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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시선] 좋은주거란 무엇일까

1인가구의 증가로 기숙사를 공급한다?. 정말 이게 맞는걸까.

2024.02.08 | 조회 8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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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이서티즈

멈춰버린 우리 30대의 삶에 우리만의 향기가 한방울. 개인의 취향 가득한 30대인 저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좋은 주거 공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좋은 주거 공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 24년 01월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2392만4692 가구 중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수는 994만 3426가구로 약 41.6%를 차지한다. 1인가구의 증가 대한 이슈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우리나라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 통계를 보니 더 현실로 다가온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23년 3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임대형 기숙사‘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미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소형주택(원룸)의 제도가 있지만 그 보다 1인가구에 더 적합한 기숙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법 제도상 그 카테고리가 분명하지 않았던 쉐어하우스, 코리빙 하우스 개념의 주거 방식을 제도화 하여 공급의 수를 확대하려는 의도인것 같다. 급증하는 1인가구의 수요를 받아들일 새로운 주거공간을 많이 만들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인것 같다. 하지만…

# 1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절대적인 평면의 면적은 물론 작겠지만 정말 소형, 초소형으로 가는것이 1인 가구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합리적인 방향이 맞는가를 의심해본다. 다양한 주거 타입이 등장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인가구에게 필요한 것이 기숙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더 좋은 공간, 더 넓은 평면에 살 수 없기에 차선으로 선택해야하는 옵션을 하나 더 만들어 준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또 차선의 선택지를 하나 더 주었다는 것에 안타깝다.

#  법적으로 제도화 한 ’임대형 기숙사‘에는 1실 당 최소 면적 까지도 제시되어 있다. 개인 공간 최소 10제곱미터, 개인+공용공간 총 최소 14제곱미터, 개별취사 가능여부는 전체 기숙사 호실 수의 50%이내만 가능하다. 그리고 주차대수는 200제곱미터 당 1대로 설치해야하는 법정 주차대수를 대폭 줄여주었다. 건축가 입장에선 아무리봐도 이것은 1인 가구를 위한 좋은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아닌, 사업주들이 이런 1인가구를 위한 <주거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의 면적의 최소화 시키고, 개별 취사가능 여부를 줄여서 최대한 많은 기숙사를 넣을 수 있게 하며, 주차대수를 줄여 지하면적을 최소화시켜 공사비를 줄여준다는게 목적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주거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선 더 좋은 공간을 연구하는게 아니라 사업주에게 이런 다양한 혜택을 주는게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1호사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말그대로 이것조차 돈이 되는 사업이 안되는 <주거상품>이라는 뜻이 아닌가. 정말 1인 가구는 저렇게 사는게 맞는 것일까. 

# 사실 <임대형 기숙사>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에 1인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보인다. 현재 청년들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코리빙하우스라는 개념의 주거 형태는 컴팩트하지만 많은 공유공간들로 인해 쾌적한 삶의 질을 제공해주고 있다. 맹그로브 신촌, 에피소스 성수, 콤피 석촌, 업플로 당산, 홈즈 어반하우스 문정, 헤이 군자 등 다양한 코리빙 하우스가 들어서 있고, 청년들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 이런 임대형 기숙사는 주거의 대체 상품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오래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나, 안정감을 주는 주거공간이 아닌 잠시 어떤 목적을 위해 머무는 대체 공간이라는 의미이며, 진정한 주거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까 의구심이 든다. (1인 가구를 모두 청년세대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모순이다.) 모두가 원하는 아파트를 위해, 좋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현재의 작은 방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자리가 아닐까.  

# 좋은 주거 공간이란 무엇일까. 넓다고 좋은 집이 아니며, 작다고 나쁜 집이 아니듯이 크기의 개념은 좋은 주거의 조건이 될 수 없는 듯하다. 주거에서 면적은, 즉 평수는 부동산,자산의 개념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떨까. 브랜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좋은 집에 산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그렇다고 이 브랜드가 나만의 안락한 주거 공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철근누락이나, 마감 불량, 장기하자 등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이렇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들은 좋은 주거공간의 조건이 될 수 없나보다.

# 좋은 주거공간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고, 원하는 공간의 요소가 모두 다르기에 보편화 시킬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기에 다양한 주거의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주거의 선택지들이 서로 함께 모여 있어야한다. 해외의 소셜 믹스는 주거의 다양한 타입을 믹스하여 세대간, 라이프 스타일간 서로의 유대를 형성하고 모여사는 방법을 제안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소셜믹스는 온전히 임대와 분양이 믹스되어 빈부의 격차를 가리겠다는 의도가 크다. 다양한 타입이 서로 믹스되어 살아 갈 수 있도록 일률적인 공간의 양산이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 할 수 있는 주거공간, 주거 평면을 더 많이 만들어 믹스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로서 전층 전세대가 모두 같은 평면 같은 가격에 살고 있는 평등함이 아니라, 모두가 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유대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주거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 도쿄의 R부동산은 2000년 전후 인구감소와 과잉된 부동산 공급으로 빈집이 많이 늘어나면서 등장했다. 부동산의 위치, 가격, 면적 등의 치수화되는 데이터로서 중개를 하는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중개한다. 낡고 작은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단 하나뿐인 공간을 만들어 판매하며 그 공간의 변천 과정을 판매한다. 즉 다량의 매물을 다수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매물을 오직 그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한사람을 위해 판매한다. 과잉된 부동산 매물 속에서 하나의 틈새를 발견하여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모든 주거 공간이 똑같은 평면을 가진다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졌지만 예전의 주거는 모두가 다 달랐다. 분명한 프로토타입은 있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온것이다. 주거공간이 계속 주택상품이라는 부동산이 되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언제까지나 본인만의 스타일로 살아 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 말그대로 주거 환경. 잘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비슷한 평면에서 모여사는 건물과 단지에서 우리끼리 만의 커뮤니티 시설을 사용하고,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며 우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이 도시에 필요한 환경일까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좋은 주거공간은 좋은 주거 환경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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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anwall

    0
    about 1 year 전

    저도 생각해보면 여기저기 자취하면서 제일 좋았던 적이 주변 환경이 만족스러웠을 때 였습니다. 원하던 환경(자연, 문화생활과 가까운 등)이 조성되어 있을 때요 조금 오래된 원룸이어서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집도 집이지만 내게 맞는 환경, 정말 중요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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