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교차하는 말들

/ 핵(核): 재앙의 씨앗

"핵(核): 재앙의 씨앗"은 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는 언론 <더슬래시>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한 글들을 담은 전자책 <교차하는 말들>의 세 번째 챕터입니다.

2026.02.03 | 조회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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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커먼즈의 렌즈로 세상을 봅니다.

"핵(核): 재앙의 씨앗"은 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는 언론 <더슬래시>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간한 글들을 담은 전자책 <교차하는 말들>의 세 번째 챕터입니다. 서로 다른 일상과 활동 속에 살아가는 여러 필진들의 눈으로, 교차하고 변화하는 우리의 삶들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씨앗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핵(核)”이라는 단어가 ‘대재앙의 씨앗’을 의미한다는 것을 핵 개발자들은 알았을까요? 미국의 핵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인류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 테스트(Trinity Test)”가 진행된 1945년 7월 16일, 그는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에 거의 정신을 잃을 만큼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세계가 이전과는 같을 수 없음을 알아버렸다.(We knew the world would not be the same.)”

참으로 무책임한 말입니다. 핵실험 이후, 핵무기의 엄청난 위력을 알게 된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의 실제 사용에 유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결정은 이미 오펜하이머의 손을 떠나 있었습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미국 정부는 3일 간격으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와 “팻 맨(Fat Man)”을 각각 투하했습니다. 이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22만 명이 사망했고 생존자들은 피폭으로 인한 고통에 평생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참사, 그리하여 이 비극을 목격한 인류는 핵 개발과 핵실험을 멈추었을까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초 기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총 9개국이 약 13,0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3,825개가 작전부대에 배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총 2,055회 정도의 핵실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각각 미국 1,032회, 러시아 715회, 프랑스 198회, 영국 45회, 중국 45회, 북한 6회, 인도 3회, 파키스탄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핵실험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며, 21세기에 들어서서도 핵실험을 진행한 곳은 북한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말 북한이 유일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핵무기는 문제이지만 핵의 평화적 사용은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핵이 평화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 사례인 원자력 발전을 생각해 봅시다. 인류는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요? 원자력 발전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방사성 폐기물을 사람들의 거주지와 격리된 공간에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중·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지표 위나 땅을 얕게 파서 처분하거나 깊은 지하 암반이나 동굴을 활용하여 방벽을 세워 처분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대한민국은 2014년 말 경주 해안가에 지하 80~130m 깊이의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했습니다. 그럼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놀랍게도 이 세계에는 아직까지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만이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지요. 이 말인즉슨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사용 후 핵연료 대부분이 임시 저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 방식 역시 땅을 이용해, 주로 지하 500~1,000m 깊이의 심지층에 처분하는 심지층 처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쯤 되면 인류가 핵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처음 핵을 개발할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덮어놓고 땅에 묻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는 현실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으며 결국 나의 몸이 지구가 겪는 모든 문제를 함께 겪을 수밖에 없는 구성적 공간이라면, 핵의 문제는 국가 안보의 틀에서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지 않지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과 관련한 사항들은 ‘기밀’이라는 이름으로 다루어지는데요. 이쯤 되면 ‘기밀’이라는 것은 대책이 없는 것들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멋있는 듯 포장된, 그러나 결국은 텅 비어 있는 안보 담론의 허상을 함께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 더 강한 무기를 통한 안보, 부국강병을 주창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커질 뿐입니다. 옛사람들이 이미 말해두었거든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요.

"핵(核): 재앙의 씨앗"에 담은 글 

  • 핵무기 없는 세상, 멀고도 가까운 / 수영
  • 내 몸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질문하다 보면/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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