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열과 고립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고, 학력과 지역 간의 갈등을 넘어서 성별이나 세대 등 갈등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의 집중 공격으로 인해 사회적 응집력 또한 크게 약화되었으니, 통합과 화합 대신 분열과 고립 속의 사회를 살아간다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시카고 폭염 사건에서의 연구를 통해, 경제적 수준이 다소 낮지만 사회적 네트워크는 높은 그룹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가벼우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러한 교류가 지속되는 것이 폭염 등의 불가항력적 재난이 닥쳤을 때 에어컨 등의 자본과 같은 수준의, 혹은 그보다 높은 수준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 못지않게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도서관이나 공원, 쉼터 등과 같은 곳 말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 나아가서는 사람과 사회 간의 연계에 있어, 마치 다리와 같이 기능함으로써 관계 발전에 기여한다.
즉, 사회적 인프라를 통해 관계망이 구축되고, 나아가 강화됨으로써 종래에는 지역사회 내 범죄 등을 사전에 예방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선순환 모델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개별 공간의 역할이나 용도, 특성 등 이른바 ‘환경’에 따라 좁게는 이용자부터, 넓게는 지역민 전체의 행동이나 패턴, 사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읽힌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사회학이나 도시공학적 관점에서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의 유물론과 관념론의 옳고 그름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게 된다.
한편 저자의 주장을 차용하였을 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도의 관점에서 다소 우려되는 지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축인 ICT의 발전은, SNS 서비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SNS 서비스의 성장은, VR·AR·XR·MR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산업의 성장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때 문제는, 언택트 서비스의 성질상 온라인상의 연결망은 강화하지만, 반대로 오프라인상의 연결망은 희석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현재의 카카오톡, ZOOM 등과는 본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편리함과 효율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출현한다면 어떠하겠는가.
필히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언택트 서비스의 효율과 편리함만을 강조한다면, 사회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연대의 개념은 옅어지고, 사회의 분열이 심화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태일연구재단 김재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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