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보다 조금 더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라.
찰리 멍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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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1월부터 지금까지 총 10개의 레터를 발행했습니다. 발행한 키워드를 나열해보니 참 근본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 막걸리, 이디야, 혼외출산, 경차 시장,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블루보틀, 기업 부동산, AI 디지털교과서, TV 시청률 0%, 게임과 클래식
- 일부러 분야가 겹치지 않게 구성한 저의 노력이 돋보이는 것과 동시에 아직 과학과 테크 분야의 비중이 낮은 점이 아쉽게 느껴지네요. 다음 하반기 레터에서는 과학이나 가전 분야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합니다.
- 그에 앞서, 25년 상반기에 발행한 뉴스레터를 잠시 돌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주제 3가지도 같이 소개해볼까 합니다.
25년 상반기 뉴스레터 리뷰
다들, 투표는 하셨는지요? 저는 뉴스레터를 격주 단위로 화요일마다 발행하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6월 3일 화요일이 딱 투표일이 되버린 상황이네요.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했으나 상반기에 발행했던 뉴스레터를 복기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되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상반기에 발행한 뉴스레터 중 리뷰하고 싶은 3개의 뉴스레터를 골라봤는데, 아래 3가지 기준으로 선정해봤습니다.
- 수치적으로 유의미해서 크게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던 콘텐츠
- 다들 관심은 없지만, 꼭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콘텐츠
- 역량 부족으로 다루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
그런데 이건 제 기준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이 부분은 견해 차이이니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라진 매장만 300개? 위기의 이디야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뉴스레터와 유튜브를 같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가 읽기 쉬운 포맷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홍보와 확산을 위해서는 동영상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뉴스레터 발행 주기에 맞춰 유튜브 콘텐츠도 같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25년 상반기에 발행된 콘텐츠 중 <사라진 매장만 300개? 위기의 이디야>가 유튜브와 메일리 모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디야>라는 브랜드를 다룰 때 저는 스타벅스와 메가커피 그 사이에 껴버린 어정쩡한 브랜드 포지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의도에 다수 공감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유튜브 댓글만 보더라도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는 해외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블루보틀은 카페 프랜차이즈가 아니다??>에서 그 내용을 보다 자세히 다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커피 소비는 대부분 카페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해외 같은 경우 카페에서 먹는 경우보다는 집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문화가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를 소비하기 보다는 <저렴한>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행동을 보입니다. 결국 댓글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커피의 맛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당장 커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빽다방에서 커피 가격을 인상했는데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1%에서 5%까지 상승한 혼외출산
수치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콘텐츠가 있다면, 반대로 아쉬웠던 콘텐츠도 있겠죠?
<1%에서 5%까지 상승한 혼외출산>은 논문과 데이터를 가장 많이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가장 아쉬웠던 콘텐츠였습니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혼외출산이 증가했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혼외출산이 증가했다고 말하는 뉴스 기사들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혼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의 숫자는 비슷하거든요.
- 2013년 9300명
- 2023년 1만 900명
1%에서 5%까지 늘었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죠?
그런데 왜 증가했다는 뉴스 기사가 늘었냐고 따져보자면 전체 출생아라는 모집단이 감소한 탓에 비율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 겁니다. 착시 현상으로 보는 것이 좋은데 13년과 23년의 출생아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13년 43만 명
- 2023년 23만 명
이처럼 비율로만 따지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혼외출산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당시 혼외출산으로 태어난 연예인 2세들을 연관지어 발행한 뉴스 기사를 보기 싫어 조사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디야와 달리,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상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성과는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제를 선택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화제성은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콘텐츠 수치가 낮을 걸 알면서도 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발행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25년 하반기에는 어떤 주제가 걸릴 지, (저만) 벌써 궁금하네요.
우리는 다시 한 번 달에 갑니다. -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
쉽게 접근했다가 분량 조절과 구조 설계에서 실패했던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연결된 사건들이 많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바로,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과학을 좋아하지만 과학 지식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족함은 공부와 탐색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런 저에게 로켓 발사에 대한 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도나 중국, 러시아가 앞다퉈 로켓을 달로 보내고 있다는 거였죠.
당시에는 국가 간 로켓 경쟁에 대해 가볍게 한 번 다뤄보면서 겸사겸사 공부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큰 코 다치고 말았습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단순히 정리하자면 달로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국가 경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역사적, 외교적 맥락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과거 소련과 미국이 경정했던 문 레이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의 경쟁.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 달 연구 기지 프로젝트.
우주 사업에 크게 배팅하고 있는 인도.
그 사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우주 패권 경쟁을 이해하기 위한 정치 관계까지.
문장마다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무궁무진한데 그걸 1개의 뉴스레터에 우겨 넣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칭찬해주잖아요.
딱 그런 상황이었죠.
간신히 초고를 완성한 다음에도 아쉬움이 유독 많이 남았는데 나름의 교훈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방대한 주제를 한 번에 다루기보다는, 더욱 잘게 쪼개서 다루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말이죠.
25년 상반기에 다루지 못 한 주제
뉴스레터 특성 상 모든 주제를 적절한 시기에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정보 전달 복붙 형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서 시의를 맞추는 건 앞으로도 못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준비하기 전 항상 선택의 시간을 하루 정도 가지는데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 다루지 못 한 소재 3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린이약 한국에 없다고?
성인이 복용하는 약과 어린이가 복용해야 하는 약은 명백히 다릅니다. 감기약만 보더라도 어린이 전용 감기약과 성인 감기약이 따로 있잖아요? 실제로 일부 성분은 어린 아이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양을 적게 투여하거나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이 말은 곧 약 소비에 있어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또, 저출산이 문제인데 약을 소비하는 사람을 굳이 분류하자면 성인은 많지만 어린이는 적습니다. 그만큼 어린이용 약 공급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감기나 알러지약과 같은 필수 어린이 약은 10개 중 6개가 공급 부족하다고 합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목적으로 어린이용 의약품의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글로벌 공급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약이 필요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약이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성인용 약을 쪼개 용량을 줄여 어린이에게 투약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니면 다른 대체 약품을 사용하는 ‘오프라벨(off-label)’ 처방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프라벨: 허가받은 용도 외의 방식으로 약을 사용하는 것)
하지만 대체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온전한 치료 효과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취약한 상태라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국가 정책과 의료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긴 내용 중 핵심만 말하자면 소아용 의약품을 필수의약품으로 관리하면서 제약사에서 상시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해외에서 검증된 약의 경우 비상시에 한해 임의 수입 또는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25년 상반기에 다루지 못 한 주제 중 가장 안타까운 주제라 가장 먼저 꺼내봤습니다.
상조시장에 쌓인 10조
보험은 자동차, 반려동물, 태아, 화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보험은 미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가입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보험금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만 지급되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금이 보험사에 예치된 상태로 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쌓인 보험료는 어떻게 활용될까요?
예금만 들어 놓지 않겠죠? 보험사는 오래전부터 금융권에서 소문난 투자회사로 불려왔습니다. 당장 지급할 필요가 없는 보험금을 자산으로 운용하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축적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보험사마다 보유 자산의 규모 그리고 재무 건전성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 외형은 보험사처럼 보이지만, 보험사가 전혀 아닌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상조회사입니다.
상조회사는 장례, 결혼, 돌잔치 등의 서비스를 선불로 판매하는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입니다. 보험처럼 미래 이벤트를 대비해 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운영 법률과 구조는 전혀 다릅니다. 정부에서 피해주의보를 발령한 적 있을 정도로, 상조 산업은 소비자 피해가 잦고 신뢰도가 낮은 업종이었습니다.
그런 상조사가 보유한 현금이 10조가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상조업체 수가 77개임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약 1,200억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조사는 소비자 선수금의 50%는 놔둔 채로 나머지 금액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할부거래법 기반이라 가능한 건데 과거에는 이 금액을 전부 사용해 폐업한 회사도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상조업체는 여전히 현금을 대량 보유하면서 법적 제약은 상대적으로 적은 구조이기 때문에 M&A 시장에서는 현금 창출력이 높은 매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수기 렌탈 회사로 유명한 웅진은 최근 상조 1위 회사인 프리드라이프를 8830억에 인수했습니다. 교육, IT, 렌탈 사업에 집중한 웅진이 상조까지 손에 넣은 이유로는 보다 많은 현금 흐름과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크래프톤은 게임 회사가 맞을까?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이하 인조이)의 흥행으로 25년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심즈와 유사한 게임인 인조이의 판매량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을텐데 지금 스팀 순위를 확인해보니 100위권에서 밀려났네요.
그래도 인조이는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었으니 잘했다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면 크래프톤은 게임 회사처럼 보이겠지만 크래프톤 의장인 장병규 의장님은 게임과 상관없는 사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며 M&A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플앱인 비트윈을 운영하는 (주)띵스플로우를 인수한 적도 있으며, 숏폼 드라마 플랫폼 회사인 ‘스푼랩스’에 투자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 200억을 투자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카이스트에도 110억 원을 기부해 교육 연구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넥슨도 단풍잎 놀이터를 개장하는데 투자하는 데 그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 “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장병규 의장님은 2025년 강연에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된 사업이라면 얼마든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기에 게임을 선택한 것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한 분야였기 때문이라고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크래프톤은 게임 스튜디오를 다수 보유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투자 회사로 봐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든다는 거죠.
모두가 알다시피 크래프톤은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에서 시작했는데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건 블루홀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블루홀은 지금의 크래프톤처럼 소규모 게임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갔거든요. 그 과정에서 인수한 한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해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든 것입니다.
크래프톤은 처음부터 투자와 M&A를 지향하는 회사였다는 거죠.
그렇기에 크래프톤이라는 기업을 게임 회사로 보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전문 투자회사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피드백을 요청합니다
제 뉴스레터를 1, 2번 받아보시면 그런 생각이 들겁니다.
“전혀 트렌디한 내용이 아닌데.”
트렌디로깅이라는 제목과 달리 현 시점에 가장 핫한 주제는 다루지 않는 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현상이 끝나거나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보였을 때 원고를 작성합니다. 아니면 뭔가 거슬리는 뉴스 기사를 보면 디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트렌디라는 단어 뒤에 로깅이라는 단어를 굳이 달아뒀습니다.
앞으로도 저 나름의 주제 선정에 대해서는 유지할 생각이지만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뉴스레터를 봐주신 분들도 있고 최근에 구독해주신 분들도 있지만 제멋대로인 제 콘텐츠가 여러분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죠.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아래 질문에 가볍게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야기는 단방향보다는 양방향으로 오가면서 발전하는 게 더 재미있거든요.
이것으로 상반기 결산을 마치며, 다음 주제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구글과 손 잡기 시작한 젠틀몬스터를 바탕으로 스마트 글래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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