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를 알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존경하는 인물 중 1명으로 빠지지 않았죠. 학창시절에는 그가 시골의 병원에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이야기만 알았다면, 지금은 그가 성공한 주식투자자라는 사실에 주목해봅니다. 아주대에서 했던 강연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주식투자자가 아니다. 다만 W에 간신히 탑승한 운 좋은 승차자, 그뿐이다."
과연 그가 말하는 W란 무엇일까요?
<다음의 W를 찾아서 1탄. 통찰과 직관련을 갖춘 0.9%의 투자자가 되길>
그의 이야기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3명의 전문의 몫을 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던 어느 날. 경제연구소의 한 친구가 특강을 들으러 오라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 거절하지만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결국 원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특강을 들으러 갑니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온 백수 친구와 함께요.
특강에선 웬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괴짜가 강사라며 강의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식한 연구소의 박사들 앞에서요. 그 당시라면 상상도 못할 불량한 차림이었다고 할까요. 그 모습과 더불어 그가 하는 괴상망측한 이야기에 참석자의 대부분이 자리를 뜹니다. "WWW. 라는 웹 세상이 올 것이라나 뭐라나." 시골의사 박경철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의 강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함께 온 백수가 그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W(청바지를 입은 강연자)에게 W의 실마리를 알려 달라고 쫓아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W의 이야기를 쫓아 대구의 작은 사무실에서 사업을 펼칩니다. 박경철의 첫 월급을 빌려가면서까지요. 그리고 하는 말이 박경철에게 주소를 하나 더 만들라는 것입니다. 뭔 놈의 주소? 알고보니 지금에서야 흔한 '이메일 주소'였습니다.
냉철한 지성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가진 박경철이 친구에게 조언합니다. "넌 무조건 망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죠. "너 1년에 편지 몇 통이나 쓰냐? 3통 이상 쓰는 사람이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 "설령 편지를 3통 이상 쓰는 사람이 있더라도 우표값 30원이 아까워서 편지를 컴퓨터로 쓰겠냐?", "자고로 편지란 육필로 쓰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처럼 백수의 이메일은 대박이 납니다. 1년 만만에 250만명이 가입한 한국 최초의 상용메일. 결국 99년 초에 골드만삭스에 지분을 넘기며 현재는 벤처지주사의 회장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백수가.
어떻게 똑같은 이야기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에게 들었는데 백수는 인생을 걸었고, 박경철은 정신나간 사람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말았을까요?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제레미 리프킨의 말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W는 0.1%의 창의적인 인간. 백수 친구는 0.9%의 통찰력 있는 인간. 그리고 박경철은 99%의 잉여인간이었다는 점. 이런 역사는 반복됩니다. 헨리포드가 자동차를 개발했을 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동네의 한 건달이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기름을 넣을 곳이 꼭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주유소를 곳곳에 차렸다라던가.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재벌 록펠러라는 점처럼 말이죠.
이때를 놓친 박경철에게도 기회가 옵니다. 역사는 반복되니까요. 박경철에게 W의 기회는 바로 휴대폰이었습니다. 그랜져 1대 값이나 되는 휴대폰을 보고 친구들은 삐삐가 있는데 왜 그걸 사람들이 다 사서 쓰겠냐고 합니다. 어? 무엇인가가 떠오릅니다. 이거 헨리포드 자서전에서 본건데? W랑 백수 친구 이야긴데? 그래서 휴대폰을 산 곳이 어딘지 알아보고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의사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주식회사. 하지만 곧 SK텔레콤으로 바뀌게 되죠. 이 타이밍에 박경철은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을 주식을 사는데 쏟아 붓습니다. 그가 처음 사들인 주식의 값은 2만원. 상장하면서 6만 5천원이 됩니다. "고작 3배로 W?" 박경철은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입니다. 그리고 99년. 주식을 매도할 때는 주가는 520만원이 되어 있습니다.
운 좋게 W 버스에 올라탔다고 박경철은 이야기합니다. 0.9%의 마지노선에 있었다고요. W와 백수 친구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 사례를 통해서 역사 속에선 같은 사례가 없었는지 살피지 않았다면 박경철도 그저 그런 99%의 잉여인간처럼 무시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요? 우리도 W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 W가 아니더라도 W를 알아보고 지지하는 0.9%가 될 수 있을까요? 주위를 잘 둘러보고 사람들이 쉽게 무시하지만 10년 후, 20년 후에는 그들도 모두 쓰고 있을 그런 서비스나 상품은 없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저 "세상 참 좋아졌네."라고 말하는 잉여인간이 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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