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는 이제 일상
분명 지난해 여름까지는 외출할 때마다 ‘정말 큰일이야. 날씨가 정말 이상해!’하며 요란한 마음이 들었는데, 어쩐지 올해는 놀랍고 끔찍하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이 기후에 적응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담담하게, 더 많이 했습니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달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예전처럼 놀라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슬픈 현실이지요.
기후는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지만, 지금 저는 두 살, 네 살 난 아이와 함께이기에 제 인생에서 가장 밝고 환한 시기를 보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존재는 언제나 제게 절망할 틈을 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지혜를 찾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래서 올여름, 폭염에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아주 기가 차게 잘 놀아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1일 1계곡을 실천하며 신나는 여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아파트 입구 쪽 도로에 물이 찼고, 제가 임차 중인 상가 건물에도 물이 곧 찰 것 같으니 대비하라는 전화였어요. 집에는 아이들과 저뿐이었습니다. 복도에서 아래를 내다보니 정말 길에 흙탕물이 차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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