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31

여름 - 5

2025.08.13 | 조회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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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김토성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왔다. 장화를 신고 마음은 그렇지 못해도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이니까 빗속을 당당하게 걸어갔다. 때로는 몸이 마음을 이끌어주기도 한다니까 그랬으면 하는 바람으로.

 

점심때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 한명이 했던 이야기가 하루종일 머릿속에 남았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그냥 그대로 둔다고 했다. 대학생때부터 많이 힘들고 불안해하며 배웠다고 했다.

 

그냥 두는 일.

난 잘하지 못하는 일.

치워버리고 싶은 일들은 밑창에 들러붙은 껌처럼 유독 날 더 괴롭히는데 어떻게 그냥 둘 수 있는지.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물어도 아마 지름길은 없고 방법도 없을거다.

 

많이 불안했으니까.

그만큼 오래 고민하고 힘들었으니까.

배운게 아니라 그냥 알아버린게 아닐까.

 

내가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걸 어쩌다 알아버린 것 처럼.

덕분에 난 작고 사소한것에도 기뻐하고 잘 느끼니까.

좋은걸까.

 

심이 다 닳아버린 연필같은 표정으로 집에 가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통화를 끝나고 아빠한테 좀 미안했다. 왜 좀 더 힘차게 받지 못했을까.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만 남겨준건 아닌가.

 

돌이켜보면 응석부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나 힘들다고 말은 하지 않아도 목소리가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며 기운 좀 내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몇일전에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하나도 어른같지가 않다.

 

저런 투정 없이도, 힘들게 하는 것들을 그냥 놔두고 싶지만 난 아직 더 불안하고 힘들어야 가만히 두는 법을 배울 수 있나보다.

 

오늘의 불안도 어제의 고민도 그래서였나.

 

집에 돌아와 장화를 벗었는데 양말이 뽀송뽀송했다.

그래도 장화가 있으니까.

비가와도 젖지는 않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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