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도쿄가 달라졌어요' 관공서의 솔선수범, 세상을 바꾸다

👨‍💻 코로나라는 게 찾아와 어쩌다 안과 밖이 뒤바뀌어 방황을 하던 3년, 이제와 돌아봐 오늘은 어제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마도 가장 대표적으로는 재택 근무가 보다 보편화되며 '자유롭게 일하다'를 넘어 '내가 일하는 곳이 곧 오피스'의 시대가 찾아온 듯도 싶어요. 이런 건 사실 코로나 때문 만은 아닌데, 코로나 충격이 너무나 큰 탓에 전부다 코로나 때문인 것 같죠. 이미 오래전부터 '텔레워크'를 몸소 실천해온 건축가 쿠마 켄고는 지난 5월 첫 새로운 오피스를 선언하며 첫 번째 새틀라잇(위성) 오피스, 쿠마 모바일 오피스 'KAGU'를 열었는데요. 위치가 홋카이도 아사히카와(旭川)의 산촌 마을. 쿠마답게 모두 지역의 목재를 사용한 목조 건축이고, 작은 건축 세 동이 모여서 하나의 유닛을 이루는 구조로 설계됐어요.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따뜻해, 목재가 풍부하고 가구 산업이 발달한 걸로 알려져있거든요. 쿠마의 이상을 실현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기도 해요.

쿠마는 지역과의 협업을 충분 활용해 건축 자체도 가구 공장과 긴밀하게 연계해 만들었는데요. 벽이 자연스레 데스크가 되고 데스크가 곧 벽으로 작동하는, 그러니까 가구 자체도 건축이 되는 말하자면 '가구와의 심리스'를 구현했어요. 좀 신기하죠? 건축과 가구의 '경계를 지운다'랄까요. 지역의 자원인 비교적 따뜻한 기후와 로컬 나무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내 건축으로도, 그리고 지역 재생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한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이는 비단 건축 만의 이야기를 넘어, 지역과의 공존도 모색해요. 마을과 아무런 경계없이 들어선 유닛은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과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의도한 거요. 회사가 아닌 낯선 곳에서 일을 하다보면 문득 '여긴 어디? 난 누구?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이번 오피스는 쿠마 사무소 직원 뿐 아니라 멤버십 제도를 활용,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쿠마 사무소에서 노마드 워크, 시대는 변하고 있나요? 오늘의 주제, 도쿄가 '부쩍 달라졌어요'에요.

 🏫 'BVLGARI 호텔'과 한지붕, 초고층 빌딩에 초등학교?! 

근래, 아니 아직도 재개발이 한창인 도쿄. 그만큼 공사중인 초·고층빌딩도 여럿인데요. 도쿄에서만 10여 개의 고층 빌딩이 향후 5년 내 완공 예정이고, 2025년 오사카 박람회를 계기로 칸사이 지역에서도 요즘 스카이라인이 수상해요. 그리고 그 중 도쿄역 인근 재개발 프로젝트로 공사중인 '토치 타워(トーチタワー)'는 지하 5층, 지상 61층의 높이 390m로 현재 일본 내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오사카 '아베노 하루카스(あべのハルカス)'를 뛰어넘을 예고하고 있어요. 한국엔 그와 비슷한 높이의 고층 아파트들이 많지만, 61층의 고층 빌딩, 다 무엇으로 채울까요. 대부분 유명 명품 브랜드, 해외 인기 레스토랑의 첫 진출, 패션 브랜드의 팝업숍이나 나머지는 오피스 풀임대. 이런 거 좀 지루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고층 빌딩도 차별화, 나름의 아이덴티티의 설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리고 실제 지금 도쿄 고층 빌딩에선 좀 수상한 움직임이 보여요. 먼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돈키호테'가 진행중인 '돈키 호텔' 빌딩이랄지,

얼마 전 일부가 먼저 개방한 3번째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엔 무려 초등학교가 '입점'을 했거든요. 심지어 그 빌딩은 곧 '불가리 호텔'이 들어선 자리. 불가리와 한지붕 사는 초등학교, 들어봤나요? 도쿄역 야에스 남쪽출구 앞 높이 240미터, 지상 45층의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東京ミッドタウン八重洲)'에 지난 9월 1일 도쿄 츄오쿠의 구립 초등학교 '죠우토우 소학교(区立城東小学校)가 개교했어요. 학교 인근 100m 내 숙박 업소 금지 아니었나요. 심지어 같은 빌딩 4층엔 '도쿄대학'의 새틀라잇 캠퍼스 '아카데믹 코몬즈(Accademic Commons)'가 지난 10월 개교했고, 더불어 2층과 3층엔 맞벌이 부부의 양육을 도와주는 소위 '어린이집' '쇼와 어린이원(昭和こども園)'도 오는 23년 4월 문을 열 예정인데요. 영유아부터 대학생까지, 교육열 물씬 풍기는 초고층 빌딩이죠. 그것도 '불가리 호텔'과 동거를 하니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 여기엔 근래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도쿄미드타운'의 시행사 '미츠이 부동산'의 지향하는 도시의 비젼이 있어요.

2007년 록뽄기를 시작으로 2018년 에비스, 그리고 이번에 야에스까지 '도쿄 미드타운'은 소위 '믹스 크로스형 개발', 종합 용도의 공간을 기반으로 미래 도시의 라이프에 대응하는 기점이기도 하거든요. Diversity, Hospitality, Creativity, 그리고 이제는Sustainability까지, 네 개의 기본 가치를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에 임한다'인데요. 이번 야에스 지점을 개관하며 내세운 모토는 '재팬 프리젠테이션 필드 ~일본의 꿈이 모이는 거리, 세계의 꿈으로 길러가는 장소~.' 야에스는 도쿄역 인근, 교통의 중심이기도 한지라 부쩍 세계와의 이어짐을 의식한 기분이 들죠. 그렇게 일본 전통의 매력을 발신하면서도 세계와의 소통에 문을 열어둔다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대부분 초고층 빌딩이라면 유명 브랜드와 오피스, 줄 서는 식당들이 채우고 말지만, 앞으로의 스카이라인을 책임질 빌딩은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야에스 '미드 타운'은 입구를 교토의 전통 옷감 기술 '니시진오리' 노포 브랜드 HOSOO의 텍스타일 아트로 장식했고,

엘리베이터 홀에는 사칸(左官) 장인 쿠스미 나오키 씨의 솜씨를 빌렸는데요. 그렇게 보다 더 공공성을 확보하는 그림이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초고층 빌딩 안에 초등학교가 개교를 했다는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 하지만 '도쿄 미드타운'이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닌 '믹스 크로스'의 설계, 서스태너빌리티와 크리에이티브, 무엇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공간인 걸 감안하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닐까요. 그리고 실은, 이곳의 진짜 주인은 '미드타운'이 아니라, '츄오구립 초등학교', '죠토우 소학교'가 더 맞아요. 빌딩이 들어선 자리는 본래 그 일부가 초등학교 자리였거든요. 다만 대규모 재개발이 확정되며 학교는 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고, 하지만 마땅한 자리를 도심 안에서는 찾지 못해, '학교 터를 제공하는 대신 빌딩 내 학교가 들어간다'란 조건 하에 이뤄진 공사, 완성된 '미드타운 야에스'이거든요. 그러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죠우토우 소학교'가 먼저인 셈이에요.

실제로 지난 5년 공사가 진행되던 기간 중 재학생 아이들은 가건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는데요. 그리고 이번에 5년만에 다시 본교로 돌아왔을 뿐인 이야기에 불과할지 몰라요. 그저 제자리를 찾아왔을 뿐인데 옆집엔 '불가리 호텔'이 들어서고, 어느새 건물은 45층이나 되어있고 땅값은 더 올라버린, 170명 재학생 입장에선 좀 많이 황당한 내일의 도쿄. 게다가 사립도 아닌, 구립 초등학교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의 동거. 내일이란, 참 재밌지 않나요. 그래서 고층빌딩 내 초등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하면, 일단 빌딩 남동 쪽의 1층부터 4층을 써요. 흙을 밟을 수 있는 운동장은 없지만 2층에 체육관, 3층엔 실내 수영장, 4층엔 전천후형(全天候型) 옥상 정원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엔 70m 길이의 트랙도 정비되어 있어요. 심지어 지붕을 덮었다 벗길 수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체육 수업을 땡땡이 치지 못해요. 그러니까 정규 수업에 지장은 아마 없을 것 같죠. 

다만, 아무래도 학교란 공간의 특성상 주변 환경과의 일정한 거리감이 필요한데요. 무엇보다 소음, 그리고 주변 시선에 대한 학생을 위한, 동시에 주변 지역 주민과 상업 시설 이용객에 대한 배려가 중요해요. 그래서 초등학교와 운영 주체인 츄오구, 그리고 '미츠이 부동산'은 수 십 번의 시뮬레이션 회의를 거쳐 옥상의 개폐식 지붕 운용, 체육관의 벽과 바닥을 2중 구조로 설계하며 방음 대책을 구비, 음악실의 경우 소음 방지를 위해 벽과 바닥 뿐 아니라 가구도 2중으로 배치, 외부와 접하는 벽면에 방음 루파를 설치했어요. 일반 초등학교의 방음 시설의 10배 정도라 하는데요. 건축 안전 설계를 담당한 '일본설계' 건축 설계 과장 칸바야시 토오루 씨는 "소리와 시선에의 배려, 아이들의 안전 대책을 중심으로, 학교의 희망사항, 더불어 주변 상업 시설과의 필요에 의한 부분적 격리의 안전 대책을 고민했습니다"라 말해요. 그리고 호텔 이용 시간과 학교 수업 시간이 절묘하게 겹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에요.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 초고층 빌딩에서의 수업 환경은 어떨까요.

참고로 2023년 4월 정식 오픈 예정인 '불가리 호텔'의 숙박 요금은 구체적으로는 아직 미정이지만 평균 1박 20만엔 정도라 하던가요. 개인적으로 동네에 학교가 근처라 종종 들리는 종소리에 옛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쇼핑몰 건물로 등교를 하는 '내일'이 이미, 그곳에 시작하고 있어요.🏃‍♂️🎒

 📇 '22세기 시청'은 마을 라운지, 쿠마 켄고의 관공서 

고층 빌딩 안에 학교, 명품 호텔과 이웃하는 공공기관. 아직은 좀 낯선 이 풍경이 이야기하는 건 무엇일까요. 근래의 상업 복합 시설은 기존의 효율과 실용성을 쫓던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지속하는 삶의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기도 하잖아요. 지난 해 하라쥬쿠와 시부야 사이에 이토 토요 씨가 건축한 '위드 하라쥬쿠(ウィズ原宿)'는 아마도 가장 공공성에서 시작한 상업 시설, 곧 '길의 건축'이기도 했는데요. 동시에 지금은 관공서의 조금은 유연하게 변해가는 새로운 움직임도 감지돼요. 사실 관공서 건물이란 관료주의 그 자체인지라, 별 다른 특징도 없이 대부분 판박이 직윤면체에 가까운 콘크리트였지만, 근래 들어 자연과 함께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건축을 의식하며 보다 일상 곁에 자리하는 공간으로 태어나려 하거든요. 대표적으로 건축가 쿠마 켄고 씨의 관공서인데요. 그는 이미 몇몇 지자체의 청사를 작업해왔지만, 오는 12월 28일에는 효고현(兵庫県) 이타미시(伊丹市)의 새로운 청사가 또 문을 열어요.

이타미 시라면 인천 공항의 영종도같이 '오사카국제공항'의 실제 주소지란 지식 뿐이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내일의 시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쿠마 씨는 자신의 시그니쳐와 같은 나무가 아닌 철제 콘크리트의 지상 6층 지하 1층 건물을 세웠는데요, 그럼에도 지향하는 건 '자연에 녹아드는 청사'에요. 먼저, 층마다 창을 따라 삐죽삐죽 튀어나온 패널 같은 장식이 눈에 띄어요. 바로 이번 청사가 수행하는 주요 과제 '에너지 절감'의 디자인인데요. 마치 파도가 치는 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패널을 장착한 창문을 설치, 일사량을 줄이고 건물의 열부하를 경감시켜 에너지 사용량의 50%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말하자면 건물 자체로 에어콘 덜 쓰고 전기 아끼는 구조를 마들어 놓은 셈이에요. 더불어 기존 구旧청사는 해체 후 광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고, 본래 청사 북쪽의 녹지를 그대로 살려 광장과 연결한다는 계획인데요. 대부분의 민원 접수는 모두 한 곳에서 할 수 있게 1층 로비에 집중, 그에 더해 창을 경계로 광장과 바로 이어진 덕에 관공서임에도 매우 개방감이 느껴지는데요.

시의 홍보과 쿠보타 마이코 씨는 '환경 배려형 청사'라 이야기했어요. 이번에 세워진 신新청사는 旧청사와 규모가 거의 똑같은 걸 감안하면, 청사 건물만한 광장이 생겨난 셈이랄까요. 더불어 디지털과 AI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 후지하라 야스유키 시장은 "업무의 효율을 도모하고, 한 발 앞서 미래를 만드는 청사로서 만듦과 동시에 시민들이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고민했어요"라 말해요. 더불어 이곳엔 일본 내 관공서로는 처음으로 첫 무인결제 편의점 '패밀리 마트'도 입점하는데요, 1층 외부엔 처마 지붕의 테라스 석이 준비되어 있어 간단한 '카페'처럼 즐길 수도 있어요. 더불어 옥상엔 전망 뎃키가 설치되어 있어 오사카 이타미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도 볼 수 있는데요. 관공서, 민원 업무 하러만 가나요? 요즘은 스마트폰 행정도 발달한 시대, 후지하라 시장은

"일반 민원 업무 외의 목적으로도 방문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이용해주었으면 해요"라고, 바람을 이야기해요. 이곳엔 근래의 텔레워크를 의식한 '코워킹 스페이스', 개인실도 마련되어 있거든요. 9-5, 업무 시간 끝나면 문 닫아 버리는 관공서는 그만큼 나(의 일상)와 멀리 느껴지지만, 커피 한 잔에 휴식이 가능한 시청이라면, 조금은 우리집처럼도 느껴질까요. 쿠마 씨는 시대의 반세기를 사이에 공존하게 된 이번 신청사에 대해 시대와 함께하는 관공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어요.

 🌳 '백화점과 시민회관'의 바통 터치, 이토 토요와 나무 

구독자님, 지금부터 다시 짓는 건축은 어떤 건축이어야 할까요. 코로나가 야기한 불확실성이란 삶 그 이전의 문제, 동시에 자연 재난이나 전장과 같은 인재가 불러오는 허물어지는 삶에 대해 우린 새삼 고민을 하게 됐는데요. 그래서 근래엔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목조 건축에 주목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결과는 실패로 끝나버렸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 도쿄 요요기의 '국립경기장' 역시 쿠마 씨는 대부분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해 완성했어요. 그리고 그건 곧 불면하는 완성된 건축이 아닌, 시간에 따라 자연과 함께 변해가는 '유연한 건축'으로의 회귀라 할 수 있는데요. 벌써 2년 전, 쿠마 씨와 인터뷰를 했을 때 그는 앞으로의 건축에 대해 '흐르는 건축(流れる建築)'이란 말을 쓰기도 했어요. 그 말인 즉, 우리가 장소를 이동해 일을 하는 것처럼 건축 또한 그런 우리 삶을 따라 이동하며 순환할 거라는 것.

그래서 쿠마 씨는 지난 가을 1년 여의 이벤트 기간이 끝난 뒤 도쿄의 '하루미(晴海) CLT 파크'를 재료의 원산지 오카야마현(岡山県) 마니와시(真庭市)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완료하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건축의 '지산지소(地産地消)'를 통한 순환의 실천이랄까요. 아무튼, 그렇게 나무의 건축은 지금 우리에게 비단 건축 뿐 아니라 시간,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느껴요. 쿠마 못지 않게 목조 건축에 진심인 또 한 명의 건축계 거장 이토 토요 씨는 얼마 전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 회관을 나무로 살려냈거든요.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플리츠커 수상자이기도 한 이토 토요가 지난 11월 13일 이바라기(茨城県) 미토시(水戸市) 시민회관 재생 작업을 완료했어요. 미토역(水戸駅)에서 2분 거리 상점가 일각에 311 대지진으로 이전 개축이 결정된 구旧마을회관이 공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지진 당시 문제가 되었던 철근 콘크리트제製의 공연장을 나무로 크게 둘러싸듯 목조의 구조체를 제작, 나무와의 하이브리드 건축 양식을 빌린 점이에요. 이토 씨는 나가노현산(長野県産) 카라마츠라는 내화집성제(耐火集成材)를 사용, 나무를 요새 모양으로 쌓고 엮어 뚫린 구조의 둥근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말하자면 굵은 나무 목재의 기둥을 엮어 만든 둥글고 커다란 공간이 건물 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요. 겉으로는 나무이지만 속은 철근 콘크리트. 속되말로 겉따(뜻)속튼(튼)인까요. 아무튼 그렇게 나무의 약점인 '강도'를 확보해요. 근래의 자주 들리는 목조 건축은 사실 100% 다 나무 만을 이용한 예는 별로 없거든요. 아무래도 강도나 불에 대한 내구성 등의 문제로 철근이나 콘크리트와의 융합이 시도되는데요. 쿠마의 경우 얇게 재단한 합판을 수 십장 쌓아 접착해 강도를 확보하고(그를 CLT라 불러요),

지진 대비와 관련해서는 건축의 무게 중심을 기반으로한 비율을 조정하는 작업 등을 거쳐요. 그러니까 목조 건축이 결코 완전한 게 아닌에요. 다만 이토 씨는 목조 건축에는 콘크리트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건물의 리듬, 밸런스가 느껴진다'는 말을 했는데, 나무로 짓는 건축엔 세월이 깃들어요. 

그렇게 건축가 이토 토요 손에 다시 태어난 '이토시민회관'은 지상 4층, 지하 2층 복합 시설로 2천 석의 대형 홀, 그보다 작은 중·소 홀, 그리고 대회의실과 전시실, 더하기 차실 등이 갖춰져 있는데요. 곳곳 지역적인 것, 나아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많아요. 가령 나무와의 융합으로 되살린 대형 홀의 경우 1829년부터 2백 년 역사를 갖고있는 미토시의 정원 '카이라쿠엔(偕楽園)'의 매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음향 반사 패널로 디자인상 악센트를 주었고, 이전 건축이 된 곳은 본래 백화점이 있던 자리라(2019년 3월 해체 되었어요)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서 적합한 공간 설계가 이미 되어있었거든요. 이토 씨는 애초 설계 단계부터 인근 미토예술관, 케이세이백화점과 함께 '마을을 북적이게 하는 기점'으로서 'MITORIO(미토시의 '미'와 트리오의 합성어)'란 애칭을 붙여 놓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좀 '멀리서' 바라보면, 백화점이 시민회관, 공공 장소로 변화한 거랄까요. 사실 시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회관 같은 것, 무엇하는 곳인까 싶지만, 무엇해도 좋은 공간이 아닐까요. 

 🛩️ 걸어서 가는 미래 '하늘을 만나요' 

구독자 님, 오늘 첫눈 보았나요. 기상적 의미에서 수도권 첫눈은 이미 지난 3일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가정 처음 본 눈이 곧 첫눈 아닐까요. 전 오늘 늦은 아침 집 밖으로 나갔다 에상치 못한 작은 단위?의 눈보라를 만났는데요. 얄궂게도 그게 제겐 첫 눈이에요. 낭만은 커녕 볼 품이 없는 이런 눈들은 그저 싸리눈이나 진눈깨비 정도로 불리지만, 그럼에도 첫눈이란 늘 곱게 쌓인 함박눈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렇다는 건, 기억은 어쩌면 보고싶은 현실을 가리키는 게 아닐까요. 겨울의 정의 역시, 12월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첫 패딩을 꺼내입은 날, 혹은 '아아'를 더이상 주문하지 않게 된 날, 때로는 나도 모르게 국물 요리를 찾고 있던 저녁 시간 때의 '나'가 아닐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겨울이란, 조금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는 철. 전 요즘 내일 아침이 참 힘이 든데요, 요즘같은 날에는 이불을 박차고 기상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서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구독자님, 겨울은 지금 어디 있나요. 

📫오는 금요일, 12월 16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75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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