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투표를 했던 열 아홉 살 이후, 여러 번의 선거를 치렀습니다. 투표권이라는 게 선물 같았던 처음의 마음과 달리,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선거철만 되면 세상에 ‘팽 당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선거운동 차량이 골목골목을 다니는 때가 되면, 일상에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이 후보들의 마이크를 타고 증폭되는 것 같으니까요. 성소수자 문제를 소모적이라고 모독하거나, 징병제도에 관한 비판적 성찰은 삭제한 채 여성을 징집대상으로 소환하는 말들이 뉴스와 인터넷 공간을 채웁니다. 그들이 대변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범위에는 좀처럼 내가 속하지는 않아서 세상으로부터 왕따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해요.
평화운동에 발을 들인 후 제도권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방위력을 명목으로 군사비를 늘리고 K-방산을 호명하며 무기수출에 열을 올리는 정책에는 진보, 보수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당이 여당이 되든, 군비축소를 말하는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제 삶과 활동의 맥락 속에서 제도권 정치에 냉소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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