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벌써 7월이네요. 7월 앞에 '드디어' 대신 '벌써'라는 부사를 쓴 것은 그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 같아서요:) 벌써 7월이라니, 2024년 한 해의 절반이 지났어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빠르게 흐르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2024년 하반기가 시작됨과 더불어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장마철도 시작되었네요. 집이나 회사에서 또는 휴가지에서도 안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최근에 서재를 재정비했어요. 기존에도 서재방이 있긴 했지만 가끔씩 프린트할 일이 있을 때만 쓰고 대부분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는 주로 거실에 있는 식탁겸 테이블을 사용해왔어요. 언젠가 서재를 리뉴얼해야겠다 줄곧 생각했는데 드디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기존에 있던 크고 무거운 책장을 전부 중고 마켓에 처분하고, 그 많던 책도 지인들에게 나누거나 처분하며 정리했습니다. 이후, 텅 빈 서재에 새로운 책상과 책장을 들여야 하는데 원래는 큰 테이블을 하나 사서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어요. 함께 책 읽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그런데 아이가 '나는 내 책상이 갖고싶다!'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아이의 책상을 따로 마련해 주고 더불어 제 책상도 따로 마련하게 되었어요.
새롭게 서재를 정비하고 보니, 아이 의견을 따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가 아닌 집에서 나만의 책상을 얼마 만에 가져보는 것인지, 기분이 참 새롭고 좋습니다.
불현듯 수년 전 읽었던 두 권의 책에서 '서재'와 '책상'이 갖는 의미에 대한 글이 떠올랐어요. 하여 오늘은 두 권의 책에 담긴 '내 책상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당신만의 서재를 가져라
1. 책상은 ‘나’라는 주체성의 기물적 상징이다. 독립된 인간은 반드시 자기만의 책상을 소유해야만 한다.
2. 우리가 최우선으로 소유해야 할 것은 ‘책상’이다. 어떤 책상이든 상관없다. 인간은 책상을 소유하고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손끝을 움직이게 된다. 다시 한번 시인 이상의 말을 빌려 부언하자면, 책상이 없는 사람은 재산이 없는 사람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사람이다.
3. 나는 서재와 책상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되도록 크고 넓은, 당신이 당신의 생각과 사물을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는 크고 넓은 책상을 먼저 가져보라고. 세상에서 당신이 온전히 당신 자신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뜻밖에도 그 책상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4. 서재는 단지 책을 보관하거나 읽는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선 선비들의 사랑방에서 보듯이 서재는 공부와 수양, 휴식과 취미활동, 그리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무엇보다 한 개인이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든 행위를 도모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서재는 크기에 상관없으나 기본적으로 사적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에 배치된 서재는 도서관에 가까울 뿐 서재가 될 수 없다.
5. 조선을 500여 년간 지속하게 한 건강성은 사랑방에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사랑방이라는 독립적이고 복합문화적인 공간을 통해 조선의 지도층이 건강성을 유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병들어있다.’고 많은 사람이 진단한다. 원인에 대한 분석만큼 처방도 다양하다. 목수로서 나의 처방은 이것 하나다. 서재를 가져라. 당신만의 서재를 가져라. 명창정궤. 밝은 빛이 스며들고 정갈한 책상 하나로 이루어진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는 일이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선의 선비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튼 서재>, 김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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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는 김윤관 목수님께서 쓰신 책인데요. 수년 전에 읽고 너무 좋아서 주변에 막 소문내고 다녔던 책이기도 해요. 목수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리고 서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 글이 참 깨끗하고 정갈해서 좋았어요. <아무튼 서재>를 읽고 반해서 줄줄이 아무튼 시리즈를 읽기도 했었습니다. 위의 발췌된 글을 읽고 많은 공감과 깨달음을 얻으셨다면 책을 직접 읽어볼 것을 추천드려요.
다음으로 전해드리고 싶은 글은 <김미경의 마흔수업> 중 '책상'에 관한 글입니다. 김미경 선생님은 특히 유부남/녀들에게 공부할 것, 자신만의 책상을 가질 것을 권면하세요. 결혼 후 살림과 육아를 하다 보면 자신의 성장보다는 자녀 교육에 몰두하게 되죠. 그래서 아이 교육에 관한 비용이라면 큰 고민 없이 지불하지만, 부부가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단돈 몇 만 원 쓰는 것을 아까워 하곤 합니다.
하지만 김미경 선생님은 자녀 교육에만 몰두하지 말고, 부부의 성장에도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시고, 이를 위해 '책상'을 마련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굉장히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 많아 책에 열심히 플래그 붙여가며 읽었어요.
아직 마흔이 되기 전인 저에게도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주었던 책으로 마흔 언저리에 있는 직장 상사와 지인들에게도 선물했던 기억이 납니다. 괜스레 막막하고 우울한 기분이 불현듯 찾아오는 날이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어김없이 펼쳐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레터에서 이 책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 못보셨던 분들을 위해서 링크 남겨둘게요. 🔽
참고로, 위 레터에서 함께 전해 드렸던 허지원 교수님의 심리학 칼럼도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구독자님들께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칼럼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아래에서 <김미경의 마흔수업> 중 책상에 관련한 일부 글을 전해 드릴게요.
사람은 공간을 닮아간다
1. 시간과 공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나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에서 10년 넘게 살다 보면 누구나 저절로 무기력해진다. 대학 때 배운 것도 잊어버리고 새로운 정보도 아이디어도 없으니 당연히 자존감도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성장하면 된다고? 엄밀히 말하면 회사라는 곳은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내 시간을 할애하는 곳일 뿐이다. 어떤 회사도 나의 성장과 미래를 대신 고민해주지 않는다.
(...)
그러니 20대 때 처럼 다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좁아도 책상 하나 놓을 공간이 없는 집은 없다. 거실 소파를 옆으로 밀어내든 식탁 옆에 작은 테이블을 두든, 뭐라도 놓고 책에 둘러싸여야 한다. 내 공간에 100권의 책이 있다면 100만큼 생각이 커지고 1,000권의 책이 있다면 1,000권만큼의 세상이 내 것이 된다. 생각이 크고 세상이 넓어져야 비로소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아무 자극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나를 위한 그 어떤 대안도 낼 수 없다. 대안을 내고 싶으면 대안을 낼 만한 것들로 내 공간을 채워야 한다. 꿈은 내 책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 사람은 공간을 닮아간다. 공간은 내가 '누구'라는 정체성을 규정해준다. 집에 오자마자 소파와 한 몸이 되고 리모컨을 손에 붙이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도 소파를 닮아간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룬 채 일단 눕는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푹신한 소파에 묻어버리고 TV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 공간이 소파가 되어버리면 내 정체성도 '눕는 사람'이 된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등을 곧게 펴고 책상 앞에 앉아야 생각도 바뀐다. 같은 책을 읽어도 침대에서 읽느냐 책상 앞에 앉아서 읽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침대에서 책을 읽으면 밑줄을 긋고 싶고 메모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귀찮아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읽으면 남는 게 없고 10페이지쯤 읽다가 잠드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런데 책상에서 읽으면 독서대도 있고 필기할 노트와 포스트잇과 펜이 있으니 저절로 수험생 자세가 된다. 그러니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단서와 영감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
누구든 가만히 있으면 게을러지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드레스룸은 만들어도 서재는 안 만들고, 신혼집 꾸밀 때 냉장고와 식탁은 신중하게 고르면서 책상은 대충사는 이유다. 그럴수록 더더욱 나를 통제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서 책상이 필요하다. 집이 좁으면 아예 책상을 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집 안에 나만의 책상이 없다는 것은 '나는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책상 하나만 봐도 그가 얼마나 충실히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대하는지가 보인다. 인스타그램에서 엿본 학생들의 책상에는 지금 읽고 있는 다양한 책과 인생 계획표와 목표가 하나씩 붙어 있었고 매일 쓰는 다이어리도 꽂혀 있었다. 이처럼 작은 책상 하나로 그의 루틴이 바뀌고 '공부하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이 바뀐다.
<김미경의 마흔수업>,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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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걸작품을 쓴 유명한 작가들을 떠올릴 때면, 영감이 떠오르는 찰나의 순간에 글을 휘갈기며 멋진 글을 탄생시킬 것 같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으로 출근하여 글을 썼다고 합니다. 우리가 매 순간 찾고 기다리던 영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매일매일 마주하는 내 책상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각자의 책상에서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나가시길, 저 또한 제 책상에서 사부작사부작 저를 키워보겠습니다.
그럼, 한 주간 평안하시길, 건강하시길, 많이 웃으시길 바랍니다. 😊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아, 다음 주에는 특별한 분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궁금하시죠?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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