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만장한 중국의 한 지방 은행 이야기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중국의 한 작은 은행 이야기와 그 시사점에 대해 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꼭 챙겨갈 것들:

✅ 은행 부실은 어떻게 발생할까?
✅ 은행들의 무너지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 베일 아웃 (bail-out)이란?
✅ 지금 중국 은행들 상황은 어떨까?

중국에는 경제의 크기에 걸맞게 엄청나게 큰 은행들이 있습니다. ICBC를 비롯해 중국에서 제일 큰 4개의 은행은 자산 크기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국가 소유의 국영 기업이죠. 

이 거대한 은행들 이외에도 중국에는 수 많은 은행들이 있는데, 그 수는 4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은행이 있는 미국에 있는 은행 수가 4500개 정도라고 하는데, 그에 육박하는 숫자이죠. 

그런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큰 은행들 외 작은 은행들이 얼마나 견실한지 여부는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장된 은행이 아닌 경우에는, 공개하는 자료가 많지 않고, 상장사들 경우에도 공개하는 자료가 얼마나 신빈성이 있는지 알기가 어려울 때가 많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실 채권율 같은 경우 부실 채권 분류를 어떻게 하느냐는 은행 재량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부실 채권율이 낮더라도 실제로는 부도나 마찬가지로 원금 회수가 안되는 대출 채권들이 많을 수가 있는 것이죠. 

상장 때 부터 문제가 끊이지 않던 한 지방 은행

중국의 수 많은 은행들 중 진조우 은행 (Bank of Jinzhou)라는 곳이 있습니다. 진조우는 중국 가운데 쯤에서 약간 서쪽에 위치한 도시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 곳에 위치한 지역 은행입니다. 

 문제가 끊이지 않던 진조우 은행

베이징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진조우시

홍콩에 상장됐었던 은행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식 거래가 중지되었다가 최근 진조우시가 위치한 지역의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 100퍼센트 인수하면서 결국 홍콩 증권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은행에 대한 경고등은 2015년 홍콩 상장 때부터 켜지게 됩니다. 상장 심사 기간 동안 홍콩 거래소에서 해너지(Hanergy)라는 태양열 장비 업체에게 빌려준 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면서 상장이 수달동안 연기되게 된 것이죠. 이 때는 해너지에 대한 부실 경영 의혹이 불거지면서 회사 주가가 폭락했던 시기입니다.

문제가 많던 태양열 장비 기업 해너지

진조우 은행은 당시에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누구나 보면 해너지임을 알 수 있는 기업에게 빌려준돈이 한화로 무려 1.8조원에 달한다고 공개했습니다. 직접적인 대출 보다는 신탁 회사를 통하거나 해너지가 발행한 신용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중국에서 만연한 shadow banking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줬습니다. 

진조우 은행은 이 당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몸집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이러다 보니 새 자금이 필요해 홍콩 상장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러니 상장 연기는 상당히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었죠. 

상장 후에도 끊이지 않는 문제들

진조우 은행은 어찌어찌하여 2015년 말에 홍콩 상장에 성공하며 한화로 약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계속되는 공격적인 대출 확장 때문에 더 많은 자본이 필요했고 이후 3년간에 걸쳐 신주 발행, 우선주 발행등 방법을 통해 4조가 넘는 돈을 더 확보합니다. 

은행들은 총 자산 규모 대비 자기 자본을 어느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은행이 빌려준 돈은 자산으로 기록되게 때문에 대출이 늘어나면 자산이 늘어납니다. 자산이 자기 자본보다 빨리 늘어나면 자기 자본 대비 자산 비율은 떨어지겠죠. 자기 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 뿐입니다. 실적에서 나오는 현금을 쌓아서 늘리거나 외부에서 조달을 하는 방법이 있죠.

진조우 은행은 실적 성장 대비 대출을 빠르게 늘려나가다 보니 자기 자본 비율이 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수준에 간당 간당할 정도로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외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4조가 넘는 큰 돈을 확보한 후 얼마안되 2019년 초, 이 은행 주식의 거래가 중단이 됩니다. 2018년 실적 보고를 제때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시간이 흘러 마침내 2019년 9월에 2018년 실적을 공개했는데,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부도난 대출 같은 부실화된 자산에서 비롯된 손실이 7배가 늘어나 진조우 은행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이 은행의 주식 거래가 재개했을 때 주가는 50퍼센트 이상 하락합니다. 

폭락하던 진조우 은행 주가

중국 정부 결국 베일 아웃 (bail-out) 단행, 하지만 결과는...

이 은행 부실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중국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국영 은행인 ICBC를 통해 한화로 6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고 ICBC는 진조우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됩니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소위 베일 아웃을 단행한 것이죠. 이후에도 진조우 은행은 정부 기관들로부터 한화로 2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작년 1월, 이 은행 주식은 다시 거래 정지가 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이전 해 실적 공개를 할 수 없었다는 건데요, 공교롭게도 불과 몇 주전 해너지 기업의 창업주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해너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죠.

그렇게 거래 정지 기간이 1년이 되던 지난 달, 중국 지방 정부 소유 회사가 진조우 은행을 전부 인수하고 비상장 회사로 돌리게 됩니다.   

정부는 왜 부실 은행에 개입할까?

은행권에서 쓰이는 종종 쓰이는 말인 베일 아웃이란 정부가 부실 은행을 살려내기 위해 직접 공적 자금을 투입해 그 은행을 인수한 뒤 정상화 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럼, 정부들은 왜 은행 살리는 일에 개입을 하는 걸까요? 그건 은행 부실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은행이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 은행에 돈을 맡겨둔 예금자들이 돈을 잃을 위험에 처해지겠죠. 국가가 예금자 보험을 통해 그 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은행이 문을 닫아서 내 돈이 사라지게 생길 가능성이 생기면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은행에 돈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겠죠?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그 돈을 빌려주는 게 주 업무인데, 예금이 줄어들면 빌려줄 돈도 줄어들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인이나 회사들이 경제 생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 지겠죠. 그리고 은행을 통해 돈이 유동적으로 돌지않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결과가 오는 거죠.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은행권의 부실이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항입니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은행 베일 아웃을 한 사례들이 있는데, 한 예로 90년대 외환 위기 때 한국 정부가 IMF로부터 받은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제일 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을 구제하는 데 쓴 바가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 국가들에서는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 여파로 리만 브라더스 은행이 무너진 이후 생긴 경제 위기 이후 베일 아웃 보다는 베일 인 (bail in)을 통해 부실 은행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베일 아웃은 정부가 항상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함으로써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생겨 은행들의 방만한 운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죠. 특히 이 때문에 "too big to fail"이라는, 즉 망하기엔 너무 큰 은행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대체 방안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베일 인인데, 이는 정부로부터 받는 외부 자금 대신 은행의 주주들과 발행하는 채권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 안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 은행들은 자기 자본 수준이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으로 변환되는 신종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베일 인 제도가 활성화되있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도 진저우 은행 이외에 다른 두개 은행을 2019년에서 2020년 2년동안 정부가 베일 아웃을 했는데, 이를 보면 중국 정부는 경제 안정을 위해 공적 자금을 쓰는 것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은행 부실 손실을 맡기는 것 보다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죠.   

은행은 어떻게 망하게 될까?

사실 일반적으로 은행이 망하는 걸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은행이 망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일단 은행이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앞서 말했듯이, 예금자들의 돈을 받아서 대출을 해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위험은 돈을 빌려간 이들이 돈을 갚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면 신용 검사도 하고 담보도 잡고 하는 거죠.

그런데 철저하게 데이터에 근거해서 차용자들의 위험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저런 관계 때문에 다소 신용 위험이 높은 기업들에게 큰 돈을 빌려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조우 은행이 해너지 기업에게 큰 금액의 돈을 빌려준 것 처럼 말이죠. 이런 위험은 개발 도상국에서 특히 높습니다.

특히 중국에는 은행과 기업들이 서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 큰 주주인 기업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렵겠죠.    

그리고 진조우 은행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 대출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몇 건만 부도가 나도 은행이 휘청일 수가 있습니다. 

은행이 무너지는 다른 방법은 투자와 거래입니다. 아시아 은행들은 사업 모델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돈을 받아서 빌려주는 전통적인 은행업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죠.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은 예금주를 비롯한 채무자들에게 받을 돈을 채권이나 주식, 파생 상품등에 투자를 하고 거래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투자가 잘못되서 큰 손실을 보게 되면 은행이 한방에 갈 수도 있는거죠. 

실제로 작년에 미국에서는 금리가 갑자기 오르고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중소 은행 세 곳이 파산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죠. 그리고 리만브라더스 사태 역시 파생 상품 손실에서 비롯되었죠. 

중국의 은행들은 어떤 상황일까?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면 현재 중국 은행들은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지금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뇌관인데, 이는 은행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중국의 부동산 하락은 은행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문제입니다.  

우선,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일반 사람들이 집 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을 못 갚을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수익이 줄어드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도 커져가고 있죠. 

여기에 더해 중국 은행들은 흔히 LGFV라고 불리는 지방 정부들의 자금 조달 기관들에게 막대한 양의 자금을 빌려줬는데, 지방 정부들이 부동산이 침체됨에 따라 토지 판매에서 오는 수익이 줄어들면서 LGFV들의 제정 상황도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신용 평가사 S&P에서는 중국의 지방 은행들이 향후 몇년 간 LGFV들에게 준 대출에서만 한화로 4천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치면서

중국 정부는 그동안 터질듯 말듯한 금융 위기를 어떻게든 피해왔습니다. 진조우 은행 사례를 보면 자칫 금융 위기로 퍼질 수 있는 은행 부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면 보면 큰 상처에 반창고만 임시 방편으로 붙여놓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더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부재입니다. 진조우 은행만 해도 이제 비 상장사이기때문에 이 은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은행 내부자들 외에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동산 침체 심화 => 은행권 부실이 정부가 막기에는 너무 크게 확산  => 금융 위기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전혀 가능성 없는 일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여파도 어마어마하겠죠. 살어름판 위를 위태위태하게 걷는 듯한 모습의 중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