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여러 가지 약속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경기 고양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해제를 약속했고, 1월 25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GTX 계획을 발표했다. 2월 13일 부산을 방문해서는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한 추진 약속과 함께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발표했고, 2월 16일 대전에서는 광역급행철도의 조기 착수를 약속했다. 2월 21일 울산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2월 22일 경남 창원에서는 원전 투자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드물었던 이와 같은 ‘민생’ 행보에 대통령의 이러한 약속들이 사실상 여당의 총선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2024.02.23. 한겨레신문 「‘총선 선대위원장’ 윤 대통령…민생토론 가는 곳마다 지역공약」). 맞는 말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냐는 반론도 등장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2020년 총선을 1년 앞둔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가재정법은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통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국가재정법 제38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설립된 이래 역설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결정은 정부의 개발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강력한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총리였던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귀띔했다. ‘이낙연 총리 ‘새만금 신공항, 상용차 사업’ 예타면제 시사’(2019.1.18., 전북일보), ‘이 총리, 대전,충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에 “좋은 소식 전할 것”’(2019.1.19., KBS), ‘이낙연 총리 “강호축 철도 좋은 소식 있을 것”’(2019.1.15.,뉴시스) 등 2019년 1월 이낙연 총리의 주요 과업은 전국에 ‘좋은 소식(Good news)’을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정부나 저 정부나, 이 당이나 저 당이나 적어도 지역개발 정책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 아닌가? 이것도 맞는 말이다. 오래된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새만금 개발이다. 후보 시절의 노태우는 서해안 시대를 견인할 새만금 개발 사업을 약속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후보도 새만금 사업을 통해 전북의 지도를 바꾸겠다고 다짐했고,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새만금 지역을 새로운 물류, 교역, 생산 기지로 개발할 것이라 공약했다.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에는 새만금 개발에 난색을 표했던 2002년 대선의 노무현 후보도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로는 새만금 개발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2007년의 이명박 후보는 당시 전라북도 지방자치단체가 주장한 ‘제2의 두바이’ 모델을 지지했고, 2012년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새만금 신항만 배후 물류산업복합단지 건설 등 구체적인 정책사업을 공약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선 이후 국책사업 1호 방문지로 새만금을 찾아 새만금 지역을 ‘동북아 경제허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198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정치인은 대부분 새만금 개발을 통한 전북의 발전을 약속했고, 지금까지 새만금 개발을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함한희·강경표, 2007).
새만금 개발 뿐 아니다. 동남권 개발 계획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가덕도 신공항 구상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신공항 건설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었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시기를 거쳐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입법 하루 전날 가덕도 일대를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 이에 대해 (지금은 여당이 된) 당시 야당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2021.2.5., 한겨레신문 「문 대통령, 가덕도 찾아 ‘신공항 공개지지’…야당 “선거 개입” 강력 반발」). 대통령의 행보도 이에 대한 비판도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부산을 찾을 때마다 약속하는 것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신속한 추진이다. 올해 민생토론으로 찾은 부산행 외에도 지난 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난 뒤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한 지난 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과 산업은행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이전까지 같이 언급되니 기시감이 더 커진다. 인프라 건설과 공공기관 및 기업 이전은 2003년 이후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국가균형발전’의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운영의 우선순위 목표로 배치하며,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특정 기능을 갖고 있는 도시를 한국의 지방공간에 개발해 지역의 혁신 능력과 자생적 성장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했다(김영표, 2008: 124). 한편, 이명박 정부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했다. 이 특례법에 의해 전국 곳곳에 빠른 속도로 산업단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을 유치하려는 지방정부의 이해와 기관과 기업의 이전을 약속하는 중앙정부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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