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다고 우쭐할 것도, 느리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한 주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 한 주간도 잘 지내셨나요? 사실 저는 잘 지내지 못했어요. 목요일 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금요일, 토요일 미열이 지속되더라고요. 참다못해 토요일 저녁 링거을 맞고 와서 조금의 에너지가 생겨 이렇게 키보드를 타닥타닥 치고 있습니다. ;) 그래도 링거 덕분에 회복의 에너지가 샘솟네요! 지난 한 주간 20도를 웃돌며 날이 참 좋았는데,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이렇게 좋은 날에도 감기에 걸리네요.

아마도 스트레스 탓인 것 같습니다. 제가 요새 나름 큰 일(?)을 앞두고 있거든요. 신경 쓰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잠재의식 속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나 봐요. 예민한 성정 탓에 신경 쓸 일이 생기면 이렇게 바로 몸에 신호가 오네요.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큰일에 나름 담대하게 나아가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 ,,, ,,, 부럽습니다(!) ㅎㅎ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출근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아침에 부랴부랴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출근 어플을 클릭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집 현관문에서 사무실 문 앞까지 족히 80분은 걸리는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팀원은 출근 시간만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수도권에서 제 출근 시간은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며칠을 반복하다 보면 꽤 힘들고 지치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었는데,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정말 보고 또 보고, 겪고 또 겪어도 신기하더라고요.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어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 틈에 껴있다 보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뭐랄까, 사람이 아닌 짐짝(?)이 되어 운반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작년 12월에 이사를 오고 난 후로는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요. 약 80분을 운전해서 출근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이 많은 차 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싶을 정도로 교통 체증을 경험하고 있어요. 정말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이 많은 사람들과 차는 어디서 왔을까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필히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잔뜩 늘어진 차들 사이로 끼어들기 위해 깜빡이를 키고 틈을 노리다(?) 보면, 가끔은 차에 깜빡깜빡 깜빡이를 킨 것처럼 내 등에도 식은땀이 한 땀 한 땀 맺히는 것 같아요. 빽빽한 출근길에 어느 차도 끼워줄 틈을 보이지 않을 때는 "아 제발, 한 번만! 좀 껴주라~!" 하고 육성이 터져 나올 때도 종종 있습니다. 차선 변경을 위해 어떻게든 끼워달라 애원하듯 핸들을 꽈악 쥐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참 애쓰며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힘들고 버겁다고 느낄 때가 왕왕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일터로 달려가는 이유는, 수많은 차들 틈에 끼어들어 목적지로 달려가야 하는 내 차처럼, 저 또한 사회에 끼어들고 싶은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요즘치고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사회생활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꼈었어요. 

살림을 하며 아이를 양육하고 남편을 서포트하는 일은 지금도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사회에 끼어들어 내 이름을 찾고 싶은 욕망이 늘 존재했었어요.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을 했기에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이 회사에서 승진하고,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따고, 세계 여행을 다니는 동안 저는 집 안에 '머물러'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굉장히 소중하고 보람찬 일을 하고 있었던 건데 그 당시에는 '집 안'에 내 육체도 마음도 모두 정체되며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대로 성장하기 위해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하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없기에 늘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사회에 끼어들어 내 이름을 찾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 이름으로 세금도 내고요. :)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종종 '청개구리'같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요. 엄마가 맛있는 반찬을 해주시면, 당시에는 다른 반찬이 먹고 싶다고 떼를 쓰다가 하루 지나고 나면 어제 엄마가 해주셨던 맛있는 반찬을 찾곤 하는, 청개구리 같은 딸,,, 이었습니다. (엄마 미안) 이외에도 청개구리처럼 행동한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요. 엄마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딸이요.

그런데 가끔, 여전히 청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아이가 다섯살이었던 어느 날,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최근까지 계속 해왔어요. 남들보다 늦어서 이렇게 힘든 걸까 싶고, 남들보다 늦었으니까 더 빨리, 더 멀리 뛰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늘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사실 서른 중반이 된 지금, 주변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고 아이 양육에 집중하거든요. 저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일하고 커리어를 쌓을 때 집에서 육아를 했었고요. 물론 지금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친구들도 있고, 꾸준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요. 저처럼 육아를 먼저 시작하고 후에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케이스는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글을 읽고 나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비교'에서 비롯된 것일 뿐, '나의 속도'를 생각한다면 전혀 이상하거나 늦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깨달음을 준 글이 구독자님께도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해볼게요. :) 

유독 우리나라에는 나이 때에 맞게 정해진 스텝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나이에 맞게 학교를 가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혹여 이 스텝에서 눈에 띄게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꼭 궤도를 초월하거나 이탈한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히 퍼져있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이러한 스텝의 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타인의 눈총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주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요.

하지만, 조금씩 자유롭게 생각해 보는 겁니다.

나부터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빠르게 가고 있으니 우쭐거릴 필요도 없고, 느리게 가고 있다고 눈치보며 좌절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나는 내 인생을 산다.

이 간단한 진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시간대에, 자기가 해야할 일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러니, 누가 언제 학교에 입학했던, 또는 졸업했던, 또는 누가 언제 직장을 갖고, 누가 언제 결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언가에 점을 그리며 인생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나의 인생을 꾸려가며, 한 아이를 양육하며,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가보려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요. 그럼에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고, 노력하는 것과 애초에 포기해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 마련이니, 노력하고자 합니다. 구독자님도 '누가 언제' 보다는 '내가 지금'에 집중하시길 바라요. :)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중인 구독자님을 응원하며, 이번 레터 마칠게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합시다! 뚜벅뚜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