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의 미래, 이제는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의 급성장과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유통 플랫폼의 확대로 유통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영향력이 커지고 유통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따라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 제도적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온라인 중심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연구’ 사업을 추진했다. 유통산업의 구조변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 편의점 등 이중 규제를 받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실질적인 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적용하고 제조사에 판촉비 전가 등을 제한하며 오프라인 유통사를 규제해왔다. 두 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는 유통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거래처와 전통시장과 상생을 도모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 유통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오프라인 대형유통업체가 더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3년 8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전년 대비 매출이 1.2% 줄어드는 동안 온라인은 8.1% 늘었다. 규제대상인 대형마트는 경쟁우위 확보에 실패하며 최근 5년간 37개 점포가 폐점하였고 경영 또한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점유율이 낮아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법이 유지된다면 오히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다. 유통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된 법이 유통산업 전반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주의해야한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 종말을 뜻하는 단어이다. 2017년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쇄파산사태를 계기로 등장한 이 단어는, 현재 우리나라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환경이 변화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 유통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법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품 구매 시 애용하는 점포 유형으로 무점포 온라인 마트(31.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전통시장(3.3%), 골목상권 소매점포(2.2%)를 찾는다는 응답률은 매우 낮았다.
또한, 국내 대형 카드사에 공동 의뢰해 서울시민의 소비행태를 분석한 결과 쿠팡, 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의 지출은 코로나19 이전(2019년 7월∼2020년 1월) 대비 63.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와 달리, 오프라인 유통업체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지역의 소상공인이 아닌 온라인 유통업체가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유통법은 변화한 유통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법으로 존재한다. 성장과 혁신이 필요한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불합리하게 규제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간의 격차를 심화시킨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법인가?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으로 인한 기대효과는 첫째, 규제의 실효성 제고, 둘째, 유통산업 전반의 상생발전 셋째, 소비자 보호이다. 따라서 법의 개정은 기존의 목적인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상생발전에 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의 상생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규제의 실효성 제고 측면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이외의 온라인 배송 금지의 경우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일로 고정되었던 의무휴업일의 경우, 지역별 상권에 따라 대형마트 휴업일에 주변 상권의 매출까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지자체별로 의무휴업일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한다.
또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거나, 반대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역시 제한하여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일관성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의 상생발전을 도모해야한다. 기존의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과 대규모 점포간의 상생을 위해 도입되었다면, 이제는 변화된 유통환경에 맞추어 온라인을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
현재 온라인 유통업과 관련된 법은 온라인플랫폼(온플법)이 있으나 올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한 분쟁 건수는 6년만에 11배가 늘어난 134건에 달한다. 현재 추진중인 자율규제가 미흡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와 오프라인 유통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화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러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유통산업을 규제할 때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최고 가치는 소비자이다. 어떠한 규제라도 최종적인 소비자를 차별하거나 편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규제의 타당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간의 상생발전과 함께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경쟁 하에 더욱 혁신적인 성장과 상생발전이 가능하다. ‘발전’법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법에서 벗어나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소비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법으로 ‘발전’해야 할 때이다.
* 참고
1.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
2. 국무조정실 규제혁신, [규제동향 이슈분석] 대형마트 규제의 쟁점 및 실효성_2022년 4분기
- 태일연구재단 신수현 연구위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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