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내용인가요?
- 2000년대 이후 경차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차는 왜 외면받을까요?
❓ 누가 보면 좋은가요?
- 어떤 차를 구매할 지 한 번이라도 고민하신 분들
- 최근 도로에서 SUV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뭔가요?
- 경차 신차 가격이 2천만 원을 향해 질주하는 중입니다.
- 가성비의 경차라는 말도 이제는 옛날 말로 봐야 합니다.
판매량이 떨어지는 경차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을 겁니다. 브랜드가 중요할 수도 있고, 디자인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경차도 고려할 수 있겠죠.
하지만 최근 경차에 대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경차 판매량은 -50%나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한테 경차는 더 이상 필요 없어졌을까요?
경차 좋아
저의 첫 번째 차량은 경차였습니다.
지금은 단종돼서 중고차로밖에 살 수 없는 쉐보레의 스파크였습니다.
당시 스파크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컸습니다. 경차를 구매하면 차량 취등록세도 면제였고, 경차 유류세를 연간 30만원씩 환급받을 수 있던 경차사랑카드 그리고 하이패스와 공용주차장 주차비 50% 할인도 쏠쏠했습니다.
거기에 주차도 너무 편해서 만족도를 따지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한 6~7년 정도 주행했는데 한 번도 부담됐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차를 구매했을 시절과 지금과 비교하면 경차 선호도가 사뭇 달라진 게 피부에 와닿는 중입니다.
느낌이 아니라 실제 지표도 추락했는데, 12년에 21만대나 팔렸던 경차는 21년에는 9만대로 추락했습니다. 시장 규모가 50% 정도 줄어들었는데 전체 자동차 시장과 비교해보면 사실상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계 경차 판매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특정 국가에서는 강세를 보이지만 전체를 놓고 보자면 떨어지는 그래프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SUV는 성장했고, 경차는...?
반면에 덩치가 큰 SUV는 시장점유율을 50%나 확보했습니다. 23년 기준 SUV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48%를 차지했고 판매량도 15%나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자동차 선호도가 크게 바뀌었는데 SUV 선호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명실상부한 자동차의 왕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차 시장은 티코를 시작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초기에는 경차가 외면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마티즈와 모닝 그리고 레이와 캐스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차 모델이 시중에 등장하면서 그 크기를 확장시켰습니다.
하지만 도로 문화에서 경차는 항상 멸시받는 존재고 지금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경차 구역에 경차를 주차하지 않았다고 싸움이 난 사례도 있고 길에서 크락션 받는 것은 당연한 일상입니다.
저도 경차를 주행하던 시절에는 차선 한 번 바꾸기 위해서는 손바닥을 싹싹 빌어야 했고, 칼치기를 당해도 해프닝으로 넘겨야 했습니다.
결국 경차가 외면받는 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동차 시장 속 죽어가는 경차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살 이유가 있나?
경차 너무 비싼데요
제 경험을 빗대서 말하자면 경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였습니다. 풀옵션 스파크를 이래저래 할인 받아서 900만 원으로 구매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웬만한 차 하나 뽑으려면 몇 천만 원은 기본인데 몇 백으로 차를 구매할 수 있다면 좋잖아요?
그런데 최근 경차 가격 정책을 확인해보니 천만 원이 기본으로 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차 구매 혜택을 아무리 적용하더라도 몇 백만 원으로 구매하던 시절과는 너무나도 멀어졌는데 기아 모닝의 경우 기본 모델이 1300만 원부터 시작하며, 현대 캐스퍼의 풀옵션 전기차는 약 3천만 원 정도 됩니다. 이정도 금액이면 K5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합니다.
차량을 구매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한 번은 보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바로, 그돈씨입니다.
그거 살 바에는 좀 더 보태서 상위 모델을 사라는 말입니다.
차량 자체가 워낙 고가의 물건이다 보니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경차가 아예 저렴한 차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모닝 풀옵션이 2천만 원이나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차 중고차는 최고
경차를 사는 대표적인 이유가 가성비였는데 그 돈 주고 살 바에 다른 차를 고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에 따른 경차 판매량 감소는 당연한 결과겠죠.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될 것이 경차를 싫어한다고 보시면 안 됩니다. KB의 24년 중고차 판매량 기준 모닝은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3년의 중고차 전체 판매 순위를 보더라도 모닝, 스파크, 레이 모두 10위 안에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경차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 가격대로 잡혀 있습니다. 몇 백만 원으로 좋은 경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결국 경차 수요는 있지만, 다른 차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높은 신차 가격이 경차 판매량의 제동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첫 차를 언제 구매할까요?
사회 진출 후 4년
사람마다 차를 구매하는 시기는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성년이 되자마자 차를 구매할 수도 있고, 일평생 차를 보유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구매하고 싶더라도 차의 가격 뒤에 숨겨진 보험과 같은 차량 유지비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를 구매하는 시기는 이 경제력을 얻게 되는 시점과 일치합니다.
물론, 경제력과 상관없이 차량에 모든 걸 투자한 카푸어도 있지만 그건 논외로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첫 차를 구매하는 나이는 어떻게 될까요?
2010년에는 31세였는데 2017년에는 35세까지 상승했습니다. 구입자 평균 나이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신입사원의 나이는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에 있는데 2010년의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27세이며, 18년에는 31세로 나왔습니다.
구입자 나이와 신입사원 나이를 정확하게 비교하자면 4년이라는 공통값이 도출됩니다. 비약적일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3~4년이 지난 후 차를 구매하는 패턴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을 위한 자동차 추천을 보면 ‘아반떼’, K5’ 등이 자주 언급되긴 합니다.
딱, 그 연차의 직장인이 고민해볼 여지가 있는 자동차로 보이네요.
SUV가 더 좋아
사회 변화에 따라 사회 진출이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 상황인데 차량 구매 관점에서 보자면 30대에 근접해야 차를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90년대 구매자가 20대였다면 지금은 30대라는 이야기인데 이럴 경우 첫 차에 대한 니즈도 변화합니다. 20대에는 가성비를 갖춘 경차가 감격스러울 수 있지만 30대가 되면 경차가 아니 다른 차를 끌고 싶을 겁니다.
연령대별 구매 차급 변화 도표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승용차보다는 SUV를 더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생기니 보다 큰 차량을 구매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20대 시절 경차를 끌어본 제 입장에서 느낀 바를 말씀드리자면, 20대 시절에 끄는 경차와 30대 시절에 끄는 경차는 다릅니다. 남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기분이 다르다는 겁니다.
수익성이 약한 경차
새로운 경차 모델 X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이 나오면 고민하게 됩니다.
신규 모델로 바꿀까? 아니면 좀 더 버티고 다음 세대로 바꿀까?
상품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됩니다. 소비자는 신규 모델을 구매하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모델과 비교하면서 또 다른 상품을 기다립니다. 신규 모델 런칭은 시장 소비에 큰 변화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경차 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 신규 모델이 출시 간격이 너무 길다는 겁니다.
경차 출시 현황을 간략히 보자면 모닝은 2004년, 스파크는 2009년, 레이는 2011년에 출시했습니다. 그나마 괜찮았던 시절이었는데 레이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경차 모델은 캐스퍼로 2021년에 출시했습니다. 레이 이후 10년 만에 생산된 경차 제품이었습니다.
경차 내수판매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속적인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반등했던 구간이 있습니다. 이 구간 모두 신규 경차 모델이 등장한 여파로 구매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을 보면 전년 대비 2만대나 추가 판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레이가 출시했기 때문이며, 22년에는 전년 대비 3만대 정도 증가했는데 이때 캐스퍼가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득이 너무 적어요
경차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도 원인이지만, 시장에 새로운 상품이 나오지 않은 것도 핵심 요인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 회사들은 경차를 주기적으로 제작하지 않는 걸까요?
경차의 수익성이 다른 차량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경차는 1대 팔면 수십만 원을 건질 수 있는 반면 SUV는 몇백만 원 이상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 공정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테슬라는 1대당 거진 9000달러의 순수익을 낸다고 하니 그 차이가 이해되실 겁니다.
회사는 수익을 생각해 경차의 가격을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규 모델 출시도 늦어지는데 판매 중인 경차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경차 시장이 조금씩 무너지겠죠?
사람들의 첫 차 구매 시기는 늦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차량에서 경차는 제외할 것이며, 회사는 박리다매로 이득을 챙겨야 하는 경차의 가격을 또 다시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 있겠지만,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 그렇게 많지 않는 경차 시장에 투자하여 악순환을 끊을 바에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전기 배터리 시장에 리소스를 투자하지 않을까요?
도로에서의 경차 혐오
쏘카로 경차를 한 번 빌려서 도로로 나가보시면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신호 바뀐 후 1초라도 출발이 늦어지면 클락션이 따라오고,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량 피하려고 차선을 잠깐 옮기기만 하면 쌍라이트가 뒤에서 날라옵니다. 차선을 잘 못 바꾼 날에는 그 즉시 보복운전의 대상자가 됩니다.
받을 수 있는 멸시는 죄다 받아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차 때 겪었던 이 부조리함은 거짓말처럼 SUV로 차를 바꾼 순간 사라졌습니다. 도로가 이렇게 쾌적한 지 그때는 몰랐거든요.
이런 도로 문화도 경차를 기피하게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줬을 겁니다. 경차를 타고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은 주변에 경차를 타라고 추천할까요? 아니면 돈 좀 보태서 승용차나 SUV를 사라고 할까요?
당연히 다른 차량을 추천할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경차라서, 이득이 별로 안 나서, 사회 활동이 늦어져서 등등 경차를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히 무엇 하나 때문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움을 알려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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