입은 내상이 크기 때문입니다. 연간 2억 명에 달하던 국내 관객 수는 반토막 났고, 글로벌 극장 체인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홀드백(극장 상영 후 다음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무너지고 스트리밍 직행이 표준이 되면서, 극장의 독점적 지위는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2018년의 <안시성>은 500만 명을 넘기고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요즈음 극장가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습니다. 업계가 체감하는 ‘흥행’의 기준선 자체가 완전히 낮아진 것이죠. 통계를 보면, 2024년 국내 극장 관객 수는 2018년 대비 무려 4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종이 신문이 모바일 뉴스로 대체되고, CD 플레이어가 스포티파이에 자리를 내주었듯이, 기술 발전과 취향 변화에 따라 기존 매체가 쇠퇴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하지만 100년 넘게 영화 산업을 지탱해 온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스트리밍 기업에 먹히는 이 장면은, 시대의 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영화 업계의 불황이 가장 극심하던 2022년 드라마 업계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제는 60분짜리 드라마조차 길다며 1분 내외의 ‘숏폼’에 열광하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2시간의 영화나 16부작 드라마 같은 긴 호흡에 익숙한 저에게 숏폼의 문법은 여전히 낯설고, 세상의 속도에 뒤처지는 듯한 소외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건, 플랫폼과 형식이 아무리 변해도 '이야기의 힘'만큼은 유효하다는 사실입니다. 무려 2,400년 전에 쓰여진 아리스토텔레의 <시학>이 여전히 창작자들의 바이블로 읽히는 것처럼, 재미를 쫓는 인간의 본성과 이야기의 정수는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급변하는 콘텐츠 업계의 주변부를 맴돌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은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을지 그 본질에 대한 고민만큼은 놓지 않으려 합니다.

☀️ 소피's PICK
01. [콘텐츠] 넷플릭스, 팟캐스트 플랫폼 ‘아이하트미디어’와 딜 체결 (영문)
넷플릭스가 860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오디오 콘텐츠 전문 기업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와 팟캐스트 영상 유통에 대한 독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15개 이상의 인기 팟캐스트 비디오 버전이 2026년 초부터 미국 넷플릭스에서 독점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팟캐스트가 지난 대선에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 매체로 거론될 만큼 영향력이 크고,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팟캐스트 플랫폼 스포티파이와의 파트너십에 이어 이번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관객층까지 흡수하려는 넷플릭스의 행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2. [콘텐츠] 영화 <행복한 라짜로> 국내 판권 만료 앞두고 재개봉
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의 초청과 찬사를 받았던 영화 <행복한 라짜로>(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가 7년 만에 재개봉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담배 농장을 배경으로, 순수한 청년 라짜로를 통해 인간성과 믿음, 선함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 내년 초 국내 판권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번 재개봉 이후에는 국내 극장은 물론 주요 플랫폼에서도 작품을 보기 어려워질 예정. 연말 극장가에서 한 번쯤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 나 역시 <아바타 3>와 함께 연말에 꼭 볼 영화로 점찍어두었다.
☀️ 케이's PICK
01. [비즈니스]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장난감 (영문)
무명 테크 스타트업 넥스(Nex)에서 만든 플레이그라운드 게임 콘솔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한다. 몸으로 조작하는 제품으로,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은 부모들의 입소문을 탄 것.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앱 회사가 여러 차례 피벗을 통해 히트 상품을 만든 사례.

예술 트렌드를 보고 싶다면 매년 이맘 때쯤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보면 된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현대미술 작가상으로, 매년 네 팀을 선정한다. 이번에 가장 흥미로웠던 팀은 @언메이크랩. 기술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재치있는 작품들을 만나보시길!
☀️ 스르's PICK
01. [콘텐츠] 국민그룹 지오디와 몽글몽글 추억여행 ㅣ 나영석의 몽글몽글
80, 90년대생이라면 한 번쯤은 g.o.d 좋아해보지 않았을까? 데뷔 27년차, 1세대 아이돌의 한 시간짜리 추억 소환 타임. 멤버 전원이 나오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무려 7년 만이라 더 귀하다. 벌써 100만 뷰 돌파로, 나영석 PD님 덕에 잠자고 있던 학창 시절이 소환됐다.
02. [F&B] 두바이 쫀득쿠키의 최고봉은 여기라고 ㅣ 마이머랭
오프라인 맛집의 트렌드 주도자는 단연, '춈미(@__chommy)'라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픽한 두바이쫀득쿠키 1티어 맛집. 토요일 오전 10시에 오픈하지만, 대기줄은 9시 전에 마감이라고 한다. 언젠가 먹어볼 날을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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