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일주일간 잘 지내셨나요? 가을에 다가가고 있는 초입부입니다. 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햇살이 있긴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많이 선선해졌죠? 덕분에 저녁 먹고 집 근처를 두어 바퀴씩 산보하곤 하는데, 저처럼 선선해진 날씨를 즐기기 위해 운동 나온 분들이 꽤 많더군요. 가을이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워졌어요. 조만간 빨갛게 물든 낙엽도 볼 수 있을 테지요.
저는 계절이 바뀌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자주 감기에 걸리곤 했는데요, 최근 몇 개월 꾸준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고 무던하게 환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구독자님께서도 아침 저녁 일교차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지난번 레터에서 보육교사, 금빛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점점 인터뷰 내용이 깊어지고, 퀄리티가 좋아진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금빛님께도 감사드리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저 또한 얻는 것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구독자님께도 유익한 콘텐츠로 닿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지난 레터를 못 본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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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비케이레터 인터뷰, 보육교사 편 2화 시작합니다!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보육교사 편 2화
👩🏻Interviewer: BK
🙋🏻Interviewee: GB
👩🏻BK
금빛님께서는 보육교사로서 꽤 많은 경력을 쌓으셨는데요. 혹시 보육교사를 준비하거나 꿈꾸는 학생들 또는 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GB
교육과정도 ‘아이 중심’, ‘놀이 중심’으로 바뀐 것처럼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이할 수 있도록 ‘관찰’과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임 때 현장에서 아이들과 활동을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어야 하죠. 또한 아이들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해 주는 섬세함을 가지게 되면 현장에서 좀 더 보람된 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BK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시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실 것 같아요.
🙋🏻GB
네 맞아요. 비가 그치고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는데, 손잡고 있던 여자아이가 “선생님 달팽이는 느리지요?”라고 물어보길래 “달팽이는 느리지”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느리면 나쁘지요?”라고 아이가 되묻더라고요. 그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달팽이는 느리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대단한 거야~"라고 대답을 해주었죠.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친구에게 신나게 뛰어갔어요.
이후에 그 아이의 질문과 답변을 되새겨 보면서 스스로 ‘배움이 늦었다’고 좌절해 있던 저에게도 위로가 되더군요. 이후에 유아교육학과 교육대학원에 도전하여 입학하게 되었고, 오전에는 어린이집 교사로 늦은 오후에는 대학원생으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 결과 논문 통과와 유치원 정교사(2급) 교원 자격증 취득, 유아교육학과 수석 졸업을 하게 되었죠. 저에게 깨달음을 준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워요. 정말 아이들에게 배운다니까요!
👩🏻BK
와, 일하시면서 대학원 공부까지 하시고 수석 졸업까지! 정말 대단하신걸요! 아이들을 위해 건넨 말이었는데, 그 말이 금빛님에게 꽃을 피웠네요.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말을 건넬 때가 있지만, 때로는 그것이 나에게 가장 많은 위로와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제 딸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통해 제가 위로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시면서 보육교사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신 순간이 있으실 것 같아요.
🙋🏻GB
6살에 처음 기관(어린이집)에 온 아이가 있었어요. 낯가림이 심해 담임교사와 친구들과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선택적 함구증이죠. 그 아이가 7살이 되어 제가 맡은 반이 되어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그때 아이에게 무리하게 말을 시키지 않고 아이를 기다려주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아이의 걸음에 맞춰 같이 걷고, 아이가 눈빛으로 얘기하면 그 마음을 알려고 눈 맞추며 관심을 기울였죠. 아이와 만나는 매일,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이의 입장이 되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었어요.
그러다가 스승의 날 어머님께서 영상편지를 찍어 보내주셨는데, 아이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그 영상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이후에 말이 트인 아이는 친구들과 작은 소리로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 그 아이를 통해서 ‘기다림’에 대해 깊게 깨달았어요.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정말 어렵긴 하지만, 기다리면 아이들은 언젠가 변해요.
그리고 함께 놀이를 하던 아이가 주 양육자인 ‘엄마’, ‘아빠’, ‘할머니’라고 실수로 부를 때, 졸업을 하고 나서 보고 싶어 찾아올 때, 아이들의 순수함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유아 교사로서 엄청난 보람을 느껴요.
👩🏻BK
원에서 하루 종일 입을 닫은 채 놀던 아이의 모습만 보시다가 입을 방긋방긋하며 스승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셨을 때 정말 많은 감동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아이의 어머니도 얼마나 뿌듯하시고 자랑스러우셨을까요? 금빛님께도 너무나 큰 자부심이 되었을 것 같아요.
🙋🏻GB
네, 그후로 아이가 말을 하니까 다른 반 선생님들이 다 놀랐었어요.
👩🏻BK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아이들에게도 각자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것 같아요. 금빛님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는 선생님을 만나 정말 다행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뉴스에서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꽤 많이 보도되었었죠.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GB
어린이집 교사는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로 아동학대가 없는 세상을 위해 예방교육과 대응 매뉴얼을 실천하고 있어요. 아동학대 사례를 찾아보면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비중이 80%로 가장 높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일부 몰지각한 교사로 인해 전체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되어 현장에 남아 있는 교사들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개선되어 교사와 아동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늘어나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이 하루빨리 현장에 적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K
아이들을 그 한 명 한 명 보는 것도 사실 힘든데 1 대 다는 진짜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유아 교사를 하고 싶나요?
🙋🏻GB
제가 예전에 다른 원장님께도 같은 질문을 했었거든요.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 하고 싶으세요?”라고요. 당신께서는 천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질문하기 전에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장님의 답변을 듣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BK
정말 부럽네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GB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그 사람 보면서 따라가게 되죠.
👩🏻BK
맞아요. 롤 모델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득녀하셨다고요. 보육 교사 시기 때문에 육아랑 보육 그러니까 내가 직업으로서 교사로서 하는 보육과 집에서 내가 아빠로서 하는 양육의 어떤 차이가 있나요?
🙋🏻GB
엄청 차이 나요. 처음에는 보육교사로 보육을 하는 거였을 때는 그냥 아이들이랑 지내다 보면 힘이 들긴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집에는 가요. 근데 저희 딸은 집에도 안 가고 같이 자야 돼요. (웃음) 맨날요. 경력은 10년 차지만, 육아를 직접 해보니 학부모님을 더욱더 존경하게 되었어요. 특히 둘째, 셋째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더더욱이요.
👩🏻BK
저는 아이 한 명 양육하는 엄마로서 수많은 아이들 보육하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예전에도 지금도 늘 그렇게 느낍니다. 존경해요. (웃음) 10년 뒤 금빛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GB
좀 더 아빠 다운 아빠, 남편 다운 남편, 꿈꾸었던 나의 모습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욕심부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래는 욕심을 많이 내고 있었는데 욕심내서 될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욕심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어요.
되돌아보면 10년 전에 했던 걱정과 근심들이 지금 보면 별거 아니거든요. 만약 그때의 나에게 얘기해 줄 수 있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될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금의 나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지금을 열심히 살고 지금 행복하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아파트 미화원 편🔽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점역사 편🔽
금빛님과 약 90분 간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진심으로 느껴졌어요.
'아이들에게 배운다'
누구보다도 그는 10년 전 자신과 했던 약속과 결심을 잊지 않고 삶에 깊게 뿌리 내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달팽이는 느리기에 나쁜 거지요?' 라고 묻는 한 아이에게 느리지만,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대단한 것이라고 답을 건넨 선생님은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자신의 삶에 또 다른 씨앗을 심었습니다.
느리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 그리하여 결국 열매 맺는 삶.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던 그는 달팽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자신의 트랙을 넓혀가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품에서 많은 아이들이 뛰놀고, 웃고, 사랑하며, 자라고 있고요. 그 모습을 상상하니 괜스레 웃음 짓게 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자라게 하는 일은 그만큼 값지고 귀한 일 일테니까요.
📩 다음 레터는 추석 명절 지나고, 23일 날 찾아 뵙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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