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참 많이도 내린 요즘이었습니다. 구독자님이 계신 곳은 비 피해가 없으신지요. 마른 장마라고 하더니 그런 말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하늘이 뚫린듯이 엄청난 비가 쏟아붓더라고요. 역시나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하기에 무엇이든 단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출근 길, 등교길이 힘겹고 어려우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계신 구독자님께 따뜻한 애정의 마음을 글에 담아 보냅니다.
지난번 레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도 인터뷰 콘텐츠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난번 점역사 편의 인터뷰를 감명 깊게 읽고 좋은 후기를 들려주신 옥희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제가 인터뷰를 제안드렸더니 '나도 그런(인터뷰)거 할 수 있냐'라며 놀라시더니 이내 반짝이는 눈으로 신남을 감추지 못하셨던 옥희님.
1차 인터뷰와 2차 인터뷰 그리고 인터뷰를 수정하고 검토하는 모든 과정을 어쩌면 저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임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자연스레 으쌰으쌰 힘이 나더라고요. 긍정에너지와 열정은 주변으로 퍼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솟아 목울대가 두꺼워지기도 하고, 끝내 눈물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긍정 에너지로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멋진 열정과 고귀한 땀방울이 인터뷰에도 고이 담겨 구독자님께도 깊은 울림으로 닿길 바랍니다.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아파트 미화원편 1화
👩🏻Interviewer: BK
🙋🏻Interviewee: OH
👩🏻BK: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OH: 안녕하세요. 저는 이옥희 입니다. 나이는 36살이고요. 11살 아들과 9살 딸을 키우고 있어요. 현재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BK: 나이가 많지 않으신데 아이들이 벌써 11살 9살이라니! 젊은 엄마이시군요.
🙋🏻OH: 네, 신랑이 군인이라 결혼을 빨리하게 됐어요. 저희가 스무 살 때 CC로 만났거든요. 당시 남자친구 아버지께서 군인이셨는데 남자친구도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고 싶어 했어요. 결국 군인이 되고 나서 강원도 홍천으로 부대 배치를 받았는데, 군인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군대 관사가 엄청 열악해요. 겨울에 엄~청 추워요. 그래서 얼른 남자친구를 관사에서 탈출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서둘렀죠.
👩🏻BK: 추운 관사에서 탈출시켜주고 싶은 마음! 찐 사랑이셨나봅니다. (웃음) 스무살 때 만나셨다니! 혹시 첫사랑이신가요?
🙋🏻OH: 네. 첫사랑이죠(웃음)
👩🏻BK: 스무 살 때부터 만나셨으니까 15년 넘게 함께 하고 계신 거네요. 저도 요즘 치고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한 편이어서 주변에서 왜 이렇게 결혼을 빨리했냐고 많이 묻거든요. 옥희님은 어떠세요?
🙋🏻OH: 너무 공감해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결혼을 너무 빨리 했나?’ 싶기도 하지만, 신랑이 그때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고 저에게 참 잘하거든요. 신랑 덕분에 '내가 정말 가치 있는 사람이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구나'라고 느끼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BK: 워너비 부부네요. 결혼을 일찍 해서 좋은 점도 많으시죠?
🙋🏻OH: 네,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아빠, 엄마라는 거죠. 물론 20대 때 아이들 키우느라 청춘을 즐기거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 적어서 아쉽긴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니까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엄마도 많이 배려해 줘요. 너무 뿌듯하고 기특하죠. 또 둘이라서 둘이 잘 놀기도 하니까 가끔 참 편하기도 해요.
👩🏻BK: 정말 보기 좋습니다. 현재 청소 일을 하고 계시다고요. 언제부터 하게 되셨나요?
🙋🏻OH: 음, 오래되진 않았어요. 원래 저는 회계 사무직으로 일을 했었는데 결혼하고 타지역으로 신혼 생활을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됐어요. 이후에 사이버대학교에서 보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이들을 키우다가 첫째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제가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걸 아시고는 같이 일할 수 있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렇게 어린이집 교사로 일을 했었는데, 저녁 시간까지 맡은 아이들을 보육하며 일하다 보니까 정작 저희 아이들을 보살피기 어렵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담임 교사 말고 보조 교사로 일을 했었는데, 신랑이 논산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만두게 됐죠.
이후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지냈어요. 그런데 시아버지께서 공기업에서 일을 하시는데 미화원들이 정년까지 보장되고 월급도 꽤 높고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일을 한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퇴근 후 아이들을 충분히 잘 케어할 수 있겠더라고요.
시아버지께 긍정적으로 말씀을 드리니, 관공서는 청소관련 민간자격증이 있으면 지원할 때 더 유리하다고 하셔서 자격증 취득 비용까지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서울가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죠. 그 후에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집 맞은편 아파트에서 미화원을 구하는 게시글을 보고 지원해서 일하게 됐어요.
👩🏻BK: 가정과 직장을 모두 양립하는 일이 여러모로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논산에 오셔서 청소 일을 하게 되신 거군요?
🙋🏻OH: 네. 여기저기 일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미화원 일자리가 났어요. 그래서 바로 전화를 드리니까 너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본인이 직접 할 거냐고 재차 물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네!”하니까, 그럼 빨리 와서 면접을 보자고 하셔서 면접 봤더니 고급 인력이라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일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도 너무 좋았죠.
👩🏻BK: 저도 작년에 이직을 했는데 주로 고려했던 부분이 집과 가까운 것(거리) 그리고 탄력근무제(시간)였어요. 직장인으로서 산업 군과 직무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워킹맘으로서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인 출퇴근 거리와 시간이 꽤나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옥희님도 직장을 정하실 때, 집에서 가까운 거리와 출퇴근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네요.
🙋🏻OH: 네, 물론 저도 기존에 경력을 쌓았었던 사무직이나 어린이집 교사를 한다면 더 좋겠지만 군인인 신랑을 따라서 다니다 보니 대부분 관사가 읍에 있거든요. 일자리가 많이 없어요. (웃음) 이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저에게는 가족이 1순위이기 때문에 가족들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어요.
일하는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중에만 일하면 되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요.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여기서 일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엄마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돼요.”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다행이다 싶었어요.
최근에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손가락 골절이 되었거든요. 병원에 가야 돼서 오전에 급하게 휴가를 썼는데도 모두 이해를 해주셨어요. 워킹맘들은 모두 공감하실거라 생각해요.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요.
👩🏻BK: 예전에 김예지 작가님이 쓰신 <저청소일하는데요> 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이 책에서는 일이라는 건 하나의 생계수단 일뿐이어서 꿈과 직업이 같다면 좋겠지만,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생계'를 책임지는 것으로 그 역할과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꿈과 하는 일이 일치한다면 더없이 축복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내 가족을 책임지는 일이잖아요.
🙋🏻OH: 공감해요. 저도 생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남편이 일하면서 대학을 편입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야근 수당 등 각종 수당이 빠지니까 그 금액만큼 제가 벌어서 채워야겠다 싶었죠.
우리 가족의 생계니까 저에겐 일자리를 찾는 것이 무척 간절했어요. 남편과 둘이 생활하는 거라면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어떻게든 살아갔겠지만, 일단 저희에겐 아이들이 둘이나 있잖아요. 한창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라서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어떻게든 생활비를 벌어야겠다 싶었죠.
그러던 찰나, 구직 사이트에서 청소 일자리를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웠어요.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할 여유가 없었어요. 생계가 달렸으니 두려움 따위는 생각을 못 했죠. 당장 이건 해야 된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이 없었으면 선뜻 청소 일을 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BK: 때로는 간절함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옥희님은 여러 직업을 경험하셨는데, 지금 하고 계신 청소 일의 장점이 있을까요?
🙋🏻OH: 정말 좋은 점은 제가 맡은 일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각자 맡은 구역이 있고 대부분 혼자서 일을 하는데요. 맡은 구역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사무직에서 일할 때처럼 사람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나 서로 일을 미루고 눈치 보고, 이런 게 없어서 전 너무 좋아요.
혼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이어폰 끼고 노래나 강의를 들어도 되고 깨끗하게 청소 되어있다면 칭찬도 받고 맛있는 간식도 주신답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어요!
👩🏻BK: 사무직에 종사하시다가 신체적 노동을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직으로 일할 때와 달리 스트레스 받을 일이 확연히 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가끔 회사에서 여러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단순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머릿속을 비우고 몸만 열심히 움직이고 싶은 거랄까요. 그래서 가끔 집안일을 엄청 열심히 할 때가 있어요. 머리를 비우고 반찬을 열심히 만든다던가, 이불 빨래를 한다던가, 서랍을 정리하죠. (웃음) 그렇다면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OH: 단점은 몸이 아프거나 힘들고,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수 있다는 것,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같아요.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처음에 일할 땐 손가락, 손바닥, 어깨 안 아픈 곳이 없더라고요. 많이 걸어 다니니까 발바닥도 아프구요. 그럼에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 3개월 이상 되니까 그래도 이제는 버틸 만은 하고 이제 덜 아프다 싶게 적응했어요.
그런데 일을 수개월 해보니까 제일 큰 단점은 날씨더라고요. 추운 겨울은 껴입으면 되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은 땀이 그냥 줄줄 나요. 저번에는 청소 일을 하고 첫 여름을 겪어서 더위 먹은 줄도 모르고 일을 했었어요. 그때 몸이 너무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식염 포도당을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때 식염 포도당이란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비가 많이 오다보면 오래 된 아파트라서 지하주차장쪽 복도가 다 물에 잠기거든요. 그럼 일일히 물긁개로 다 긁어내야 하는데, 그때가 좀 힘들어요.
👩🏻BK: 자연, 날씨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옥희님은 굉장히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긍정적이셨나요? 긍정적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OH: 감사해요. 그런데 어릴 땐 긍정적이기보단 부정적 성향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했죠. 완전 집순이였어요. 사람 만나는 걸 너무 힘들어했고요.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 반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소심했죠. 그래서 예전에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청소 일이 저에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음 화에 계속
구독자님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자신 있게 '나에게 우선순위는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옥희님을 보면서 얼마 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신 송일국 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0년 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여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의 아버지로 큰 인기를 끌었던 송일국님은 슈돌 이후 몇 년 동안 작품 제의가 들어오지 않아 배우로서의 활동이 뜸했다고 하죠. 그동안 육아에 전념하면서 배우 일을 하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인생의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인생의 목표는 1.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되는 것, 2. 삼형제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 3. 일에 충실한 것의 순위이기 때문이죠.
한때 <주몽> 드라마로 배우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그에게 슈돌 이후, 배우로서 실패를 경험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을 겁니다.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시간 동안 그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과의 촘촘한 시간과 추억이 가득하니까요. 아마 누군가 일확천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자 소중한 시간이었겠죠.
인터뷰에서도 보시다시피 옥희 님도 가정을 돌보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셨어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녀야 했기에 한 곳에서의 경력을 이어갈 수 없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바꿀 수 없는 일에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했죠.
바꿀 수 없는 일에 온갖 심기를 쏟는 대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그녀의 삶은 이렇게 꽤나 단순했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그 열정 덕에 저까지 기운이 펄펄 날 정도였어요.
매번 여름이 그러하듯, 올여름도 유난스럽게 더울테죠. 아마 그녀는 많은 땀을 흘릴 거고요. 미친 듯이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예전에는 모르고 살던 식염 포도당을 끼고 살지도 모릅니다. 가끔씩은 동료나 이웃이 건네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할테고요.
아무리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 땀을 한 바가지 흘리더라도, 집에서 만나는 두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운이 펄펄 날 겁니다. 아마 그녀가 흘리는 땀 방울은 고스란히 두 아이의 피와 살이 되어 두 녀석을 번듯하고 장성하게 키워낼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리하셨고, 우리도 부모님의 땀방울로 이렇게 자라난 것처럼요.
구독자님에게 인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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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는 쉬어 가는 주이지만,
다음 화(👥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아파트 미화원 편 2화)가 궁금하실 것 같아서,
다음주는 월요일 아침에 인터뷰 2화 들고 똑똑 찾아뵐게요.
꼭, 문 열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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