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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란 무엇인가

2023.11.13 | 조회 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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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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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어요. 가을을 만끽하다가도 수능날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해진 추위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벌써 이번 주 목요일(11/16)이 수능날이라고 하죠? 수능 볼 때 즈음이면, 늘 '겨울 맛보기' 날씨가 되어 '맞다, 겨울이 이렇게 추웠었지.' 하고 겨울이 오는 것을 체감하곤 합니다.

저는 몇 년 전까지도 수능 준비하는 꿈을 꾸고는 했어요. 대학 졸업한 지 오래 되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말이죠. 꿈속에서 "어떡하지? 나 요즘에 수학 공부 못했는데???? 국/영어는 기존 실력 끌어써서 본다고 하더라도, 수학은 안하면 금방 감 떨어지는데 나 진짜 큰일났다!!!!!!!!! 악!!!!!!!!!!!!!!!!!!!" 이런 꿈을 Ctrl+C, V 한 것처럼 몇 번이고 반복해서 꾸고는 했답니다. 꿈에서 깨어나고도 얼마나 심장이 두근대고 가슴이 쿵쾅거리던지요.  

이렇게 수능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이따금씩 저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고도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꿈인지 현실인지를 곰곰 생각하며, 이미 수능과 한참은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제 스스로를 얼마나 다행이라 여겼는지 몰라요. 삼십 대 중반을 살고 있는 지금에서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20대 내내, 수능에서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낙인 찍었던 것 같아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말이에요. 오늘은 실패에 관한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해요. :) 


실패 한다는 것은, 시도한다는 것

저는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TV프로그램을 참 좋아합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또는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신 분들이 나와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배울 점들이 참 많더라고요. 유재석, 조세호 님의 티키타카가 재밌기도 하고요.

예전에 가수이자, 작가이자, 변호사이신 <이소은 님>의 편을 봤었어요. 이소은 님은 한국에서 '서방님'이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죠. 그런데 어느 날 미국에서 로스쿨에 입학했다고 해서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었어요. 가수에서 로스쿨이라니? 당시에 저도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고, 제3자 입장에서는 '우와 대단하다, 가수에서 로스쿨이라니! 변호사가 되다니!' 정도의 보여지는 '결과'에만 놀랐었었는데요, 실제 말씀을 들어보니, 로스쿨 입학 후 엄청난 고생을 하셨더라고요. 영어로 된 법규를 읽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동료 학생들과의 실력 차이가 컸다고 합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1학년 1학기에 민사 소송 절차 관련 수업에서 중간고사를 봤는데, 이 시험에서 꼴찌를 했다고 해요. 이 일로 인해 크게 상심하고 좌절했었는데, 이때 어머니께서 '축하 카드'를 써주셨다고 합니다. 그 축하 카드에는 '지금 겪는 실패와 어려움이 반드시 몇 년 후의 더 멋진 너를 만들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 겪는 실패는 축하받아 마땅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메시지도 담겨있었다고 해요. '그 점수는 네가 아냐. 너와 그 점수를 분리해야 해.' 라고요. 가끔 시험 점수 또는 등수가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같아서 때때로 숫자 앞에 작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소은님 어머니께서 자신의 딸에게 하신 말씀을 듣고는 점수뿐만 아니라 때때로 우리를 대신하여 설명되는 숫자들과 우리 자신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육아할 때도 이러한 점을 깊이 인지하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또, 이소은 님은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신다고 해요.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면, 실패한 리스트를 보며 그동안 자신이 어떤 일에 도전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곧 실패 이력서란, 내가 얼마나 많은 시도들을 쌓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리스트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시도들이 모여 더욱 성장해가는 '나'를 만들어가고요.

유퀴즈 온더 블럭, 이소은 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저는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종종 '너 정말 완벽주의자 같아!'라는 평을 듣곤 합니다.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완벽주의자와는 완전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이 부분에서는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하고, 저 부분에서는 이러저러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완벽주의자란 말이지?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완벽주의자라고 하더라고요. 

모든 부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점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접근한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 성향의 가장 큰 단점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이에요.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기 싫은 마음이랄까요. 

이런 저의 성향을 파악한 후로는, 실패 또는 부족함에 대해 너그러워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전 레터에서 시작이 반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라는 메시지가... 모두... 여러분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저에게 보냈던 메세지랍니다. 허허

최근에 실패에 관해 이런 메모를 남겨뒀어요. 같이 나눠볼게요.

1. 지금 크게 여겨지는 실패를,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려 한다. 수능 그리고 취업에 실패했을 때 내 인생은 이제 망했구나, 내가 꿈꾸던 삶은 이제 멀어졌구나, 하고 스스로 한계를 재단하곤 했었다. 그런데, 서른 중반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일에만 실패한 것이지 인생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지금 '실패'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별거 아니네, 진짜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려 한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진짜 별거 아닌 것 같다. 

2. 요즘은 멋있다고 생각하거나, 닮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질 때면, 그 사람이 어떤 실패를 경험했었는지가 궁금하다. 이제껏 경험한 실패, 아니 시도들이 한 사람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번에 발송했던 레터 중에서 실패에 관한 글이 있었는데요. 너무 좋은 글인데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눠봅니다. 허지원 교수님의 <실패에 우아할 것> 꼭 읽어보세요!

실패에 우아할 것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늘 마음만은 안온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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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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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y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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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응미링

    1
    12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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