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격 없음'을 거부합니다

그 '자격 없음'을 거부합니다 / 뭉치

2025.01.01 | 조회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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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슬래시

평화와 커먼즈의 렌즈로 세상을 봅니다.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 약 4개월간 무직 상태였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도 맘에 안들던 회사, 쫓겨난 김에 실업급여 받으며 마음껏 쉬자고 마음먹었지만, 웬걸, 정신을 차려보니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쁘게 지내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낮에는 제가 회원으로 있는 단체의 회의와 시위에 참여하고, 밤에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썼어요.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버티기 힘들때면 발레학원에 가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소진이 심했던 시기였지만, 쉬지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대체 왜 이러는가 심각하게 고민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가야할 학교도, 회사도 없는 채 살아보는 일이 처음이었어요. 소속이 없다는 건 세상에 내 자리가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함을, 그 존재의 자리를 차지해도 마땅한 자격이 있음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나의 ‘자격 없음’이 탄로나 버린다면 좁디 좁은 오피스텔방에 영원히 혼자 갇혀버리고 말까봐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계속해서 자격을 묻습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신체적 조건을 가졌는지, 연봉이 얼마인지, 심지어는 가치관과 신념, 성격 까지도 ‘자격조건’이 되는 사회입니다. 각종 시험점수와 다니는 학교와 회사의 이름이 그 자격조건의 증명이 되지요. 그 증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을 때, 쉬지 않고 움직이며 번아웃과 고립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제 자신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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