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시선

[건축가시선] 좋은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공간을 구성하는 무형의 요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2024.01.11 | 조회 2.7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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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섯가지의 명사로 풀이되어있다. 기본적으론 비어진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를 뜻하고, 추상적인 세계를 뜻하기도 하며, 때로는 철학적 단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건축은 예로부터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이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지금도 공간과 건축은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건축가들은 역시나 공간을 창조해내는 사람들이고, 그 공간의 개념은 실내를 넘어 외부공간까지, 그리고 도시공간에 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집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면서 부터 공간과 인테리어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SNS에서는 셀프인테리어와 가구부터 사소한 소품들까지 다양한 인테리어요소를 해시태그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소통의 매개로 사용한다. 이렇듯 좋은 공간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고,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일반적으로 건축에서 다루는 공간을 만드는 구성요소는 공간의 넓이와 높이(기둥간격과 층고). 즉  체적이 있고, 개구부(창과 문)의 위치와 크기, 그 안을 채우는 프로그램, 디테일하게는 천장조명과, 바닥마감, 그리고 가구 정도로 공간을 구성한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공간을 경험할 때 정말 이런 조화로운 건축요소들로 공간을 기억하게 되는 것일까. 오늘은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공간에 대해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카페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카페는 같은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을 다양하게 방문하는 거의 유일한 건축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주거공간은 본인의 집이 전부이고, 회사도 매일 같은 공간이며, 때때로 방문하는 영화관도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카페는 우리 주변에 수십개가 있고, 그 분위기와 공간은 모두 다 다르다. 실제로 21년 12월 통계에 의하면 전국 카페는 약 8만개 정도이고 아마 지금 그 수는 더 늘었을 것이다. 이는 전국 편의 점 개수(4만6천개) 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그 만큼 우린 카페를 사랑하고, 카페는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좋은 카페공간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좋은 카페공간의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 건축에서 카페는 두가지로 구분된다. 온전한 건축물로서의 집객형 카페와 도심 속 근생건물 속 들어있는 생활 밀착형 카페가 있다. 온전한 건축물로서의 카페는 곽희수 건축가의 웨이브온이나 르디투어와 같이 사람들을 집객하고 새로운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는 대형 카페이다. 요즘 이러한 카페 건축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8만개의 카페 중 대다수는 도심 속 근생 카페이다. 이제는 우리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이 수많은 생활 밀착형 카페공간에서 과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카페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커피가 있고, 베이커리 등의 메뉴와 이를 담는 식기류, 커피잔 등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 주문하는 카운터가 있고, 만드는 주방공간이 있다. 어느 카페든 비슷한 단순구성이지만 그 세세한 차이가 공간의 차이를 만든다. 카페를 방문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어떤 목적이든 카페의 분위기는 중요하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혼자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공간의 분위기가 글을 쓰기에 적합한 공간인지가 중요하다. 그리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은 아니지만 얼마나 나를 안락하게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하다. 회사 주변, 집 주변 다양한 카페를 다녀보면서 드는 생각은 공간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유형의 요소가 아닌 무형의 요소라는 것이다. 흘러나오는 음악, 카페마다 다른 실내 향, 따뜻한 조도, 알맞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카운터에 서있는 직원의 서비스와 친절함. 이런 것들이 그 카페를 다시 찾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물론 테이블과 의자의 안락함, 식기류의 고급스러움 등도 한 몫하겠지만, 1시간 남짓 아니면 그 보다 짧은 시간 머무는 공간에서 그러한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특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굉장히 중요하다. 혼자 오든 둘이 오든 카페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공간이 아니므로, 음악이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보다 많은 카페에서 음악을 클럽처럼 틀어 놓는 경우가 많다.) 

# 어찌보면 좋은 공간을 만드는데는 건축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건축의 범위를 어느정도까지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건축에서 하는 작업으로는 그 공간을 모두 채울 수는 없다. 인테리어 정도가 건축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는 있겠지만,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건축이 아닌 무형의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내가 자주가는 카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이다. 이렇다할 인테리어도 없고 맛있는 베이커리나 고급스러운 식기류도 없고, 편안하고 좋은 가구도 없지만, 카운터의 친절한 주인 아저씨와,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 주는 사소한 서비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그리고 겨울엔 적당히 따뜻하고, 여름엔 적당히 시원한 실내온도가 매번 이 카페를 찾게 만든다. 대화하기 좋고, 혼자 놀기 좋다. 소소하지만 사람들이 항상 이 카페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 흔히 말하는 의도된 브랜딩이 되어있거나, 훌륭한 마케팅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이 교회카페는 자연스럽게 공간의 정체성이 형성되었고, 그 정체성이 카페라는 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분위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건축이 한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형의 요소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 얼마전 친구와의 대화 끝에 우린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아마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건축이 아니라 기획일지도 몰라.> 건축을 하고 싶은 이유는 공간의 만들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 목적성을 분명히 생각해 본다면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온전한 건축의 영역이 아니라 더 큰 영역이 존재한다. 건축의 범위는 이제 더 넓어져야한다. 지금까지 단순히 물리적인 건축 작업물로 만들어 왔던 건축공간을 넘어서 더 디테일하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따금씩 SNS에 등장하는 소위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자주 찾고, 다시 찾아가는 공간을 만들어야한다.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제안해야하지 않을까. <카페에서는 큰 음악을 틀지 않는다.>라는 개인적으로 정의내린 명제처럼 공간별로 어떤 가이드와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건축이 해야 할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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