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3년 차, 해외 출장 중이었던 저는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을 놓치고, 가족과의 통화마저 잊은 채, 눈 앞에 놓인 무거운 데이터를 다루느라 바빴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요즘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고 있지?'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을 스톱워치로 측정해본 결과, 13시간이었습니다. 의식주 생활을 제외하면 남김없이 "일"하고 있었죠. 일을 많이 하니까, 일이 되긴 했는데 예전만큼 빛나는 성과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사람 잘 보기로 유명한 팀장님이 지나가듯이 제게 말했습니다.
"토리씨. 요즘에는 도태되고 있는 것 같네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팀장님께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팀장님은 면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리소스를 무한정 쓰는 걸로 일을 해결하면 습관이 되죠. 일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언젠가 반드시 지쳐요. 주어진 근무 시간 안에 최대의 퍼포먼스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만의 업무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해요."
'야근=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저는, '야근=프로세스 없이 일한 결과'로 정의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저는 매일 야근하며 일의 양에 묻혀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예상만큼 빛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체력은 떨어지고, 일의 효율도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 관리를 시작하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팀장이 된 지금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커리어 성장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죠.
오늘의 글은 제가 시도해본 시관 관리 중 가장 효과적이었고, 바로 적용 가능했던 업무 관리 시스템과 마인드셋을 소개합니다.
나도 설마 일 못하는 야근러?
일을 잘하는데 있어서, 시간 관리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알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야근해도 일이 안 끝나는 사람들 특징"에 해당하신다면, 사실 시간을 관리한 적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을 때의 제 특징을 나열할 것인데요. Thread에 올렸을 때, 하루 만에 100명 이상의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 관리 프로세스의 부재로 초과 근무의 고통을 겪고 있죠.
위 특징들을 모두 갖고 있었던 시절 저는 야근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일하다 보니, "야근을 하지 않고 일하는 법"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죠. 일을 정시에 끝내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야근'이 길어지자, 업무에 대해 느끼는 매력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꾸역꾸역 맛없는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었죠.
야근 죄책감 벗어던지기
야근이 습관이 되었다면 가장 먼저 '야근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덜한 것 같다고 느껴서 일을 하는 게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매니저와 면담하여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것과 위임할 수 있는 업무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임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 매니저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매니저(팀장)일수록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팀장들은 대부분 매우 바쁜 팀장만의 우선순위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팀원들이 업무를 얼마나 들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팀장이 되기 전에는 팀장이 이렇게 많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는지 몰랐답니다.😢 그래서 먼저 다가와, 본인의 업무 우선순위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업무 조율을 요청하는 팀원이 있다면, '이 사람은 업무 태도가 남다르구나.'라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직장 생활은 시간 자원을 쓰는 게임이다
야근 죄책감을 털어버렸다면, 회사에서의 근무시간을 일종의 시간제 게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우리들에게는 8시간, 즉 8개의 자원이 주어집니다. 이 8개의 자원을 어떻게 운용할 때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선 내가 정기적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업무 또는 집중해야 하는 업무와 위임이 가능한 업무를 구분합니다. (이 때 위임에는 자동화도 포함이 됩니다.)
업무 정리가 끝났다면, 반드시 달성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들에게 시간 자원을 먼저 배분합니다. 만약 배분할 수 있는 시간 자원이 부족하다면,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팀장님과의 면담을 시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런 데이터 없이 일이 많다고 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정리된 업무 시간 관리 자료를 바탕으로 면담을 진행한다면, 팀장 입장에서도 더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시간관리에도 PT가 필요해
위 과정대로 1회 진행한다면 야근이 없어질까요? 그렇다면 정말 좋겠지만, 시간 관리는 주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과 비슷합니다. 매일, 매주, 매월과 같은 정기적인 단위로 스스로의 시간 관리PT가 되어주세요. 시간 관리를 하기 위해 하루 10분, 주말에는 한 주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1시간 정도를 시간관리를 위한 PT시간으로 확보해두시길 권유드립니다.
처음 시간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면, 시간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한 달 이내로, 확실한 효과를 보고 더 이상 시간관리를 하지 않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이전에는 어떤 업무로 인해서 끌려 다니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늘 불안한 마음으로 월요일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제 시간에 대한 장악력을 스스로 가져가게 되면서 점점 일을 할 때 심적인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잘러의 시간 관리법, 기본편
앞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프로세스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시간 관리 도구와, 그 도구들을 통해 어떻게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적용해본 경험이나 느낀 점을 공유해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