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ELS, 대체 뭘까?

한국에서 요새 개인 투자자들이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 (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 HSCEI) 관련된 ELS라는 상품에서 손실을 보게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 ELS라는 게 대체 무엇이며 왜 위험한 것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꼭 챙겨갈 것들:

✅ ELS의 본질은?
✅ ELS와 복잡한 파생상품의 관계는?
✅ ELS 상품이 위험한 이유는?

ELS의 본질은 채권

ELS는 equity-linked securities의 약자입니다. Equity는 주식을 의미하고 securities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채권을 뜻합니다. 이 ELS라는 것이 결국에는 채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ELS를 직역하면 주식과 연계된 채권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럼 채권이란 뭘까요? 한마디로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 같은 것입니다. 회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발행하고, 그 채권을 사는 투자자들은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거죠.   

ELS라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어이고, ELS는 구조화 채권이라는 특수한 채권의 한 종류입니다. 구조화 채권을 발행하는 기관은 흔히 coupon이라고 불리는 표면 금리가 zero, 즉 0인 채권을 발행하고 받은 자금 중 일부를 특정 자산에 연계된 옵션이라는 파생 상품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생성해 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쓰이는 자산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습니다. 주식이 될 수도 있고, 채권이 될 수도 있고, 환율이 될 수도 있고, 원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식외 다른 자산에 연계된 구조화 채권은 DLS, 즉 derivatives linked-securities라고 하는데, derivatives가 한국어로는 파생상품을 뜻하는 것이고, 모든 구조화 채권은 파생상품과 결합된 채권이기 때문에 사실 모순이 다소 있는 용어이죠.

보편적인 ELS 구조

가장 흔한 ELS 상품들은 “스텝다운”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마다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레벨 이상으로 유지가 되면 약정에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조건 이상 하락하면 원금을 까먹게 되는데, 하락 폭에 따라 손실률도 커지는데, 잘못하면 원금을 전부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 이상의 기초 자산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로 신한 증권에서 2021년에 판매했던 상품의 투자 설명서를 보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3가지 기초 자산을 사용한 신한 증권의 ELS 상품

이 상품은 일본의 Nikkei 225지수, 홍콩의 HSCEI 지수, 한국의 KB 금융 주식 이 세개를 기초 자산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익 구조를 한번 보겠습니다.

전형적인 스텝다운 구조

투자 설명서의 내용을 보면 일단 보면 말이 좀 햇갈립니다. 자동 조기 상환 첫번째 조건을 보면 제1차 자동 조기 상환 평가일에 세 기초 자산 가격 모두가 "85%보다 크거나 같은 경우" 라고 합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자면 세 기초 자산들 중 어떤 것도 가격이 15퍼센트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경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조건이 만족이 되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3퍼센트 수익을 얻고 이 상품은 조기 상환이 됩니다. 

이 상품이 2021년 3월에 발행되었는데 조기 상환 평가는 이로부터 6개월 간격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1차 조기 상환 평가일은 2021년 9월, 2차는 2022년 3월, 이런 식이죠. 그렇게 2차 조기 상환 평가일에도 세 기초 자산 중 어떤 것도 15퍼센트 이상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의 6퍼센트를 지급하고 이 상품은 사라집니다. 

그러다가 3차 조기 상환 평가일부터는 기준 하락 폭이 늘어납니다. 3차에는 20퍼센트, 4차에는 25퍼센트, 5차에는 30퍼센트까지 늘어나죠. 이 조건들 중 어떤 것이라도 충족이 되어 조기 상환이 되면 투자자들은 연간 기준으로 6퍼센트의 수익을 얻게됩니다. 최근 금리가 오르기 전까지 시장 금리가 아주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익률입니다. 

만기까지 조기 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만기일까지 세 가지 기초 자산 중 어떤 것도 가격이 40퍼센트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경우 총 18퍼센트의 수익을 얻게됩니다. 하지만 세 가지 기초 자산 중 어떤 것이라도 40퍼센트 이상 가격이 하락을 하게되면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게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조기상환이나 만기 상환 같은 경우 세 기초 자산 모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반면에 원금 손실은 세 기초 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40퍼센트 이상 하락할 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시 상품의 수익률 그래프

이 상품 투자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과연 이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수익을 얻었을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최초 기준 가격 평가일이 2021년 3월 12일입니다. 이 날 가격 기준으로 가격의 등락을 본다는 거죠. 

지금 HSCEI 지수가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일단 이것부터 보겠습니다. 이 지수의 2021년 3월 12일 종가는 11172.95입니다. 1차 평가일인 2021년 9월 7일에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날 이 지수는 9,468.22에 마감했습니다. 최초 기준 가격과 비교하면 15.3 퍼센트 하락해서 1차 조기 상환 조건인 15퍼센트 이하 하락보다 아주 근소하게 더 떨어졌습니다. 

세 기초 자산 중 어떤 것이라도 15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조기 상환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두가지는 볼것도 없겠죠. 

안타깝게도 이 지수는 이후에도 계속 하락하여 조기 상환 조건에 미치지 못했고, 만기 평가일까지 그 하락 폭은 40퍼센트를 훌쩍 넘습니다. 

이런식으로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내 11개 증권사가 합쳐서 원금 손실을 공지한 HSCE지수와 연계된 ELS상품들의 총 발행 금액은 800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ELS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ELS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구조화 채권의 수익은 어떻게 창출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기술적인 부분까지 알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ELS 투자는 결국 위험한 파생상품의 세계로의 노출이라는 점을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해외에서는 주로 은행들이 구조화 채권을 판매 하기때문에 여기서는 구조화 채권 설계를 은행이 한다고 하겠습니다. 구조화 채권을 판매하는 은행은 이런 상품을 발행하고 나서 받은 원금의 일부를 파생 상품, 더 구체적으로는 옵션을 구매하여 정해진 수익 구조를 창출하게 됩니다.

옵션이란 한마디로 주식이건 환율이건, 어떤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계약입니다. 어떤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옵션을 콜 (call) 옵션이라고 하고, 그 반대로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옵션을 풋 (put) 옵션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후자는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할 때 사는 것이고 후자는 반대일 경우에 삽니다. 옵션은 자산 가격 변동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말 그대로 "파생되서" 만들어진 금융 상품입니다. 

구조화 채권의 설계는 가능성도 무궁 무진하고 복잡하려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스텝다운 ELS 상품을 옵션을 이용해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최대한 간단하게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한 가지 기초 자산을 가진 스텝다운 상품이라고 가정할 때,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투자자들 금액의 상당부분, 가령 70퍼센트는 원금 보장을 위해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기초 자산에 연계된 옵션들을 운용하며 약정된 수익을 창출해냅니다.

콜 옵션을 이용해 기초 자산 가격이 평가일에 정해진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을 하고 약정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는 한편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이하로 내려가서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이루어지는데는 풋 옵션이 관여가 됩니다. 발행자쪽에서는 이런 구조를 창조해내기 위해 복잡한 옵션 운용을 하게되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본인들이 직접 상품을 만들고 필요한 옵션 운용을 하기도 하고 외국 투자 은행들이 만든 상품을 사오기도 합니다.  

풋옵션 사용을 통해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구조가 설계된다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이 상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은행은 풋 옵션을 구매함으로써 기초 자산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징을 하는데 반해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은행이 가지는 풋 옵션의 반대 포지션을 갖게됨으로써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 상품의 투자자들은 복잡하고 위험한 파생 상품을 통해 한 방향성에 돈을 거는 것이죠.

"설마 그렇게 떨어지겠어?"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들도 관련 옵션 운용을 잘못하면 큰 손실을 잃을 수 있지만, 이 상품들은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텝다운 상품들의 경우 수익의 상한은 확실히 정해져 있는 반면 손실에는 제한이 없으니까요. 위에서 예로 든 상품처럼 연 6퍼센트 수익이 이런 수준의 위험에 적절할까요? 

ELS를 판매하는 증권사 직원이 "고객님은 복잡하고 위험한 파생상품을 통해 주가가 40퍼센트 이상 떨어지지 않는 것에 베팅을 하시는 것인데 수익률은 정해져 있지만, 원금을 모두 잃으실 수 있으세요" 라고 한다면 투자에 주저하겠지만, "주가가 40퍼센트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6퍼센트 수익을 받으실수 있으세요" 라고만 한다면 "설마 그렇게 떨어지겠어?" 하는 마음에 혹할 수 있겠죠.

특히나 주가 지수는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HSCEI 같은 지수를 사용한 ELS 상품은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은행에 예금보다 딱히 크게 위험해 보이지 않고 금리는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설마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특히나 주식 시장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예로든 ELS상품은 아쉽게도 HSCEI 지수가 지난 5년 고점에 가까울 때 발행되었습니다. 그 이후 거의 2년 동안이나 중국 정부는 강경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며 경제에 옥쇄를 채우는 바람에 중국 기업들은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냈고, 이 때문에 HSCEI 지수는 계속 고끄라 졌죠.

지난 몇년간 고전을 면치 못한 HSCEI 지수

ELS같은 구조화 채권의 다른 위험은 발행사의 신용 위험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상품들은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증권사들은 ELS 투자 설명서에 이들이 "초고위험" 상품이라고 적시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위험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HSCEI 지수만 봤을 때 2021년 당시 시장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때라, 증권사들도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낮게 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ELS 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들에게 그 위험을 충분히 고지했느냐 입니다. 갯수 기준으로 전체 발행된 상품 중 20퍼센트가 넘는 비율이 65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들에게 팔렸다고 하는데, 이 분들이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했다면 투자를 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소위 영어로는 miss-selling, 한국어로는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외에서도 일반 투자자들이 ELS같은 구조화 채권에서 큰 손실을 봐서 문제가 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한 예로 홍콩에서 있었던 이른바 "리만 브라더스 미니본드" 사건이 있습니다. 2008년 리만 브라더스가 망하기 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였던 홍콩에서는 은행들이 리만 브라더스가 만든 신용 파생 상품에 연계된 "미니 본드" 라 불렸던 구조화 채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었습니다. 이 상품들은 단순한 저위험 투자처럼 일반 대중에게 마케팅되었고, 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투자자들, 특히 노년층들이 다수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레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돼었고, 이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한국의 ELS 사태와 비슷한 모습이죠. 

마치면서

ELS는 굉장히 위험하고 투자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이번 ELS 사태의 주 쟁점은 이 상품들을 판매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그 위험을 충분히 이해시켰느냐 입니다. 여러 정황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번 ELS 사태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돼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