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건축설계에서 건축 디자인이 절대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건축물은 한번 지어지면 그 도시의 경관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수십억, 수백억의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인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그래야만 한다. 그 중심에는 건축 디자인이 있고, 잘 디자인된 건축물은 오래동안 사랑받는다. 그렇다면 잘 디자인된다는 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 지난 12월 시민들이 자유로이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조성될 광주비엔날레의 새 전시관 공모 결과가 발표되었다. 당선작은 ‘소통의 풍경 그리고 문화적 상상체’ 라는 키워드로 멋진 건축물을 디자인했고, 1차와 2차 심사를 진행하여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여느 설계공모처럼 건축가들은 다양한 작품을 제출했고, 그 작품들 하나하나는 매력적이었으며, 심사위원들의 숙고 끝에 정해진 당선작이었다. 그렇게 끝난 설계공모는 올해 1월 다시 이슈화 되었다. 광주 미술인들이 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 당선작이 세계 미술계 관심을 끌기에 특색이 없으며 참신성과 실험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위상을 갖춘 건축가들로 다시 지명 공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는 법적, 행정적 절차를 걸쳐 진행한 사항이기에 재공모는 힘들다고 일단락 했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슈였다.
# 1,2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본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기에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진행되어야하는 프로젝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건축가로서 안타까운것은 이 네모 반듯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촉구하고,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겨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건축에서 디자인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디자인을 계획하게 된 과정과 이유, 건축가의 의도이다. 아름답다라는 관점은 어느정도의 수준과 기준은 있겠지만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건축은 온전히 아름답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재화가 아니다. 건축은 다양한 지역적 현상과 법적인 문제들, 동선의 해결, 프로그램의 특성 많은 것들을 고려하여 탄생한다. 그렇기에 설계공모 제안서에는 다양한 분석자료와 컨셉, 다이어그램 등 수많은 생각의 아웃풋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낸다. 그 결과물 중 일부가 디자인이고 그 디자인은 이미지적인 요소이기에 가장 이슈가 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영역이다. 그 이미지 한장으로 건축설계를 평가하기엔 너무도 아쉬운 점이 많다.
# 사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굵직한 공공 설계 공모(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삼표부지 복합단지 등) 가 국제지명현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우리나라 공공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우리나라의 건축 디자인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건축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일반 시민들에게 좀더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 공모의 과정이 유튜브에 공개되고, 심사과정이 중계되면서 건축에 대한 즐거움과 이벤트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국내 건축 설계에 등장한 것은 공공건축이 아닌 민간건축이었다. 호텔, 사옥, 심지어 최근엔 아파트에까지 해외의 건축가들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디자인에 신경쓴 건축물이 지어진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 소중한 디자인의 기회가 해외설계사들에게 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국내 건축가들도 해외의 선진 건축계에서 공부하고, 실무하고 돌아와 디자인 능력이 우수한 집단이 충분히 많고, 다양한 경험과 오히려 대한민국 실정에 잘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해외설계사의 디자인이 무조건 더 훌륭하다는 인식과 우리나라 설계사는 지역설계사로서의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함께 일할 때의 일이다. 그 그룹에서 진행하는 모든 건축 설계에는 무조건 해외 설계사가 디자인을 한다는 그들만의 공식이 적용되어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해외 설계사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주고, 그들은 조건에 맞는 해외사를 컨택하여 디자인을 맡긴다. 그들의 인식으로는 우리는 디자인을 못한다 였고, 유명 해외설계사가 디자인을 해야 홍보효과도 있고, 그들만의 보고체계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 아쉽게도 우린 항상 그렇게 디자인을 할 기회를 잃는다. 사람들은 해외 유명 설계사가 설계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그렇게 대외홍보가 되어버린다. 이런 방식의 업무과 인식이 반복 될 수록 우린 건축설계에서 디자인을 할 기회를 계속 잃게된다.
# 건축계에서는 K-건축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며 해외유명 건축가들의 국내 현상설계 진출이 우리 국내 건축가들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이 쌓아온 경력과 디자인 능력, 인지도 등을 절대 무시할 수 는 없겠지만, 우리 국내 건축가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색안경 끼지 않고 면밀하게 세심하게 우리의 제안사항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인지도가 주는 후광효과와 또 다른 색안경으로 해외 건축가들이 무조건 우수하다는 고정관념을 스스로가 탈피해야 한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공공건축을 발주하는 발주기관과 정부에서 주도해야하지 않을까. 최소한 우리 건축이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선 국내화를 우선적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다.
# 그럼에도 그 노력의 선두에는 우리 건축계가 있어야한다. 짧은 경력으로 바라본 우리 건축에는 냉소주의, 비판주의가 만연해 있고 이는 우리 스스로의 위상과 가치를 갉아먹고 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공공건축 현상설계 비리 문제와 설계권을 따내기 위해 서로의 대안을 비판(비난)하는 진흙탕싸움은 이제 질린다. 스포츠에서 패배한 선수가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처렴 우리 건축도 서로를 존중할 수는 없을까. 얼마전 끝난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공모 이후 참가설계사였던 3XN 인스타그램에는 당선자인 헤르조그에게 축하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짧은 한줄의 문장이었지만 이들의 건축 문화가 부러웠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우고 발전한다. 당선작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박수쳐주는 모습이 이들은 같은 건축인으로서 존중과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건축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마인드와 문화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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