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장 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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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데 AI를 안 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AI로 만든 자료를 검토없이 그대로 보내는 워크슬롭(Workslop) 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 워크슬롭(Workslop) 현상은 AI 등장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을 빗대어 보자면 조별과제가 있겠네요. 특히, 말도 안 되는 자료를 줘놓고 자료조사라고 했던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요소로 보고서, 논문도 있겠지만 오늘은 철학을 한 번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실존주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AI가 만든 생산성 향상과 그 뒷면
얼마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상사가 업무 피드백을 줬는데 AI가 작성한 답변을 그대로 캡처해서 전달했다는 겁니다. AI를 활용해 별도의 피드백을 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그대로 직원의 이슈를 프롬포트에 입력하고 나온 결과물을 전달한 것으로 피드백을 갈음했다고 합니다.
요즘 업무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한국은행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63.5%가 어떤 형태로든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AI를 활용할 경우 작업 시간이 3.8%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었고요.
AI를 업무에 사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는 도통 이해되지 않네요.
새로운 오물, 워크슬롭(Workslop)
AI 시대와 함께 등장한 여러 용어 중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일(Work)과 오물(slop).
이 두 단어가 합쳐서 생긴 워크슬롭(Workslop)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받는 사람이 다시 생각하고 고쳐야 하는 질낮은 AI 생성물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가끔 뜨악한 자료를 받았다면 이 워크슬롭이 아닐까 싶네요.
2025년 9월 BetterUp·Stanford 연구에서 미국 사무직 근로자 1,150명을 대상으로 이 워크슬롭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는데요.
응답자 중 40%가 지난 한 달 동안 워크슬롭을 받아봤다고 답했고 53%는 자신도 가끔 워크슬롭을 보낸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물이라는 뜻대로 워크슬롭은 업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워크슬롭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평균 약 1시간 56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AI를 사용해 문서를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그걸 생산성 향상으로 곧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습니다. 워크슬롭을 받은 사람이 2시간을 들여 다시 정리해야 한다면 단순한 업무 전가로 해석하는 게 옳겠죠.
이걸 바탕으로 손해 금액을 계산해보니 직원 1명당 월 약 186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만약 1만 명 규모 조직이라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900만 달러(약 125억) 손실로 추산했고요.
알고 보냈을까? 모르고 보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인간의 노동력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반면 AI는 토큰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고요. 하지만 그 생산성과 비례하는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긴 합니다.
왜냐하면 완벽한 결과물이라는 건 사람마다, 조직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추구하는 완벽을 갖추기 위한 수정 작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나 AI가 만든 결과물을 쓸 수 있는지 아니면 쓰지도 못 할 쓰레기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물을 보낸 사람 또한 당연히 알고 있을 것 같고요.
문득 대학 시절 조별과제를 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자료랍시고 보내온 것을 열어 보면 출처도 알 수 없을 어느 블로그 글을 복붙했거나 나무위키(혹은 지식인) 링크만 보낸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그들은 과연 그 자료가 쓸모있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자신이 참여했다는 증거로서 활용하고 싶었겠죠.
지금의 워크슬롭도 별반 달라 보이지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냈겠죠. 그걸 알면서도 보낸 이유는 다양할 겁니다.
시간이 없다, 어차피 네가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냐, 다들 이렇게 한다 등등의 변명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외면한 것은 ‘책임’일 겁니다. 그것만 무시하면 나는 요청한 바를 수행했다는 면죄부를 내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워크슬롭 현상을 단순히 AI 생산성만 따져 묻기 어려운 지점이 보였습니다.
왜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저편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까닭에 오늘은 이 AI 워크슬롭을 한 번 고찰해볼까 합니다.

실존주의적인 관점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정말 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워크슬롭 현상을 살펴보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이 질문이었습니다.
AI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정말 몇 시간 동안 고민해서 만든 보고서라면, 결과물을 남에게 넘길 때 최소한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이걸 이렇게 보내도 괜찮을까? 이 부분은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받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까?
이런 고민이 떠오르는 이유를 따지자면 그 사람만의 시간과 판단이 들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고찰(혹은 인사이트)은 어떻게든 티가 날 겁니다. 반대로 생각 없이 보낸 결과물 또한 단번에 그 부족함이 쉽게 드러날 거고요.
실존주의, 사르트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단순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상사가 직원에게 피드백을 준다고 가정해볼까요?
“나는 당신의 행동을 이렇게 봤고, 그래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선택과 책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상사는 자신의 판단과 그 근거를 직원에게 내놓을 것이고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직원이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그 사이에 들어오면 조금 묘해집니다.
상사가 AI에게 직원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작성하도록 한 뒤, 그 결과를 그대로 캡처해서 보냈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이런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건 내가 판단한 게 아니라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AI에게 질문할지 결정한 것도 상사이고 어떤 내용을 질문할지 결정한 것도 상사입니다. AI의 답변을 받아들일지, 수정할지, 그대로 전달할지 역시 모두 상사의 선택입니다.
AI가 판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판단을 업무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결국 본인이라는 거죠.

Bad Faith(자기기만)
사르트르가 말하는 Bad Faith(자기기만)*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기기만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마치 자신이 어떤 상황이나 역할에 의해 결정된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AI 역시 이런 자기기만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판단한 것이 아니라 AI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AI는 그 사람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AI에게 질문한 것도 선택이고, 답변을 받아들인 것도 선택이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것도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AI라는 제3자가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선택과 판단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판단과 선택은 분명히 존재했는데, 정작 그 판단을 내린 사람이 흐릿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망치로 못을 박았다고 해서 “망치가 박았다”고 하지 않습니다.
워크슬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물을 만든 사람은 AI에게 질문하기로 선택했고, AI의 답변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고, 그걸 다른 동료에게 전달하기로 선택했습니다.
AI가 그 과정에 참여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선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워크슬롭만의 일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AI를 사용했든 사용하지 않았든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일 겁니다.
그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그것을 정말 자신의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자신이 선택했다는 사실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있는가?
어쩌면 AI 시대에 워크슬롭이 발생한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판단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감각이 옅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Bad Faith(자기기만) : 자신의 자유와 선택의 책임을 자신에게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

AI 생산성 향상은 진짜일까?
생산성을 높이긴 하지
철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하는 게 업무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
특정 분야이긴 하지만 고객지원 상담원 대상으로 생성형 AI 도구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는데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시간당 해결 건수 기준으로 생산성이 약 14% 증가했고 초보, 저숙련 직원 대상으로는 생산성이 약 34% 증가했다고 합니다. 반면 고숙련 직원 대상으로는 생산성 증가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하고요.
전문직 종사자 대상으로 진행한 글쓰기 업무 관련 연구에서는 작업 시간이 40% 감소했고, 결과물 품질이 18% 향상됐다고 합니다.
특정 분야에서의 노동은 AI가 실제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METR이 2025년에 수행한 무작위 대조실험에서는 숙련된 오픈소스 개발자 16명, 246개 실제 작업을 대상으로 AI 코딩 도구 사용 여부를 비교했는데요.
AI를 사용할 수 있었던 개발자들이 오히려 작업을 완료하는 데 19%나 더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개발자들은 사전에 AI를 사용하면 작업 시간이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반대였죠.
AI가 코드를 생산하는 것은 빨라졌지만 사람이 그 코드를 이해하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기존 코드와 통합하는 등의 작업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연구 이후 AI는 계속해서 발전했고 OpenAI의 신규 모델인 Astro는 저런 부차적인 작업을 할 필요없이 한 번에 된다고도 하니 개발 업무에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근데 다른 일을 늘려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
AI처럼 강력한 신기술이 등장해 널리 쓰이지만, 정작 거시경제나 기업의 통계적 생산성 지표에는 뚜렷한 향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모순적 현상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26년 ILO에서 여러 국가의 기업, 노동자 조사와 실험을 종합해서 검토한 결과 생산성 향상 자체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 효과가 아직 불균일하고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노동자가 보고하는 시간 절약이 반영된 산출량, 임금, 고용 증가로 아직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미 연준 계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말이 나왔는데요.
기업 경영진이 체감하는 AI 생산성 향상은 실제 측정되는 생산성보다 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매출이나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요.
그래서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본 내용이 있는데 AI가 생산성을 높였을 때 그 증가한 생상능력이 어디에 또 다시 투입되는가를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웃기게도 기존 작업을 더 개선하기 보다는 새로운 업무를 생산하는 데 다시 투입된다고 합니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사람의 시간에는 변함이 없는데 말이죠.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등장한 현상이긴 한데 사람이 직접 검토하거나 확인할 경우 오히려 시간이 더 늘어나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그래서 이걸 방지하기 위해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에이전트를 두거나 각각의 결과 보고서를 추가적으로 산출하는 등의 프로세스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생산성이란 원래 같은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절약된 비용으로 새로운 일을 계속 만들어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얻은 것은 생산성일까요? 아니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일까요?

일하는 척 하기 쉬운 세상
일 안 하고 싶어요
옛날 회사 썰을 읽다 보면 부장이 하루종일 쇼핑몰 탐색, 주식만 들여다보고 퇴근한다는 썰들이 있었습니다. 아니면 특유의 잔머리를 잘 활용해 월급루팡을 한다거나요.
지금이라고 해서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사람이 일을 안 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단순할 겁니다.
그저, 귀찮아서.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귀찮아서 하기 싫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그 귀찮음의 가치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상위 경쟁사 몇 개만 분석했다면 이제 관련 기업 모두를 조사하는 식으로 우리가 생략하거나 줄여왔던 일들을 오히려 늘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큰 효과가 없거나 의미가 없어 줄였던 일들을 AI로 부활시키는 거죠.
비슷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개발자가 얼마나 일을 했는지를 감지하는 수단으로 AI 토큰 사용량을 본다고도 하죠. 최적화나 개발 일정 준수보다 AI 토큰을 얼마나 썼는가가 훨씬 더 높은 KPI로 판단되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조직이 존재하는 한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워크슬롭을 잘 생각해보면 만들고 던지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있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측정 가능한 노동과 실제 가치가 발생하는 영역이 분리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일을 잘한다는 것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이건 사람마다 답변이 다를 거라 생각되긴 합니다.
누구는 일정을 잘 준수하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고, 누구는 성과(결과)를 가져오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굳이굳이 따지면 산업이나 직업마다 일을 잘하는 기준이 다를 것 같기도 하고요.
AI 시대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사람일까요?
이것 또한 의견이 분분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실제로 가치를 가진 일을 만드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는 일을 만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게임 산업의 경우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제 소규모 인원으로 실사에 가까운 프로토타입도 만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걸린다는 변명이 따라왔지만 이제는 일단 AI로 해보자는 선택지가 먼저 등장하게 됐습니다.
귀찮음과 번거로움이 과거의 브레이크였다면 이제는 그 브레이크가 사라졌습니다.
꼭 필요한 일만 선택할 필요 없이 전부 수행할 수 있다는 거죠.
워크슬롭도 여기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쓰면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고, 덜어내고 그 중 가치있는 일을 골라내서 실행하는 게 일을 잘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러웠던 조별과제의 기억
대학교 때 한 20명 가량과 한 조가 되어 조별과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왜 그렇게 많은 인원을 한 조로 묶었는지도 이해가 안 될 뿐더러, 왜 조장이 됐는지도 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고 나쁜 기억은 오래 간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건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부터 조사자료를 취합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때 사람이 가진 어떤 저열함을 느꼈습니다.
지식인 답변을 긁어와서 자료라고 제출했다고 하거나, 다른 사람이 제출한 자료를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제출한다거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논문 링크만 띡 공유한다거나.
워크슬롭이 문제라고 하지만 AI가 아니더라도 워크슬롭은 과거부터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걸 도와주는 도구가 등장했을 뿐 사람이 가진 본성(귀찮음 등)은 변화가 없다는 거죠.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AI가 워크슬롭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AI가 워크슬롭을 좀 더 늘렸다고 보입니다.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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