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도심의 행방 :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수필집 제목처럼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싶다', '출근도 안 했는데 퇴근하고 싶다.' 이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집이 문제인지 회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문제인지, 어딘가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의 한 문장인데요, 집에서도 일 할 수 있고, 심지어 내가 고를 수도 있는 시절에 이건 곧 '공간'의 이야기라고도 느껴져요.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여지가 새삼 질문을 만든 모양새랄까요. 코로나 이후(곧 레터를 시작하고) 이러한 공간의 이야기를 몇 차례 해왔다고도 느끼는데요, 새삼 집은 나에게 맞는 공간일지. 아침과 밤을 시작하고 끝내는 나의 방이란 정말 '나'의 방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자꾸 물음을 제기해요. 이제와 몇 십년을 살고 왜 자꾸..그래요.🤔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우리 일상에 생긴 균열(구멍이자 곧 다름의 문) 때문일 거에요. 매일을 보내는 집에서 새삼 나의 집을 떠올리게 되는...오늘을 의심하며 내일을 모색하고 있는 이상한 텅빈 시간 같은 거 말이에요. 구독자님의 집, 혹은 방은 지금 안녕한가요? 최근 일본에선 SOLO CABIN이란 이름의 1인용 공간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어요.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 다름 아닌데요, 우린 지금 그런 1室의 필요성, 중요함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걸까요. 참고로 이런 공간을 일본에서는 '이바쇼 居場所'라 해요. 어쩌면 그런 주거 시작점, 오늘은 코로나 이후 우리의 주거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단순히 IN 서울, 숲세권, 역세권과 같이 세상이 지어낸 수식이 아닌 나에게 어울리는 주거의 공간은...어디 일까요. 오리사카 유타가 이랑과 함께한 한국어 제목의 곡, '윤슬'로 시작해볼게요.🏃🏽‍♂️ 윤슬...은, 순우리말로 '달빛에 반짝이는 잔 물결'이란 의미라고 해요.🌊  좀 예쁘지 않나요.

 🏠 새삼, 혼자를 살다, '집에 있는데 집에 돌아가고 싶다' 

코로나 이후, 일본에선 '공간'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해요. 이전 레터에서도 소개했듯 건축가 쿠마 켄고는 캠핑 브랜드 '스노우 피크'와 '쥬바코(住箱)'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집에서의 시간이 길어진 일상에서 '집 안에 집'을 들이는 예도 늘어나고 있어요. 아마, 집에만 박혀있는 답답함을 집 안에서 풀어내려는 시도겠죠? 동시에 기존의 '집'이란, 우리의 일상을 모두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돼요. 여러 번 인용하게 되는 쿠마 씨의 말 "집은 애초 일을 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재택 근무란 애당초 무리한 시작의 (근무) 조건일지도 몰라요. 그래서...집 안의 집 '코야(小屋)'랄지, 쿠마 씨의 '쥬바코', 그리고 그 밖의 다수의 '오피스 스페이스'가 자꾸 생겨나고 있는 걸 텐데요,

그렇다면 그런 두 번째 집, 2nd House의 충족 조건은 무엇일까요.지난 9월 모습을 드러낸 'SOLO CABIN'은 자연 속 별장과 같은, 마치 캠핑을 하는 것과 같은 '도심을 벗어난 일상'을 제안해요. 가든 라이프스타일 업체인 '카쿠쇼'와 녹화(緑化) 디자인을 프로듀스 하는 로쿠엔샤(緑演舎)의 협업이고, 자택의 정원이나 별장 부지에 마치 산 속의 작은 오두막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말하자면 소위 별채의 '하우스를 세우는 식이에요. 모두 3가지 프랜을 공개했는데요 하나는 가장 도심 밖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별장 느낌의 '빌라', 그리고 리모트 워크에 적합하게 설계된 '라이브러리', 나머지 하나는 공간을 둘로 나눠 이용할 수도 있는 '컨서버토리'에요. 집에서의 일상이 늘어난 지금, 집의 새로운 쓸모를 모색하는 3가지 제안처럼 느껴져요.

캐빈은 경우에 따라 복수의 설치도 가능하고, 카쿠쇼 측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라이프, 기업과 그룹의 모임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해요. 무엇보다 이렇게 작은 1인 단위의 집이란, 다종다양하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 쿠마 씨도 이러한 '1인실' 구조 건축에 대해 "변화하는 일상에 맞춰 벽을 들어내고 다시 조립하는 등 생활 맞춤형 구조로서, 나아가 자연을 집 안에 들이는 개방적 설계로서, 집을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는 시도"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집에 있는데 집에 돌아가고 싶다? 그건 아마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자유, 그런 마음'의 표현일지 몰라요.

 🏘 인구 700명 마을이 지금, 들썩인다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곳, 나만의 '이바쇼', 새삼 집의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마음 편한 집 한 채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단순히 평수나 시설, 집값이나 월세값 같은 걸로는 아마 설명할 수 없을 거에요. 역세권이 아닌 숲세권을 바라보기 시작한 시절이 가치관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House 보다는 Home. 내가 머물수 있는 그 아늑한  보금자리는 어디일까요.

일본에선 얼마 전 작은, 아주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이주자가 급증 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도쿄와 야마무라(山村) 산으로 연결되는 야마나시(山梨) 현 코스게시(小菅市) 이야기에요. 본래 이 마을은 인구 절감을 넘어 절벽...소멸 위기에 처한 시골 마을이었거든요. 그런데 2014년 무렵부터 이주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며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살았던 쇼와 35년, 1955년 당시의 2천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해요. 지금은 인구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약 700명. 작은 이 시골 마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그 시작은...의외로 하나의 '호텔 만들기'였어요.

먼저, 코스게시는 면적의 95%가 숲이에요. 그 중 30%는 도쿄도가 소유하고 있고, 그건 빗물을 흡수 수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림인 '칸요우림(涵養林)'으로 지켜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그럴 여지가 좁은 지역이에요. 그리고 도쿄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실제 타마강(多摩川)이 시작되는 원류이기도 해요. 사람이 떠나가는 것도, 자연 만이 남게되는 것도 이해가 될 법도 하죠. 하지만 '기회'는 사람 뿐 아니라 지역에도 최소 3번은 찾아온다고...2014년 산속에 둘러싸인 코스게 시와 오오츠키시(大月市)를 연결하는 터널, 마츠히메 터널(松姫トンネル이 개통하게 돼요. 이건 곧 기존 도로를 통했다면 1시간이 걸릴 길을 30분으로 줄여주는, 동시에 야마나시 현청이 있는 코후시(甲府市)와도 용이하게 연결해 준다는 이야기인데요,

 🏨 1박을 위한 인프라, 인구 700명 마을에 호텔을 짓다 

마을은 그에 맞춰 다음 해인 3월 '거리의 역'을 개설, 관광객 유치에 힘을 쓰기 시작했어요. 애슬레틱 시설을 오픈하고, 숙박 업소가 될 만한 곳들을 정비하고... 이런 마을에 수입원이란 결국 '관광' 하나잖아요. 결과, 연간 8만 조금이던 관광객이 18만으로 대폭 늘어, 터널 개통 전과 후 221%의 증가를 보였어요. 그런데,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에요. 관광객이 늘어도 마을의 인구는 대부분 고령층, 그나마 있는 여관들은 폐업을 하기 바뻐, '당일 치기' 손님 밖에 받지 못하는 게 코스게시의 현실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거리의 역'을 개설했던 컨설팅 회사와 고민가(古民家) 재생에 힘쓰는 '노오토'가 힘을 합쳐 '「NIPPONIA 코스게 원류의 마을 (小菅 源流の村)」란 걸 설립, 지역 고민가를 '다시 이용 가능한 숙박 시설'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실제 양봉업으로 호기를 누렸던 지역 유지의 150년 넘은 고민가를 개수, 숙박 가능한 나아가 고민가에서 시작하는 일상을 프로듀스, 제안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건 코로나 시절 3밀을 기피하는 흐름 안에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도쿄와의 교통도 편리한 덕에 코스게 시는 그렇게 다시 사람이 모이는 마을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계획의 콘셉트가 바로, '인구 700명 마을에 하나의 호텔을!'이었어요. NIPPONIA 타니구치 슌야 매니져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콘셉트는 인구 700명 마을에 하나의 호텔을 짓다'였어요. 거리의 역을 오미아게(선물・기념품) 판매 거점으로, 인접한 온천 시설은 대욕조로 가정하고, 마을 전체가 '오모테나시 おもてなし' 맞이하는 이미지였어요." 그렇게 지금 코스게 시에는 다시 태어난 150살 고민가의 료칸과, 벼랑에 새로 지은 이름이 좀 위험(?)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벼랑의 집', 두 채가 손님 맞이를 하고 있어요

고작 호텔을 빌린 시작이었지만, 작은 마을의 '다시 시작하기.' 2014년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이주는 현재까지 모두 36세대의 새로운 시민을 맞이했고, 이는 기업으로도 확장돼 5개의 벤쳐 기업이 새로 코스게시에 둥지를 틀었어요. 그 중 하나는 2011년 도쿄에 설립됐던 맥주 회사 '파 이스트 브루잉(Far Yeast Brewing)'인데요, 2017년 코스게시에 양조장을 만들며 이주한 야마다 시로 사장은 코스게시에서의 이점을 이렇게 이야기해요. "거래처가 많은 도쿄와의 액세스도 좋고, 국산 와인의 발상지인 코슈가 인접한 이유로 '술 만들기' 문화가 뿌리 깊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쿄를 이름에 내건 저희 브랜드로서는 도쿄의 수원지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사실, 아니 고령화로 인한 여관의 폐점이란 과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 모를 오늘. 그곳에서 우린 모두 각자의 내일, 그리고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요. '파 이스트 브루잉' 외에도 현재 코스게시에는 지비에(ジビエ, 프랑스 요리에 사용되는 야생 조류) 가공 업체, 코스게 시에 작은 거처를 제작하는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 기업, 그리고 마을 내 교통이 불편한 이유로 드론을 통한 배송을 실시하는 벤쳐까지...새로운 내일을 일구는 움직임이 북적여요. 코로나 이후 탈도심은 어느새 키워드가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도심을 벗어난 우린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OO 한 달 살기'는 무엇을 위함인가요?

 🚛 #이주...해보실래요? 게스트하우스의 남겨진 가능성 

돌연 이동에 제한이 생기고, 해외 여행은 어느새 멀어져 기억은 점점 추억이 되어가고, 심지어 기름값 폭등에 비행기 값도 비싸질 것 같고...그렇게 심난한 요즘인데요. 하지만 그래서 그나마 단거리 여행 수요가 늘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는, (사실 별 거 없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요. (내겐) 전에 없던 국내 관광지가 여행 옵션으로 등장한 건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일까요. 같은 맥락에서, 조금 시선을 돌려 지역의 그 많던 중소 숙박 업소들은 지금쯤 어떤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요. 휴가철을 손꼽아 기다리는 관광객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내가 아닌 너의 자리에서 지금의 여행을 잃어버린 시간을 ,그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하지만 여기선 잠깐! 입장과 관점을 전환, 카나가와 현 오다하라(小田原)시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던 우치다 씨네 집안을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오다하라는 새파란 바다, 신선한 수산물, 에도 시대 유산도 많아 외국인 대상 인기 관광지인데요, 코로나로 인해 그 많던 관광객은 급감. 이런 얘기 요즘은 흔하고 하지만, 우치다 씨네 입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수입원이 끊겨버린, 생애 최대의 위기를 의미하는 문장이기도 해요. 심지어 우치다 씨네는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갈 딸 마호 짱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그도 벌써 3여 년. 우치다 씨는 올 여름 무렵부터, '게스트하우스' 이기에 할 수 있는 것, '게스트하우스' 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금 내일을 헤쳐가고 있어요. 바로, 탈도심 시대가 지역에 안겨준 '선물'! 이주 수요의 급증을 활용한 '오타메시(お試し) 이주 서비스'에요.

말하자면 오다하라 이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2박 3일부터 일주일간 체재의 경험을 제공하며, 그에 대한 숙박료가 아닌, 서비스료를 받는 구조인데요. 그게 반응이 좋아 평균 한달 10팀 정도가 이용을 한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 실제 이주를 결정, 오다하라 주민이 된 케이스도 적지 않아요. 이주(移住), 풀어보면 지역을 옮겨 산다는 건,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이사가 아닌 이주인 만큼 부담도 더 할 테고요. 그래서 우치다 씨네 가장 유스케 씨는 함께 마을을 산책하며 안내를 하는 '마을 가이드 서비스'도 제공해요. 그렇게 마을 상점 사람들과 교류가 생겨나고, 도심에서 잊고있던 이웃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고, 도쿄도민이 아닌 우다하라 시민으로서의 하루가 시작하는 거에요.

우치다 씨는 "마을과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게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이라고 새삼 느꼈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방문해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한 기분이에요"라 이야기했어요. 역시 사람...일까요.  우치다 씨는 코로나 이후 갑자기 사라진 외국인 숙박객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군고구마를 구워 팔거나, 게스트하우스 내부를 인터넷으로 중계하거나...갖은 궁리를 다 짜보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정작 정답은 가장 가까운 데 있다고...게스트하우스로서 또 한 번의 오늘, 그저 조금 다른 '코로나 시절'을 살아가는 거였어요. 그는 "단순히 사람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오다하라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기쁜 일이에요. '그 사람 만나러 가야지'의 장소가 되는 것. 이는 게스트하우스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했어요. 게스트하우스가 호텔과 다른 건, 바로 이런 사람과의 관계였을까요. 우치다 씨의 안내를 받은 45팀 중 모두 13팀이 실제 오다하라 주민이 되었다고도 하는데요. 내일의 '이바쇼', 그건 좋아하는 사람과의 하루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 다시, 함께 산다는 것! 공공 주택의 유산을 잇다  

'단지(団地) 재생 프로젝트', 구독자님 이 말 기억하나요? 3월 즈음 레터(아래 링크 남겨 놓아요)를 통해 건축가 쿠마 켄고와 디자이너 사토 카시마가 주도한 요코하마 시의 1970년에 세워진 단지의 리노베이션 이야기를 했는데요, 일본 도심의 역사는 곧 '단지'의 역사.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에선 '단지 컬쳐', 재생에 의한 새로운 주거로서 '함께' 살기가 주목받고 있어요.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경제 발전기 우후죽순 만들어진 아파트가 노후화로 인해 재건축을 거치며 새로운 주거 장소로 다시 각광받고 있는 이야기에요. 그렇게 요코하마의 요우코다이 키타 단지(洋光台北団地)는 단지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내일의 주거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집 밖 여유공간이 넓직하게 확보되었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참고로 쿠마 씨는 요코하마 출생, 오랜 어린 시절을 요코하마에서 보냈는데요, 왜인지 '홈 스윗 홈',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나요? 🏡

그렇다면, 그 단지의 재개발, 다시 시작하는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쿠마와 사토 씨가 완성한 요코하마의 경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거나 집 안이 아닌 밖에서의 시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충분히, 확실히 갖춰졌다는 느낌인데요. 다시 시작한다는 건 곧 새로움의 1일. 일본 곳곳에 진행되고 있는 '단지 재생'의 그림은 시간이 흐른 만큼 달라진 일상을 반영하고 있어요. 도쿄 고쿠리츠시(国立市)의 ’후지미다이(富士見台) 단지는 일종의 '셰어 상점'으로 리뉴얼되었고, 본래 '일본 우편'의 사택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사이타마현 사이타마 시의 '포스트 오오미야(ポストオオミヤ)'는 언제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DIY 식 거주 공간, 점포로 다시 만들어졌어요.

쿠마 씨의 그림이 주거 공간에 공간에 여백을 남김으로서 비주거적 활동을 확보하는 단지에 가까웠다면, 이들은 단지, 그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양식, 라이프 패턴의 예로 실험하고 있는 듯 보여요. 

후지미다이 단치 '셰어 상점'의 경우, 본래 단지 주민이자 건축가인 노우사쿠 쥰페이 씨가 베드 타운 이미지가 강한 마을을 탈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거든요. 단지 일부를 개조해 내츄럴 와인을 취급하는 와인바, 중동 지역 과자인 쿠나파 전문점, 그 외에도 개성 강한 작은 가게들을 달 단위로 바꿔, 입점할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 책방을 이야기하며 언급했던 매일 점장이 바뀌는, '히가와리 텐쵸(日替わり店長)'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함께 한다는 것, 그건 '너'가 되어보기, '자리 바꾸기'거나 '입장 돌려보기'와 같은 일일까요. 오래된 아파트의 내일, 그건 분명 재개발 만이 상책이 아니에요.

 🎡 너와 나의 R, 다시 만나는 계절 

구독자님,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는 대체로 '혼자'가 편한 사람인데요, 돌이켜 보면 혼자란 함께가 있기에 성립 가능한 말, 너와 그와 그들 곁에서 존재할 수 있는 이름이란 생각도 들어요. 좀...허무하죠? 그래서 혼자일 땐 사람이 그립고, 함께일 땐 좀 혼자 있고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잖아요. 서로에게 서로의 거리가 생겨난 요즘, 공간이란...새삼 그런 빈 자리를 체감하게 하는 '무엇'인 걸까요. 근래엔 꼭 서울이, 도쿄가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보다 자유로운 근무, 나아가 일상을 이야기하게 되었지만, 그건 분명 좀 더 자유로워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광객을 잃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제2의 내일을 시작하는 것처럼,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어제에 잠자고 있을 때도 있거든요. 내일이 꼭, 직진 만은 아니에요.

그러면... 오늘은 TTNG의 노래 골랐어요. 지금 이 순간, 레터를 쓰는데 바로 이 곡이 시작되더라고요. Whatever, Whenever. 네, 오늘은 🎧  스포티파이 Daily Mix 4를 들으며 레터 쓰고있어요. 좀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무엇이든, 언제든. 2016년 'Disappointment Island'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요, 가사는 좀 과격한 은유를 쓰고있지만, 중요한 건 'Re-pointing the paths i've paved / Re-living mistakes i've made' 두 번째 시작하는 '내일'엔, 좀 더 성숙한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럼 우리 또 보아요.🙆‍♂️

📫  오는 금요일, 10월 29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가 발행됩니다.

📬  그리고 아래는, 현재 공개중인 '모두 공개' 레터들이에요.

山手線’s 뉴스 배달부

SNS's and more

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가장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빙, 혹은 brunch 

퍼블리에서의 작업들 

'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 monoresqu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