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의 아픔은 어떻게 도시의 '유산'이 될까요?

2011년 3월 11일, 10년, 그리고 4일이 지나 이 레터를 씁니다. 지난 목요일 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고, 10년이 되는 날이었는데요, 수 십만명의 이재민을 낳았던 재해인만큼 요 며칠 일본에선 당시를 기억하는 다양한 일들이 펼쳐졌습니다. 방송국마다 펴낸 특별 기념 방송이랄지, 야후 재팬이 검색을 통해 또 다시 구현한 '일상에서 응원'하는 캠페인이랄지, 흘러간 세월은 수천일인데 남아있는 '날'이란 건, 어딘가 있나봅니다.

사실, 이번 레터는 10년 세월만큼 멀리서 남의 나라 걱정이나 하는 투의 메일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일본 전역을 울렸던 그 사건은 지금 10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픔을 기억하는 법,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오늘은 그런 상처에 새살이 돋는, 311 이후 써지는 아픔 '그 후'의 이야기를 모아봤어요. 그리고 그건, 의외로 매우 보통의 하루와 하루였습니다. 타인의 아픔은, 때로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수상한' 날이 있어요.

지난 11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인 후쿠시마에서 'ありがとう’가 모이다'란 테마로 이벤트가 열렸어요. 타이틀은 SONG OF THE EARTH.

천지지변의 재해 속에서, 우리는 '타자'를 만나요.

사실 저에게 311은 한국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긴밀한 사연을 가진 날이기도 합니다. 제가 도쿄에서 살다 귀국했던 게 2011년 2월 28일, 311이 터지기 10일 전이었거든요. 집에 돌아와 시차도 아닌 시차를 느끼며 보내던 어느 날 마주했던 TV 속 말도 안되는 화면을 보면서, 뭐 이런 얄궂은 타이밍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그 묘한 타이밍에 누군가는 재해 이후의 삶을 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바람 한 점 없는 일상을 보내고. 이런 게 인생일까요. 하지만 311, 제게는 별 다른 '오피셜한' 연도 없는 이 사건은 이후 종종 스쳐가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일본을 좇고, 관련 일도 종종 하면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락에 '311', 그 사건이 튀어나오곤 했거든요. 3년 전, 제가 가장 많이 울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寝ても覚めても)'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311을, 그리고 재해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리고 비현실의 자리에서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밤의 현실, 꿈의 흔적 '아사코 朝子'

영문도 모르면서 나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 https://youtu.be/f_M3V4C8nWY 꿈의 도중 잠이 깨어 다시 눈을 감아도 돌아갈 수 없다. 조금 전까지 선명했던 그림은 흐릿한 방 풍경 너머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런 며칠, 이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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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사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동일본대지진(311)이 등장하는 겁니다. 왜 작품 중에 재해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나요?

하마구치 : 결과적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타자의 대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생각합니다. 타자가 타자라는 건 일상에서는 좀처럼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타자性이 드러났을 땐, 명확하게 타자로서 나타납니다. 결국, 평소 모두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냐고 한다면, 그러한 타자성을 희석시키고 은폐하는 것으로, 일상적인 관계가 꾸려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불상사를 당함으로서, 그런 타자성이 갑작스레 출몰합니다. 그게 가장 알기 쉬운 형태가 '재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사코' 하마구치 류스케가 이끌어가는 일본 영화의 '신시대' 인터뷰 중

『寝ても覚めても』濱口竜介監督が導く、日本映画の新時代

黒沢清以降の日本映画界・最重要人物を「今月の顔」として本気でプッシ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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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아간다는 건 내 안의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리고, 지난 가을 시부야 국도 246 길변의 '꼬뮨'이 새단장을 하기 직전 공간을 프로듀스 하는 전 '미디어 서프' 큐레이터 쿠라모토 쥰과 이런 대화도 나눴어요. 지금은 퇴사를 하고 다른 곳을 물색중이라고 합니다. 벌써 찾았을라나요.😶

꼬뮨 내 오피스 겸 아틀리에로 쓰이는 '미도리소', 지붕 위 자체 태양열을 활용해 전기를 충당해요.

Q 근래 도쿄는 연호가 바뀌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전에 없이 변화가 활발하다 느껴요. 특히나 책방, 그리고 공간에서 전에 없던 커뮤니티를 향한 움직임도 느껴지고요.
　제가 질문했어요.

쿠라모토 쥰 : 저희 회사는 벌써 7년 전에 포트랜드란 도시에서 체재를 하면서 처음으로 포틀랜드 가이드북을 만들었지만, 그 전엔 '파머즈 마켓'이란 걸 시작한 회사에요. 근래 도쿄가 전에 없이 변한다는 건 제가 느끼기에 311 이후의 일이라 생각해요. 당연하다 느끼던 일상이 그렇지 않다는 걸 절감하게 된 사건이고, 이후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쿠라모토 쥰과의 인터뷰 중, 오모테산도 '꼬뮨' 内 'みどり荘' 오피스에서

그리고 사실, 지난 달 개봉해 지금도 상영중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 그 후, '라스트 레터'도 311 이후의 '스토리'로 읽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미야기현 센다이시 출신이에요. 이와이 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인 '센다이'에서 '라스트 레터'를 찍었습니다. '러브레터' 그리고 20 년이네요. 그리고 이와이 감독은 NHK가 제작한 311 부흥응원송 '꽃이 피다花は、咲く'의 가사글을 쓰기도 했어요.

"영화에 그려지는 것과 311 이후 흘러가는 일상 사이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세상을 뜬 존재가 등장한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될 것인가. '라스트 레터'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로서 그려냈다는 기분이 듭니다. 의식적으로 연결했다기보다, 10년이란 세월이 제게 하나의 커다란 테마였다고 느껴요. 어떤 영화를 찍는다 해도 그런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요."

작사는 이와이 슌지, 작곡을 칸노 요코가 했네요.

그리고, 다시 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도, 311 이후의 3년, 지나간 어제를 기억하는 '이름'의 영화기도 했어요. 4년이 지나 다시 써본 '너의 이름은' 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망각'을 기억하고 싶었다,

’너의 이름은', 3년과 10년의 문턱에서 | 페북이 전해주는 알고리즘의 '시간 스토리'는 대부분 맥락이 없지만 때로는 꽤나 심오한 우연같아, 몇 해 전 내가 적어놓은 한 리뷰의 글을 보고, 다시 그 영화를 찾아보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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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픔은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저 곁에 다가설 뿐.

센다이 못지않게 많은 피해를 입었던 이바라기 현의 현대 미술관에서는 아티스트 10인이 모여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타이틀이 '10년째의 상상 想像'.인데요. 자연 재해는 너무나 거대해 무력해지기만 하지만, 사실 상처도,아픔은 1인분 만큼이기도 해요. 거대한 비극이지만 그 안에 한 사람,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재해는 사람 제각각 마주하는 방식이 있고, 많은 사람이 팔짱을 끼고 부르는 응원가보다, 혼자, 한 사람일 때 보다 더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미지네이션의 원천, 성지이기도 한 센다이에서 그리움과 애정을 담아 저의 말로서 써보았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기억에 의해 성립된나는, 그런 고귀함에 대해, 매우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살든 그렇지 않든, 소중한 사람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건 중요하구나 하고요.
이와이 슌지, 311에 보내는 노래 '꽃은, 피다'에 대해서.

나라 요시토모의 흔치 않은 석상 작품. 나라 씨 작품은 귀여운 것 같기만 하지만 실은 매우 어두운,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이 묻어있어요.

사실 센다이는 311 대지진으로 뉴스에 오르내렸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아티스트, 유명한 스포츠 선수는 여럿 있어요. 방금 이야기한 이와이 슌지 감독을 비롯해서 지난 레터에서 잠깐 이야기한 하뉴 유즈루 선수도 센다이 출신이고요, 한때 팬시점, 문방구에서 인기이기도 했던 귀여운 여자 소녀의 그림으로 유명한 그림 작가, 나라 요시토모도 센다이가 고향입니다. 나라 씨는 오래 전 펑크 음악을 한 사람답게 매우 반정부적인, 어그레시브한 메시지를 발언하기도 하는데요, 올해엔 2011년부터 10년, 311 역사와 똑같이 10년간 부흥 지원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맨위드 マンウィズ' 단체에서 개최하는 캠페인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번에 여기선 CONNECT WITH 3.11라는 라이브도 진행했고요, 나라 씨가 배우 논 씨와 함께 티켓의 디자인, 기념 궂즈의 제작을 담당했다고 하네요.

라이브를 311, 당일에 유튜브로 무료 중계했거든요...근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요. 저작권 선진국인 일본에선 종종, 아니 자주 아카이브를 남기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311, 그 날이라 의미가 있는 일이란 게 있기도 하지요.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뒤인지, 사실 알 수 없어요. 그저 사람의 속도는 저마다 다른 것.

"10년이란 세월이...길었네요. 순식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렵네요. 저는 311 당시 20살이었어요. 그 때의 충격이 계속 잊혀지지 않은채 있었습니다. 도쿄에 올라온 직후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재해, 그 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20대를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 제의를 받고 섬뜩했어요. 이 나라 사람들에게 311은 특별한 일입니다. 그로부터 10년, 저도 배우란 일을 계속해왔고, 그리고 지금, 코로나 유행으로 인간의 존재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바라봐야 하는 시기인 가운데, 지금이 (그 날, 311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라고 겨우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케마츠 소스케, NHK 드라마 '너의 곁에서 내일이 웃는다'에 출연한 뒤 인터뷰에서.

311은, 우리가 세월호 사고를 다루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차례 드라마, 영화화 되기도 했어요. 4년 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돼 개봉도 되었던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그녀의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랄지, 매번 3월 11일마다 방송국에서 제작해 방송했던 드라마들이랄지, 직접적이지 않은 모티브로 차용된 경우까지 따지면 그걸로 족히 영화제 하나는 치를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올해는 10주년인 만큼 대대적인 특집 방송들이 줄잇는 가운데, NHK에서 제작한 게 드라마 '너의 곁에서 내일이 웃는다'입니다. 이케마츠 소스케와 아야세 하루카가 출연했고요, 이시마키 시에서 남편을 잃은 여자 아오이의 10년 후, 어느 날을 그려요. 제목에서도 보이듯 대놓고 용기를 주는, 포지티브한 스토리인데요. '아픔', 그리고 '회복'에 대한, 섬세한 성찰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10년 세월이 알려주는, 그런 것들요.

"이렇게 10년만에 타카오미 묘에 와준 게 아주 기뻐.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속도는 다 다른 거에요."

방한복을 가지러 간다던 남자 타카오미는 돌아오지 않고, 그 시간은 하루, 이틀, 10년이 되어가고...아내인 아오이는 잊지 못해요. 시체는 커녕 유품조차 발견되지 않은 터라 '죽지 않았다'고 믿고있는 정도에요. '살아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죽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는... 어딘가에 멈춰선 가냘픈 '시간.' 위 부분은, 그에게 시어머니가 건네는 대사에요. "그만큼 했으면 되지 않았어?"란 말.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어떤 상처는 '형태'를 알아보기까지 10년이 걸리기도 해요.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뒤인지, 사실 알 수 없어요. 매듭을 꼭 지을 필요 있나요? 10년이든, 20년이든 그저 또 하루가 흘러가는 거에요."

아오이는 남편이 떠난 자리에서 새로 책방을 시작하려 해요. 하지만, 왜인지 미안함이 발목을 잡고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그에게, 책방의 설계를 맡은 에이키, 이케마츠 소스케가 전하는 메시지에요. 사실 매번 찾아오는 1월1일인데도, 새로운 무언가를 꼭 해야할 것만 같은, 누구도 시키지 않은 결심을, 우리는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건 금방 잊혀지고, 무너지고, 사실 산다는 건 그저 오늘과 내일, 그리고 가끔 생각하는 어제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10년이나 됐는데 난 아직 힘든데...그건 정말 더 힘들잖아요. 굳이 치유하려 할 필요 없어요. 아픔이 살아가는 시간도, 그런 날들도 분명 나름의 '의미'는 갖고 흘러가거든요. 그리고 새해의 계획을 세울 때 우린 매번 나에게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

RADWIMPS가, 드라마의 주제곡을 불러요. かくれんぼ、'숨바꼭질'이란 뜻입니다.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법이에요.

2011년의 311, 그만큼의 '재해', 아픔은 아니어도 우린 늘 자신에게 그토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 하나 쯤 갖고 살고있다고 느껴요. 제게도 그런 '날'이라기보다, 시절이 있는데요, 종종 타인의 '그런 날'을 마주하는 건, 묘하게 '내가 아닌 나'를 만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지난 2월 16일, 쿠마 켄고의 인터뷰를 준비하다 제가 적었던 짧은 글이에요.

지난 해 쿠마가 설계한 사이타마현 토코로자와 시의 '카도카와 뮤지엄', '반항아' 기질이 있는 그의 어떤 뚝심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돌의 뮤지엄' 이후 20여 년만의 '돌'을 전면적으로 사용한 건축이기도 해요.

쿠마 켄고는 사실 지금 도쿄(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건축가인지라, 그럴 때 준비 작업이란 무얼 보고 무얼 패스할지의 연속이라, 내가 그의 그 대담 영상에 클릭을 한 건 어쩌면 하나의 별볼일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가 교토에서 주최한 '일본의 和', 크래프트맨십과 미의식에 관한 이야기. 사실 주제가 맞는 방향도 아니었는데, 그가 만든 격자식의 나무 창틀을 배경으로 쿠마와 대담자인 크리에이터 코하시 켄지의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사실 둘의 관계라고 하면 비슷한 업계 종사자 사이의 대선배와 후배 정도일 뿐인데, 그래서 초딩과 선생님의 대화처럼도 들렸지만, 코하시 씨는 자꾸 쿠마와 자신의 접점을 찾으려했다. 그는 AR 기술로 불꽃놀이나 하는 이벤트 기획자일 뿐인데, 자꾸만 쿠마에게서 자신의 내일을 보려했다. 어떤 억지스러움, 그리고 어리석음.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을 대 가장 유효한 건 그와 나의 공통점, 혹은 착각이고, 내일에 대한 조언이 빛을 발하는 건 나에게 적용 가능한가의 지점에서이다. 이야기 중반 쯤 코하시 씨는 오래 전 죽을 고비에서 살아났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는 잊고잇던 나의 어제가 떠올랐고, 쿠마 씨는 아마 20여 년 전 오른팔을 쓰지 못하게 했던 사고를 생각했을지 모른다. 세상 모든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어떤 '감'을 갖고 자란다. 

"변화는 계기에서 시작돼요. 그리고 그건 꼭 '나쁜' 계기더라고요. 좋은 계기에선 좀처럼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죠. 10년 전 311도, 지금의 코로나도 그런 면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도 느껴요."
-쿠마 켄고, 한 대담 자리에서.

아픈 건 싫지만, 더이상의 상처는 반갑지 않지만 산다는 건,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그런 아픔, 상처도 도움이 되는, 쓸모를 찾기도 하는, 그런 아이러니의, 어떤 역접의 나날인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해결해줄거야'란 옛말은 그런 속뜻을 품고 있는걸까 싶고요. 이와이 슌지 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에서, 10년의 아픔이 살아있는 그곳에서 영화를 만들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전세계가 싫든 말든 멈추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으로, 겨우 조금 멈춰보 수 있는 타이밍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재해의 날'과 이후 10년을 돌아보면서, 상처의 정도를 보살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와이 슌지, 10년의 아픔과 10년의 사랑, 그리고...

이번 레터는 311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본의 재해, 그리고 이후를 말했지만 어쩌면 저의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수 십만 명이 죽어간 재해를 두고 '도시의 유산'을 떠든다는 건 매우 실례되는 일처럼도 느껴져 머리가 뜨끔하는데요...상처라는 건 애초, 혹시 그런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시간이 흘러, 아름답지 않게 남아있는 '어제'라는 건 아마 없다고 느껴요. 이건 별 근거는 없지만, '2016' 이후 5년의 세월이 제게 남겨준 메시지입니다. 내일이 이야기해주는 '오늘'은 분명 있어요. 우리 딱 10밤? '번'만 자고, 다시 또 또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