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름

2026 여름 28

땀 땀 땀

2026.07.29 | 조회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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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많이 탄다. 땀이 많다.

찬란한 여름 태양 아래로 축축해져서 아니 눅눅해져서 걸어가는 저 사람이 바로 나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번 이렇게까지 더웠나 싶은 생각이 드는걸 보면 덜 힘들었던걸지도 모른다. 정말 힘들었다면 기억할테니까.

 

출근하려고 산뜻하게 샤워하고 나왔지만 이마와 인중이 촉촉해지는건 금방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랫폼은 왜 지하인데도 이렇게 더운가 나만 더운가 왜 사람들은 평온한 얼굴일까 이곳에서 울고 있는 것은 나의 겨드랑이 뿐인가 걱정하며 지하철을 기다리다보면 산뜻함은 사라지고 눅눅한 꼬깔콘처럼 되어버린다. 간신히 지하철을 타면 그동안 응어리졌던 땀방울이 모여 등줄기를 주륵 흘러내려간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어떻게든 땀을 덜 흘리려고 해보지만 손풍기는 한계다. 캐리어 선생님이 다시 태어나서 휴대용 에어컨을 발명하기 전엔 어느것도 소용이 없다고 느껴질 때 쯤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 이쯤 되면 일이고 뭐고 그냥 아몰랑 집에 갈래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옆에 앉은 동료를 보며 생각한다. 이 사람은 땀이 안나네. 사람이 맞나.

 

오늘처럼 더운 여름에만 땀이 나는 것은 아니다. 운동할 때도 난다. 출근하며 흘리는 땀 보다 낫지만 이 또한 유쾌하지는 않다. 이마를 지나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기도 하고 테이스팅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본의아니게 짭짤하다는걸 알게 되기도 하고. 어쨋든 운동복도 젖고 땀이 식다보면 인간 염전이 된 듯한 느낌도 유쾌하진 않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 땀은 내가 제일 많이 흘렸다. 운동을 한 건지 혼자 소금맛 미스트를 온몸에 뿌린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땀을 흘려도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사우나다.

 

모든 사우나에서 땀내는걸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우나만 좋아한다(습식은 아무래도 찐만두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앞으로 말하는 사우나는 건식 사우나를 말하는거다.

사우나에 들어서면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돈다. 보통 80도가 넘기 때문에 숨도 한번에 깊에 들이마실 수 없다. 살살 뜨거운 공기를 몸속에 집어넣고 기다리면 피부의 모든 표면에 사막같은 뜨거움이 골고루 퍼지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몇 분만 지나면 몸 곳곳에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10분만 지나면 이미 땀이 흠뻑 나서 온 몸이 맨질거린다.

이 때의 기분은 출근길의 찜찜함도, 운동할 때의 짭짤함도 아닌 정화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내가 내보낸 것은 대부분이 그냥 물이겠지만 몸속을 떠다니던 노폐물과 마음속의 찌꺼기들도 조금씩 흩어져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땀을 주륵주륵 흘리다 사우나 문을 열고 나와 찬물로 샤워를 하면 안팍으로 개운하고 깨끗해진 것 같다. 여기에 바로 냉탕에 몸을 넣으면 머리끝까지 짜릿해지면서 정신이 또렷해진다.

 

이런 멋진걸 처음부터 즐기던 것은 아니었다. 작년에 아이슬란드에 가서 뜨거움이 있다면 차가움도 꼭 필요하단걸 직접 경험하고서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말은 그럴싸했지만 사람들이 한겨울에도 냉탕에 들어가는걸 보고 따라해봤다가 냉탕의 짜릿함에 뒤늦게 눈을 떳을 뿐이다. 미친듯이 차가운 냉탕에 오분정도 들어가있다가 뜨거운 온천으로 들어가면 세포 하나하나가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를 한다. 그게 처음엔 고통스러운건지 좋은건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몸속 세포들이 속삭인다. 다시 한번 해보자고.

 

오늘도 사우나에서 땀을 주르륵 냈다. 지하철에서 흘려보냈던 세속적인 땀 따위가 아니다. 정화와 참회의 땀이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짭짤한 땀이나 흩뿌리고 다닌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우나에 가서 정화를 하고 냉탕에서 깨달으면 된다.

 

아 이게 살아있는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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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커피

    1
    약 17시간 전

    '매번 이렇게까지 더웠나 싶은 생각'이 너무 공감됩니다. 매번 이렇게 추웠나도 매년 겪고...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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