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과 영혼에 있는 것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음악의 이유다.
- 루트비히 판 베토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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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이후 게임 음악을 사용한 게임 클래식 콘서트가 다수 개최되고 있습니다. 게임 로스트아크의 2022 콘서트 이후 증가된 모습이지만, 게임과 클래식이라는 조합은 198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 일본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가 대표적인데 파이널 판타지는 해외 순회 공연을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을 진행했죠.
- 게임과 클래식이라는 조합은 누군가한테 생소할 수 있는 연결이겠지만, 오래 전부터 천천히 발전해온 아주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뉴스레터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읽어보면 어떨까요?
장르를 뛰어넘는 클래식
진격의 거인, P의 거짓 그리고 디즈니.
이 세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뉴스레터 제목과 코멘트에서 짐작하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바로 클래식 콘서트입니다.
진격의 거인 오피셜 콘서트는 클래식 공연 부문 2위를 차지했으며, 네오위즈의 게임인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콘서트에는 1000개의 좌석이 매진되었으며, 디즈니 OST 콘서트는 경주, 광주, 세종 등 다양한 예술의 전당 순회공연을 다니는 중입니다.
클래식 콘서트에 새로운 바람이라도 불고 있는 걸까요?
게임 클래식 콘서트의 증가
사실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살리에리가 생각나지만 그렇게 많은 인물이나 단어가 생각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클래식은 우리에게 어딘가 낯설고, 자연스레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클래식 공연 목록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디즈니를 비롯해, <해리 포터> 시리즈나 마비노기와 같은 게임 콘서트가 눈에 띄게 늘어났거든요.
이 원고를 작성하던 시점에서 월간 클래식 콘서트 TOP 3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님의 공연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순수 클래식 콘서트도 있지만, 콘텐츠와 클래식이 크로스오버된 콘서트가 많아진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게임 OST를 기반으로 한 클래식 콘서트입니다.
그동안 개최된 게임 음악 콘서트는 꽤 많은데 예시를 간단히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킹덤 하츠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 2018
- 리니지 게임 음악회 2022
- 몬스터 헌터 20주년 오케스트라 콘서트 2024
한국에서 진행된 콘서트도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해외에서 열린 콘서트도 많습니다. 특히, 파이널 판타지는 2007년 스웨덴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전 세계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니깐요.
로스트아크 Dear. Friends
많은 사례 중 꼭 소개하고 싶은 콘서트를 꼽자면 <로스트아크 Dear. Friends 2022>를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2022년 5월에 열린 이 공연은 2초만에 1100석이 매진되었고 현장에 가지 못 한 사람을 위해 진행된 유튜브 생중계는 이십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시청했습니다. 해당 스트리밍의 다시보기 영상은 5시간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220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공연을 연주하신 분들도 너무나도 만족했던 공연이었는데, 그걸 증명하듯 해당 콘텐츠 댓글은 콘서트 참여자들의 즐거운 후기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즐겼으면 좋았겠지만, 티켓팅을 실패한 탓에 라이브로 시청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당시 공연을 지휘하신 안두현 지휘자님은 로스트아크의 보스 명칭인 군단장을 바탕으로 한 ‘지휘군단장’이라는 별명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안두현 지휘자님은 이 콘서트를 시작으로 테일즈위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P의 거짓 등 다양한 게임 콘서트의 지휘를 맡기도 했답니다.
로스트아크 콘서트 이후 다양한 게임 콘서트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대규모 PC 게임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원신, 블루 아카이브, 니케, 명일방주같은 모바일 게임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국내 클래식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해줬는데요.
클래식 공연 개최 건수와 티켓판매액이 전년대비 1.5배나 늘었다는 겁니다.
로스트아크 콘서트를 기점으로 상세히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1년 4월 ~ 22년 4월
- 클래식 공연 개최 건수 : 5900
- 티켓 판매액 : 약 450억
- 22년 5월 ~ 23년 5월
- 클래식 공연 개최 건수 : 7250
- 티켓 판매액 : 약 780억
물론, 이 갑작스러운 성장에는 게임 말고도 다양한 콘서트가 영향을 줬을 겁니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게임 공연이 클래식 시장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게임 기반 클래식 콘서트는 갑작스레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따지자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해외 순회공연도 점점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게임과 클래식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게임한테 음악이란?
KOF 1997로 실험했음
최근에 열린 게임 콘서트의 공연 시간은 120분(2시간)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님의 콘서트가 160분 정도니 꽤 길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인터미션을 제외하더라도 2시간이라는 공연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20~30곡 이상의 노래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곧, 대규모 게임은 이 정도 수량을 거뜬히 채울 만큼 많은 음악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게임에 있어 음악(사운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말 중요한 요소인 셈이죠.
하지만 제 궁금증은 이 음악(사운드)이 게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에 있었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요소길래 제작진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가에 대한 의문이었죠.
이 부분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포함된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70%를 넘습니다. 우리도 기왕이면 사운드가 들리는 게임을 선호하잖아요?
그런데 이걸 진짜 실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배경음악이 게임의 몰입감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 KOF 1997이라는 게임으로 확인했던 겁니다.
KOF(THE KING OF FIGHTERS)는 1:1 격투게임으로, 2명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오락실을 한 번이라도 다녀보신 분들한테 익숙한 게임일텐데 미친 이오리나 미친 레오나를 골라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좌우지간 실험은 한 명에게는 배경음을 들려주고, 다른 한 명에게는 소리 없이 게임을 하게 합니다. 게임 종료 후 게임 몰입감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몰입도를 체크했죠.
그 결과, 예상대로 배경음악이 있는 채로 게임하는 쪽이 훨씬 높은 몰입도를 보였습니다.
게임 배경음의 종류
이처럼 배경음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는데 그 방식과 종류를 따져보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마을에 진입했을 때 나오는 지역 전용 BGM도 있으며, 특정 캐릭터를 묘사한 전용 테마 BGM도 있으며, 게임 전체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OST도 있습니다.
종류별로 몇 가지 대표 사례를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을 배경음악의 대표는 역시 메이플스토리가 으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난감 마을 루디브리엄과 엘리니아 마을 BGM은 지금도 작업용 BGM으로 사랑받고 있으니깐요.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메이플스토리 마을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 마을의 분위기가 연상될 정도로 잘 만든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배경음은 캐릭터의 상태가 변했을 때 그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슈퍼마리오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같은 BGM이었으나, 별을 먹고 무적 상태로 변하면 경쾌한 BGM으로 바뀝니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재생되는 전용 BGM도 있습니다. 포켓몬스터가 대표적인데, 필드를 탐험하다가 포켓몬과 조우하거나 관장과 배틀이 시작될 때 전용 전투 BGM이 재생되며, 특유의 긴장감을 잘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영화음악 감독도 참여합니다
배경음은 게임 유형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집니다. 관현악단과 협업해서 배경음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모든 게임 분위기와 맞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콘솔 게임이나 액션 게임같은 경우 영화음악 감독과 함께 사운드를 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게임 <라스트오브어스>로 유명한 개발사 너티독이 개발한 언차티드4는 작곡가 헨리 잭맨이 도맡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이름으로 말하면 누군지 모르실테니 이 분이 연출한 작품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시빌워
- 킹스맨
- 주먹왕 랄프
2018년에 발매한 갓 오브 워는 베어 맥크레리가 작곡을 맡았는데 이분의 대표작으로는 워킹데드, 영화 고질라(킹오브몬스터)가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게임이 유명한 작곡가와 협업하고 있으며, 게임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 음악의 종류와 활용 사례를 나열하자면, 몇 시간이나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이는 음악이 게임에 있어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핵심적인 정서 전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음악에 진심인 사람들
드래곤 퀘스트가 원조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게임 자체의 제작도 중요하지만, 음악 또한 그에 못지않게 진심을 다하는 요소입니다. 그렇게 잘 만든 음악을 바탕으로 콘서트를 여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요?
보컬이 포함되지 않은 음악이 많기에 클래식으로 소화하는 것도 이해가 가시지 않나요?
그런데 앞서 언급한 로스트아크 콘서트가 국내 게임 콘서트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게임 클래식 콘서트를 놓고 보자면 후발주자라고 말하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겁니다.
게임과 클래식이라는 조합은 1980년대부터 존재했거든요.
게임 클래식 콘서트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무대를 1980년대 일본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때 일본에 국민 RPG 게임 드래곤 퀘스트가 출시했습니다. 게임은 몰라도 게임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겁니다.
드래곤볼로 유명한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님이 이 게임의 캐릭터와 몬스터 일러스트를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드래곤 퀘스트의 사운드는 작곡가 스기야마 코이치님이 담당했습니다. 1986년부터 드래곤 퀘스트의 음악 작업을 시작했으며, 대표곡이라면 역시 ‘서곡’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사용되었으며, 입장 행진곡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습니다.
이처럼 유명한 ‘서곡’을 작곡한 스기야마 코이치는 1987년부터 ‘패밀리 클래식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드래곤 퀘스트 오케스트라 공연을 직접 기획했습니다. 제1회 패밀리 클래식 콘서트에서는 드래곤 퀘스트 OST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선보였고, 도쿄현악합주단과 함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즉, 게임과 클래식의 결합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진 조합이라는 거죠.
해외 순회 공연도 진행 중
이러한 흐름은 드래곤 퀘스트를 시작으로 파이널 판타지, 몬스터 헌터 등 일본 게임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자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죠.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Distant Worlds: music from FINAL FANTASY>라는 이름의 공연은 2007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첫 무대를 가진 이후 전 세계 투어로 이어졌습니다. 주요 공연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1년 :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콘서트 진행
- 2018년 :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
- 2024년 :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미국 시카고 등에서 공연 진행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에 공연이 진행된 적 있으며, 24년에 열린 파이널 판타지 XIV(14) 공연은 예매 시작 후 4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고 합니다. 결국 게임 OST 공연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닌, 수십 년에 걸쳐 검증되며 발전한 콘텐츠라는 것이죠.
과거 일본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애니메이션 OST를 바탕으로 한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검증된 사례와 잘 완성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넥슨, 스마일게이트, NC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PC 게임인 리니지, 로스트아크,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블루 아카이브, 명일방주, 승리의여신:니케처럼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왜 게임 콘서트는 잘 될까?
게임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검색해보면 몇 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가사만 모아놓고 보면 마치 게임 콘서트가 클래식 공연 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오해하면 안 됩니다. 게임 클래식이 흥행하는 것은 맞지만, 전체 클래식 시장과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다는 겁니다.
실제로 2023년 서양음악(클래식) 상위 10개 공연 목록을 보면, 23년 11월에 진행한 원신 콘서트만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디즈니 콘서트와 같은 콘텐츠가 훨씬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클래식은 기존 클래식을 보완하거나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왜 다른 클래식 콘서트에 비해 매진률이나 인기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냐는 거죠.
프루스트 효과(Proustian effect)
이 원인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저는 추억과 사전 학습이라는 두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루스트 효과(Proustian effect)'라고 해서 특정한 냄새, 맛, 소리, 이미지 등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는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현상은 후각과 청각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납니다. 제 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자면 메이플스토리의 루디브리엄 배경음악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저는 빅뱅 이전의 메이플스토리를 열심히 했는데 2차 전직 후 경험치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는 루디브리엄 파티퀘스트를 해야만 했습니다. 당시 밤새가며 길드원과 함께 미친듯이 했던 기억이 나는데 루디브리엄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즐거움이 같이 떠오릅니다.
이런 감정과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더라도, 특정한 게임 음악을 듣는 순간 과거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경험 말입니다. 그래서 게임 콘서트는 음악을 들으러 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던 기억으로 회귀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간단히 말하자면 추억 회상하기 좋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체득한 상태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사전 학습이 있습니다.
예술은 몰라도 즐길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더 깊이 즐길 수 있습니다. 당시 시대배경과 역사적 사건을 대조하면서 말이죠. 음악도 마찬가지로 뒷배경이나 기획 의도를 알고 나면 더욱 재미있게 청취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기존 클래식같은 경우 유명한 곡을 제외하면 잘 안다고 말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듣는 분들이라면 괜찮겠지만 클래식의 대중 선호도는 13%로 다른 음악에 비하면 낮습니다.
그만큼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당장 떠오르는 클래식은 베토벤 7번 교향곡이 전부입니다. 제 영상 아웃트로에 사용하는 노래임과 동시에 드라마 <부부의 세계> OST로 사용된 터라 기억하고 있죠.
이렇게 클래식은 특정한 계기가 있어야 기억할 수 있는 반면, 게임은 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이게 됩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캐릭터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음악은 청각적 경험을 넘어 서사적 해석의 대상으로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로스트아크 콘서트에서 디렉터 금강선님은 캐릭터 아만 테마곡에 많은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고 밝혔고, 이후 사람들은 이 음악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라이브 방송에서 해당 테마곡에 대한 기획 의도와 해석을 말씀하셨죠. 이 해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해석한다는 거죠.
이런 요소가 있기에 게임 콘서트가 매번 전석 매진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클래식은 원래 혁신이었다
좋은 이야기만 쭉 말했지만,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통 클래식을 고집하는 입장에서는 ‘전통의 훼손’ 또는 ‘과잉 상업화’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원래 전통을 세우고 그것을 뛰어넘는 역사를 반복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도 그 당시에는 지나치게 혁신적이고 과격했다고 합니다.
결국 전통의 클래식이라고 해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가치를 그대로 지켰냐고 따지자면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다시 돌아와서 게임과 클래식의 만남을 한 번 볼까요?
이 두 단어는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꽤나 밀접한 관계로 성장하면서 클래식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세기로 돌아가서 게임으로 클래식 콘서트해보고 싶다고 하면 다들 욕했을 겁니다.
근데 지금은 오히려 장려할 것 같지 않나요?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있는 한 게임과 클래식은 더욱더 많은 혁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새로운 크로스오버 콘텐츠도 더욱 늘어날 것 같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IP를 활용한 클래식 콘서트가 등장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Appendix
*참고 서적
논문 - Zhang J, Fu X (2015) The Influence of Background Music of Video Games on Immersion. J Psychol Psychother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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