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레터에서 쿠마 켄고와 하라 켄야, 무인양품의 합작 '창窓의 집'까지 이야기했는데요. 이번 주엔 우리의 '집'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재택 근무가 늘고, 이동이 예전같지 못한 시절, 유독 집에서의 시간은 늘어만 가는데, 지금까지의 '집'으로 괜찮을까요. 우리는 '집의 사용법'을 리뉴얼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제주도에 호텔같지 않은 호텔 d-JEJU를 만든 D&Department의 나가오카 켄메이 씨는 "애초 집은 일을 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한다고 할 때 효율적인 것이 나오지 못합니다"라고도 말했어요. 실제로 지금 도쿄에선 지방 RUSH와 함께, 나의 집을 다시 설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려 합니다.
요즘은 재택 근무에 집 안에 집을 들이는 코야小家가 인기라고 하더니, 그렇게 주구장창 인테리어 특집 만들더니 뽀빠이가 집을 만듭니다. LIFE LABEL과의 콜라보인데요. 뽀빠이는 '그냥 이대로 주세요'라 말하고 싶은 집이 콘셉트라 말하고, LIFE LABEL은 '집도 컬쳐'라고 이야기합니다. 쇼핑하듯 집을 고르는 잡지 스러움이란 새삼 무엇일까 싶고, 조금 다른 의미에서 '집' 없이 살 수 없게 된 요즘, 그저 먹고 자기 위한 '하우스'가 아닌, 각자의 '홈'을 찾아나서는 움직임이 엿보입니다. 참고로 뽀빠이가 만드는 집은 맘대로 고칠 수가 있는 개축의 여지를 남긴 디자인이고, 원하면 한 층을 올려 주문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20여 평 정도의 테라스 딸린 1LDK. 제가 (가난하게) 살던 도쿄의 집도 1LDK였는데 😂 잡지는 이제 집을 만들기 시작했고, 집의 정의는 변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경기장을 만든) 쿠마 켄고가 350만 엔에 '나의 작은 집'을 지워준다는 '상품'도!!
높이가 아닌, 수평의 집 無印良品의 '볕陽의 집'
얼마 전 도쿄에서 일본 내 최대 규모 무지 매장이 오픈했다는 소식, 혹시 들으셨나요. 얼핏 우리가 아는 무지에, 크기만 확장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이건 '내일에 대한 제안'으로서의 매장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집안 수요 家中需要'가 늘어남을 반영해, 전적으로 '식', 食을 중심으로 상품이 진열됐고요, 앞으로의 집안 생활의 '설계'를 도와주는, 일종의 콘시어지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야말로 집이 한 채 들어섰는데요, 무지가 다섯 번째로 발표한 '볓의 집', 바로 陽の家입니다. 대부분 도심의 집들이 좁은 땅 탓에 높이로만 공간을 확장하는 것과 달리, 무지의 이 집은 내부의 벽들을 가능한 최소하고, 안과 안, 그리고 밖과의 이어짐을 의식해, '경계가 없는', 앞뜰, 그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체의 집'을 구현합니다. 마침, 유튜브에 집을 설명해주는 영상이 있었어요.
제가 재밌게 느꼈던 건, 두 가지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심플하고 세련된 건 무지 특유의 인장과도 같지만, 全開口シャッシ, 샤시 창이 틀의 자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열리는 방식은, 그야말로 조금의 틈도 없는 '심리스'를 연출하네요. 창을 열면 바로 눈앞에 뜰이 펼쳐진다는 건, 아마 이런 그림이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이 집의 '삼각 지붕'입니다. '볕의 집'은 커다란 원룸이거든요, 그래서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내부가 지루해지지 않게 궁리한 디자인이라고 하네요. 오래된 유럽 동화같은 걸 보면, 왜 빨강머리 앤만 봐도 다락방 삼각형 창을 열고 망상을 하곤 했잖아요. 매일 발견이 있는 집의 설계처럼도 느껴집니다.
가장 살고싶은 '키치죠지'? 옛말이에요.
일본에선 매년 '살고싶은 마을' 랭킹을 발표해요. 우리 동네 얘기도 아니면서 관심이 가는 순위인데요. 올해 그 순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있었습니다. 보통 키치죠지, 혹은 나카메구로나 에비스 정도가 상위에 랭크되곤 했어요. 예쁜 카페나 힙한 가게가 많고, 셀렙들도 자주 출몰하고, 키치죠지는 근처 이노카시라 공원까지 있어서, 도심에서 휴식도 찾기에 최적이었죠. 그런데 올해 가장 살고싶은 마을은, 무려 저는 듣도보도 못한 '혼아츠기本厚木'입니다. 카나가와 현에 있고, 도쿄에서 전차로 40분 정도라고도 하는데요. 역시나 재택 근무, 텔레 워크의 영향이 크다고 말해요. 지난 해 도쿄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이케부쿠로'가 1위에 오른 것도 이변이었는데, 올해는 '탈・도쿄', '로컬' 시대의 전초처럼도 느껴지네요. 빌딩 숲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도심이 아닌, 한적한 지방에서의 둥지. 단지 '주소지'의 변화만은 아닐거에요.
지금 '집'을 둘러싼 작고 큰 움직임이 있는 건, 아마 집의 쓸모를 새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회사를 다닐 땐 돌아와 밥을 먹거나 TV 보거나 잠을 자거나...그 정도의 '집'이었을 뿐인데, 돌연 집에서 업무도 봐야 하고, 미팅도 해야하고, 마감도 하거나...등등등 말하자면 일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 거죠. 하지만 그런 '일과'가 '집'의 입장에선 아직 준비되지 않은 곳들도 많잖아요. 방이 있고, 책상이 있고, 컴퓨터가 있고, 시간이 있다고 좀처럼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처럼요. 집이란 참 수상하기도 해서, 보이지 않는 무드랄까요. 세월과 함께 쌓여간 '모드'가 작동하고 있다고도 느껴요. 평생 널부러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모드. 그래서 그걸 '일'의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그러지 못하고 있는 1인입니다.
이 링크는 JTB 그룹이 운영하는 일본 내 모든 호텔의 '텔레워크 플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지니스 호텔이라는 재택 근무의 선택지?!
그래서 최근 도쿄에선 수요를 잃은 비지니스 호텔들이 '자택근무 난민'들을 위한 서비스 플랜을 시작했어요. 본래 도쿄의 비지니스 호텔이란, 지방에서 출장을 오는 샐러리맨들이 큰 타겟이었거든요, 물론 가난한 관광객들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갑작스레 0, 제로가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도쿄도의 지원을 받아 객실을 하루 300~500엔에 렌탈해주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몇 곳에 지점이 있는 '도큐 스테이 요츠야' 지점이 지난 가을 시작했고요, 평균 하루 8시간의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비지니스 호텔의 객실이 사실 비지니스에 적합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별개의 문제겠지만, 오늘도 왜인지 해야 할 일의 1/10도 마치지 못한 저는, 그저 솔깃할 따름입니다.😮
'일할 곳'을 찾지 못한 회사원이 싼값에 사무실을 얻고 갑작스레 손님 잃은 호텔이 탄탄한 수요를 확보한 나름의 임기응변 모범 사례같은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 케이스는 일본 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듯해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호텔은 이미 다른 업종과의 협업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가운데 '코로나'란 변수가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부띠크 호텔, 커뮤니티, 체험형 호텔에서 나아가 더 뭐가 남다를까 궁리하던 찰나에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상한 상황에 맞닥들인 거죠. 심지어 일본에선 재택근무가 아닌 재'HOTEL'근무'란 묘한 말도 생겨버렸습니다. 영국의 호텔 체인의 호스피털리티 리서치 연구원 쟌즈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집'콕'이 아닌, 집'밖'
그런데 좀 이상한게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집'콕'을 할 것 같았지만, 들려오는 뉴스나 이야기는 집'밖'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사실 집이 중요해진다고 할 때 그건 몇 억짜리 아파트냐, 방이 몇 개냐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주변이 어떤지, 교통은 어떠한지, 이웃은 어떤 사람들인지...집과 그 주위, &를 생각하게 되죠. 일본에서 도심을 벗어나는 움직임이 현저한 것도 단지 3밀을 피하기 위함만은 아니라고도 느껴요. 코로나 팬데믹 시절, 우리가 원하는 건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safty이기도 하지만, 이전과 다른 위기에서 바라본, 혹은 알게된 소소함, 소중한 일상의 재발견일테니까요.
그래서 세상 모든 집(을 포함 근대 도시 공간 전반)을 상자에 비유해온 건축가 쿠마 켄고 씨는요, 앞으로는 '상자의 안'아 아닌 '밖', 건물 밖의 디자인이 중요할거라고도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가도 싶은데, 세상 혼자 살 순 없다는 건 코로나도 어찌하지 못하는 '사실'이거든요. 그렇게 나의 '작은 집'은 내가 아닌 너, 우리, '공공성'을 생각하게도 됩니다.
집 '밖'의 디자인이라...쿠마 켄고의 '언어'답다 느끼네요. 그렇게 오늘은 뽀빠이의 집에서 시작해 무인양품의 '수평', 그리고 호텔이 시작한 궁여지책의 지혜와 살고싶은 마을 랭킹이 의미하는 가치의 전환 같은 걸 이야기했는데요, 다음 주 이야기는 위의 사진, 저 일러스트가 힌트입니다. 살짝 알려드리면, 코로나 시대의 '공공성', 나는 왜 혼자가 아닌가에 관해 이야기할게요.👬
그리고 무사한 한주, 응원할게요. 🏋️♀️
그리고 다가올 또 한 번의 한파를 잊게해줄, 제가 가장 '봄'을 느끼는 노래, 람프의 '아침은 조용히' 올려 놓아요. 아침 9시 무렵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같은 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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