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통장 잔고 2억을 만들 예정이다. 이건 ‘1년 만에’ 2억을 만든다는 말이 아니다. ‘1년 만’과 ‘1년 안’은 분명 다르다.
‘1년 만’에 2억이라는 거금을 단번에 만드는 비법은 모른다. 대신 앞으로 ‘1년 안’에 2억을 찍을 예정이다. 그를 위해 지난 3년이 흘렀다. 직장인이 되어 첫 월급 180만원(수습사원 기준). 그로부터 3년. 3년 동안 여전히 월급 노예 상태라는 의미이지만, 그것이 무의미하진 않다. 월급이라는 현금흐름 덕에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책을 산다. 영상을 보고, 기록을 하고, 생각을 한다. 그 현금으로 투자도 한다. 차근차근, 야금야금 잔고를 쌓는다.
그런 덕에 또래보다 많은 잔고가 있는 듯하다. 아직 28살. 어쩌면 매체에 등장하는 ‘1억을 모은 20대’의 주인공을 대신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Q. 왜 1억이 아니라 2억인가?
A. 어느 순간 이미 잔고 1억이 넘었다. 네이버에서 계좌 연동을 하는 순간 깨달았다. 금액을 잘못 카운트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Q. 1년 안에 2억이라는 계산은?
A. 소비하는 금액 범위가 정해져 있다. 생활비, 유흥비, 투자비가 정해진 일자에 자동이체 된다. 월급 받는 날이 기준이다. 월급의 범위도 예상 가능하다. 들어오는 월급에서 소비하는 금액을 뺀다. 이런 자금운용이 이어진다면 ‘1년 안에…’라는 계산이 나온다. 단, 시장 대폭락은 논외다.
최근 다시 읽는 <부의 추월차선>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의 방식은 ‘부의 서행차선’을 걷는 방식이다. 단번에 ‘부의 추월차선’으로 향할 수 있다면야 너무 좋겠다. 하지만 빨리 먹으면 체한다. 급하면 다친다. ‘부의 서행차선’에서 서서히 ‘부의 추월차선’으로 향하려 한다. 금 중에서 가장 무서운 금은 야금야금과 슬금슬금. 야금야금, 슬금슬금 진행 할 예정이다.
학생 때 공부를 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야금야금, 슬금슬금. 중학교 3학년 때 ‘EBS <공부의 달인>에 주인공으로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 4등급의 성적을 받았다. <공부의 달인>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3년 뒤, <공부의 달인>의 후속 프로그램인 EBS <공부의 왕도>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학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야금야금, 슬금슬금 성적을 끌어 올린 덕이었다. 새벽 첫 차를 타고 등교하고, 막차를 타고 하교했다. 개념서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며 한 권의 노트에 개념을 정리했다. 단권화 노트. 지금은 각종 재테크 서적이 개념서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하는 지금 이 활동이 단권화 과정이다.
단지 ‘2억’이 목표는 아니다. ‘2억’은 일종의 점수다.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학생 때 치던 모의고사 같은 느낌이다. 목표를 설정하기에 편리한 수치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공부한 내용을 실행에 옮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잔고가 쌓인다. 28살의 나의 성적은 이 정도, 29살은 아마도 2억. 30살은 3을 기념하여 3억? 숫자는 숫자다. 이 평가에는 만점이 없다. 다만 단기(10년 이내)적으로 만점에 가까운 스코어를 말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20억’을 말하겠다. 이 정도라면 마음 편히 ‘경제적 자유(Fire)’ 행렬에 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다.
소비에 큰 취미가 없는 대신 이런 취미를 가진다. 야금야금, 슬금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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