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매년 1월이 설레는 이유는 다양한 변화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와 같은 직장인들은 회사의 조직개편이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같이 지난 한해 익숙해졌거나 지루해져버린 다양한 문화들이 변화하는 기대감으로 1월을 맞이한다. 그 중 가장 기대하는 것은 바로 연봉. 작년에 비해 올해는 나의 연봉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가 1월 내내 대화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해동안 회사가 나에게 주는 가치에 대한 평가와 기대감이 적힌 약속된 문서라는 점에서 연봉의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히 돈을 얼마 번다의 의미를 넘어서 회사가 나에게 주는 평가이자, 나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기 위한 기준과 같은 것이다. 요새는 연봉 협상보다는 연봉 통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시대이고, 누구 한명 만족스러운 연봉계약을 하지 못하는 시대에 과연 한해의 연봉계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것일까.
# 2024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9번의 연봉을 마주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봉을 매년 1월에 마주하게 될까. 앞으로 12월까지 나의 연봉은 이미 정해졌고, 정해진 가격에 나는 한달한달을 보내게 된다. 이 연봉이라는 무서운 존재는 나를 등급화 시켰고, 올 해의 나를 미리 속박시켜 버렸다. 열심히 하면 더 많이 벌게 될거야라는 생각은 이제 내년으로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것이 연봉이다. 매년 남이 정해주는 나의 연봉을 내가 정할 수는 없을까. 내가 나의 연봉을 정하는 것. 나의 가치를 내가 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사실 우린 어떤 연봉이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단순히 연봉만으로 나의 가치가 평가된다면 우린 언제나 나의 만족에 한참 못 미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현실적인 연봉 인상률은 그래봤자 3~5%에 일 것이고 이런 인상률은 나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우린 더 큰 미래를 그려야 하고, 더 성장하고 성공한 나의 모습을 보아야한다.
# 연봉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인상률이라는 숫자가 주는 기대감과 압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는 요소들을 성장률로 표현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성장의 척도는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 내가 나를 위해 하고 있는 분야들을 작년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레전드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작년과 나를 비교하는 신체테스트를 진행했었다.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 작년의 테스트와 올해 테스트를 비교해 보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퇴보했는지를 비교했던 컨셉이 있었다. 그땐 그저 깔깔거리며 보는 예능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삶의 성장동력을 불러일으키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연봉만이 아니구나를 생각하게 해준다.
# 23년 한해는 22년 한해보다 어떻게 더 성장했는가. 22년 7권의 책을 읽고, 23년에는 14권을 책을 읽었다. 22년 30개 글을 썼고, 23년 38개의 글을 썼다. 22년 65번의 4시반 기상을 했고, 23년엔 82번의 새벽기상을 했다. 더불어 23년엔 1권의 독립출판을 했으며, 두번의 펀딩을 진행해보고 한번의 일러스트 전시를 해봤다. 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매일을 기록하다보니 그 기록이 모여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 볼수 있게 되고,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고,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나는 이런 것들이 연봉이 얼마 오르느냐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연봉은 회사에 있는 한 내 경력과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오르겠지만, 나의 성장과 마인드는 내 노력없이는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1월 얼마의 연봉이 더 오를지, 내가 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만, 앞으로 내가 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나의 성장에 더 집중해야할 때이다.
# 회사에서 정해주는 나의 몸값이 정말 나의 몸값이 맞을까. 회사에서 인정해주는 나의 가치는 업계의 상황과, 경제 상황, 그리고 우리 회사의 영업능력 등등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 멀리 더 크게 보아야 나를 더 성장 시킬 수 있다. 당장의 월급이 오르느냐 마느냐는 소위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못하며,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못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해 지난 한해 내가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독립을 꿈 꿀 준비가 되었으며, 어떤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직책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하며 그 직업으로서 어떤 가치를 사회로 부터 인정 받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회사는 나의 직업적 능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삼아야하고, 회사도 이를 인정하고 직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이드를 해줘야 한다.
# 연말 연초가 되면 모든 회사는 종무식, 시무식을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잘 시작하기 위한 우리들 만의 문화이다. 회사는 작년 한 해 얼마를 벌었고, 올해는 얼마를 버는 것이 목표인지 회사의 성과를 돌아보고 방향을 재조정하는 일 등 직원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서로 윈윈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종무식, 시무식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그런것엔 관심 없이 오로지 연봉이 얼마가 오르느냐만 관심있는 직장인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한해를 또 잘 살아내고 내가 잘 성장하기위해 어떤 방향으로 회사가 나아가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 22년에서 23년으로 넘어가는 작년 종무식때 회사는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종무식을 종료했다. 잉? 하는 반응과 뭔가 빠져버린 찜찜한 느낌으로 연말을 보냈다.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종무식, 시무식은 회사의 한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름대로 대표단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회사가 나를 선택한 것처럼 나도 이 회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 회사에서 하루 8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원에게 앞으로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했다. 궁금증과, 제안사항 등을 장문의 메일로 대표단에 발송했고, 그로인해 불편하게나마 간단한 2차 시무식으로 대략 회사의 작년 성과를 공유했다. 목표는 역시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올해 종무식과 시무식. 점심 식사와 함께 종무식,시무식은 종료되었고, 달라진건 없었다. 회사는 직원의 직언을 잊어버렸고 직원은 더 이상 회사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렸다. 성과와 목표가 빠져버린 회사는 그렇게 어영부영 2024를 맞이했다.
# 회사의 구성원은 같은 편이 되어야한다. 같은 편에겐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조정해야하고 서로가 같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야한다. 그 목표를 대표단 끼리만 공유한다면 문제가 되고, 대표단 끼리도 서로 공유한 목표가 없다면 더 문제다. 목표와 가치관을 잃어버린 회사는 방향성을 잃게 되고, 직원들의 신뢰를 잃게된다. 애플이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연봉과 최고의 복지가 아니라,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와 이들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쉽때문이었다.
# 회사와 개인은 합심해서 서로의 능력을 키워주고 성장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연봉이라는 한장짜리 문서와 약속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더 심도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내야만 한다. 회사는 목표와 성과를 정확하게 공유하고, 직원은 그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면서 개인의 성장을 도모해야한다. 가장 이상적인 이런 비지니스 관계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24년 새롭게 시작하는 1월이므로 우린 다시 내년에 더 성장해 있을 나를 그려보며, 씁쓸해지는 연봉계약서는 그만 접어두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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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x3
건축 설계 분야에서의 낮은 연봉 문제는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과거로부터 이어진 설계비에 대한 기준 없는 과도한 가격 경쟁은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둘째, 대형 건축 설계 노조의 부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건축가들 사이에서 저임금 노동이 '당연함'으로 여겨지는 인식적 및 문화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 중 첫 번째 원인은 과거의 일이기에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셋째 원인인 문화적 및 인식적 문제는 우리가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낮은 연봉은 단순히 금전적 가치의 문제를 넘어, 설계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건축가들은 스스로 이 업계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연봉은 단순히 수치에 불과하다'는 태도는 건축가로서, 또한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책임감 있는 접근이 아닙니다. 건축 분야는 인권, 문화, 여건,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의 발전과 개선을 지향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이 스스로 발전해서 문제를 낮은 급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 아니라 건축 설계 분야의 직원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투마이서티즈
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건축계가 다같이 노력해서 낮은 설계비 문제는 해결해야겠죠. 개인의 발전은 당연히 개개인이 챙겨야할 몫이구요. 저의 의견은 낮은 설계비는 어쩔수 없다가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발전은 스스로 잘 챙기자 였습니다. 필력 부족으로 오해가 생기는 글인가봅니다. 생각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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