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글쓰고 부업하고 도서관도 가야지!📚
평일을 치열하게 회사에서 보내고 나면 주말에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몸은 천근 만근 무거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이 끝나면 제 삶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퇴근과 함께 제 일상의 무대는 영영 페이드아웃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죠.
😔 이렇게 훌륭한 크리에이터들이 이미 있는데, 이제 시작해서 뭐 되겠니.
😔 결국 한 게 없구나? 월요일 되면 또 후회할 게 뻔하다.
제 에너지의 100%를 모두 회사에 쓰고 난 후 방전된 저는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제 자신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책과 한심함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주기로 다짐하게 되었던 것은 '운동'에 대한 뇌과학 때문이었습니다.
우울증이란 결국 뭔가를 성취하려는 행동이 결여된 것이다. 운동은 그러한 부정적인 신호의 방향을 바꾸어 뇌를 동면에서 깨어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
운동이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 뇌과학 연구가 발달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내용들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던 저를 일단 자리에서 앉게 만들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뇌는 신체의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발달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수록 뇌는 퇴화하고 이렇게 쪼그라든 뇌는 점점 더 스트레스와 우울에 취약해진다는 것이었죠.
운동을 '그냥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암기 과목은 외우면 외운 만큼 성적이 나오는 것 같은데, 체육 시간은 늘 제 마음 같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고 부끄러움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움츠러 들었죠. 숨을 헐떡이는 것도 싫었고, 다음날 오는 근육통도 참 별로였습니다. 30년을 살면서 운동에 대한 제 견해는 "힘든 걸 굳이 왜 해야 해?"였는데요.
직장을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까지 하려면 운동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처음으로 들었던 것은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웹툰 때문이었습니다.
<미생>의 말은 찬물처럼 정신을 확 깨웠습니다. 하지만 "체력"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뇌과학의 관점에서 운동의 효과를 알아보았어요. 그리고 이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운동을 잘 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 목표는 조금이라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 운동의 효과
- 주의집중력 증가 : 운동 후 업무나 학습 시 집중 시간이 늘어나고 산만함이 줄어듭니다. 도파민 분비가 자극되어, 목표한 행동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게 됩니다.
-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 :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과정인 '신경발생'을 촉진되고 학습능력은 향상됩니다.
- 일상에서 행복을 더 쉽게 느낌 : 신경발생의 증가는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를가 나타나 무기력을 감소시키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 쉽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항우울제가 신경발생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운동을 나가야 할 때는 '그냥'하는 사람으로 제 자신을 설정했습니다. 가기 싫다. 귀찮다. 라는 마음 소리가 올라오면, 들어주고 "근데 그냥 하자."라고 답변합니다. 이 '그냥'이 힘을 얻으려면, 명확하게 운동이 주는 좋은 점들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그 확신은 이미 발표된 운동과 관련한 뇌과학적 연구들로 충분했습니다.
🎯초소형 운동 목표로 시작하기
운동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 저는 매주 2회의 웨이트 트레이닝, 주 1회의 40km 라이딩과 수영, 그리고 다이빙까지 즐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운동을 끔찍하게 싫어하던 제가 성공할 수 있던 솔루션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헬스장 가기'였습니다. 어떤 운동이 제게 맞을지 몰라서 일단 시작한 헬스였는데요. 동기부여와 목표달성 앱으로 유명한 '챌린저스'를 활용해서, 주 3회 헬스장가기를 시도했습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작은 목표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운동과 담 쌓은 저 같은 사람에게 '30분 운동하기'도 버거운 목표입니다. 가서 30분을 고통 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기 싫다.'는 생각이 머릿속 곳곳에서 시위대를 이끌고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주 작은 목표'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헬스장에 가서 챌린저스 인증용 사지만 찍고 오자!'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헬스장에 도착하면, 온 게 아까우니 러닝 머신이라도 한 번, 가슴 운동이라도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가끔은 헬스장에 귀신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진만 찍고 온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두 달쯤 지났을 때, 점점 헬스장에 가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하던 목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운동 루틴을 시스템화하기
막상 헬스장에 도착하고 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PT는 가격 뿐 아니라, 운동양도 부담되어서 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초짜라서 뭐부터 해야할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간단한 목표 달성을 위해 챌린저스를 활용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운동루틴을 짜주는 앱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용한 어플은 플랜핏이라는 어플로, 사용자의 운동 수준과 상황 및 목적에 맞게 헬스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주는 어플이었습니다. 사람은 시스템에 놓이면 구조를 매우 잘 따르는 동물이지만, 시스템 밖에 있으면 한정적인 의지력으로 실패하기 쉬운 동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의지박약함을 보완할 수 있는 어플과 같은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내가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이유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어갈 때까지도, 운동 자체가 즐겁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습니다. 드라마틱하게 일상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운동하고 난 뒤에 전과 다르게 개운하고,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 들기 시작했죠.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몸에 집중하는 순간 만큼은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과 불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신기한 느낌이 우연이 아니라, 운동을 할 때마다 반복되었습니다.
폭발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해야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로 머리 속이 어지러웠는데 운동을 할 때 만큼은 동작과 근육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누군가 제 머릿속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나간 것 같았습니다. 슬슬 '머리로 공부한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필요한 확실한 이유로 바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느낌이 제게는 신선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했던 감정들을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발견처럼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점심시간에 시간이 되면 헬스장에 다녀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0분이라도 짧게 운동을 하고 나면, 오후에 업무 집중이 더 잘 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그냥 해치우자."라는 마인드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점점 쉬워진다
한계치까지 러닝을 하면, 행복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러너스 하이' 상태에서는 실제로 통증 불안을 경감 시켜주는 엔도르핀이 나옵니다. 실제로 운동을 하기 싫어도 그냥 하고, 너무 싫으면 헬스장에서 5분이라도 뛰고 오니 6개월쯤부터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찾아왔습니다. 근육통을 느끼면 성장하는 즐거움으로 치환되고, 그 순간을 넘어서게 되면 러너스 하이와 같은 즐거움이 찾아왔습니다.
일상에서 내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몸에 대한 주도권을 얻게 되면서, 업무에 끌려 다니고 기분에 짓눌리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가슴이 뛰고 불안정해지는 정서적 반응이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기력함에 짓눌릴 때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보는 시간을 중간에 멈추는 결정력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항해사가 배의 키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의 바닷바람을 맞는 상쾌함을 맞는 기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있음의 행복이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끼고 싶다면 가벼운 산책 또는 1분 운동을 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내가 아니라 '뇌'를 행복하게 해주는 쉬운 도전들은 우리에게 "일단 시작하면 점점 쉬워진다."라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를 조금씩 깨닫게 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에도 행복한 '러너스 하이'의 순간이 찾아오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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